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진열대에도 없는 내 최애 케이크를 어떻게든 알아내어 주문하는 앞줄 손님들을 보며 불안감은 더욱 커져갔다.
내 차례가 되어 A 케이크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직원이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아, 매진이구나.
예상대로 돌아온 직원은 A 케이크가 다 팔렸다고 했다.
"네? 오늘 A 케이크 재고 충분하다고 예약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긴 기다림 후 아쉬움에 뱉어버린 한 마디에 주문을 받고 있는 직원이 1-2초 동안 뇌 정지가 온 듯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 난감한 표정들을 봐 버렸다. 미안했다.
"저희도 이 정도로 많이 오실 줄 몰랐습니다."
난감한 직원이 대답했다.
사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케이크 예약을 안 해도 된다는, 너무나도 낙천적인 생각을 해버린 내 잘못이 더 컸기에 수긍하고 기프티콘보다 1000원 더 싼 케이크로 주문을 완료했다.
1000원을 어떻게 써 볼까 했지만 이제 와서 메뉴 고민하다 긴 줄로 이미 멘붕인 카페에 과부하를 걸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냥 깔끔하게 포기했다.
계산대를 보니 오늘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았는지 깨달았다. B사 카드 포인트로 50% 할인이 가능했으며, C사의 구독 고객 및 기존 카페 고객들에게는 파격적 할인 쿠폰이 추가로 주어졌다. 거기에 나같이 기프티콘을 선물 받은 손님들까지 합세하니 10년 넘게 보지 못한 긴 줄이 이어졌던 것이다.
매장을 나오며 혼자서 긴 줄을 처리하고 있을 매장 직원이 걱정됐다. 본사는 크리스마스철 장사를 위해 어마어마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 비용에 급격히 늘어난 업무를 외로이 처리하고 있는 직원의 격려 비용은 포함돼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는 직원을 보니 그렇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 나의 성급한 추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