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거운유목민 Apr 05. 2022

잘 되던 것이 잘 안 될 때

그동안 잘 되고 있었던 것에 감사하기

 최근 며칠 동안 인터넷 문제에 내내 신경이 쓰였다. 평상시에는 잘 되다가 여러 개의 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인터넷 연결이 끊기고 공유기에서 로그아웃 되기 시작했다. 여러 번 고객 센터에 연락한 뒤에 결국 수리 기사를 불렀다. 기사는 집에 도착한 지 몇 분만에 오래된 공유기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유기 수명이 보통 3-5년 남짓이니 진작에 공유기를 바꿀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증상을 고치기 위해 1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써야 할 일이 생겼다. 하필이면 돈 쓸 데가 늘어나는 시기에 문제가 생겨 처음엔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최소 7년 이상은 된 공유기에게 감사해야겠다. 재부팅도 자주 안 해주고, 청소도 자주 하지 않았는데도 먼지 구덩이에서 열을 내며 지금껏 버틴 것만으로도 장한 친구다. 더러운 곳에서 잠도 못 재우고 일만 시켰으니 은퇴할 때가 된 것이다. 공유기도 소모품이라고 힘주어 말한 수리 기사의 말을 잊고 살았다. 잘 작동하고 있으니 문제를 알지도 못했고 관리해야 할 필요를 알지 못했다. 잘 안 되는 것에만 신경 쓰고 살았더니 잘 되고 있는 것도 문제가 생긴 셈이다.


 사람이 모든 사물을 신경 쓸 수 없으니 문제가 생겨서야 비로소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다만 소를 잃었을 때 왜 소가 없어졌는지, 외양간 때문이라면 외양간의 어느 부분 때문에 소가 없어졌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답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