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거운유목민 Jan 03. 2022

모두가 행복한 연극

내가 가지지 못한 것만 잘 보이는 마법

최근에 흥미로운 tv 프로그램을 봤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출연자들은 카톡을 한다. 그런데 이 출연자 무리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한 사람만 9년 차 과장이고 나머지는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들이었다. 각 라운드마다 질문이 주어지고 참가자들은 그 질문을 주제로 카톡 수다를 떤다. 최종 라운드가 끝나고 신입사원들은 9년 차 과장이 누구인지 맞혀야 한다. 단, 신입사원들은 서로 소통할 수 없고 최종 용의자는 과반수로 선출된다. 신입사원들과 관록의 9년 차 과장의 대결인 셈이다.


9년 차 과장은 사전 조사한 카톡 트렌드를 선제 행동으로 옮겨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선제공격과 뛰어난 적응력으로 게임은 무난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각 라운드마다 습관적으로 쓰는 이모티콘 때문에 게임 진행 내내 신입사원들의 의심을 받기도 했다. 그 이모티콘이 신입사원 나이대에서는 상급자에게만 사용되는 이모티콘인 줄은 모른 채 말이다.


그래도 재테크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신입사원이 과장으로 오해받으면서 9년 차 과장의 우승으로 끝났다.


9년 차 과장은 신입으로 잠입 성공해 어린아이처럼 짜릿해했고

9년 차 과장으로 오해받은 신입은 드디어 사회초년생 티를 벗었다며 좋아했다.

나는 직장인 브이로그 예능을 자주 챙겨보는 편인데 그 짜릿하고 행복한 웃음은 어떤 회차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웃음이었다.


나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은 잘 보인다.

계속 비어 가는 통장, 경제력, 용기, 순발력, 문제해결력....


그런데 나는 무엇을 가졌을까.

다른 사람들은 내가 가진 것들 중 어떤 것을 가지지 못해 부러워할까.

작가의 이전글 내 생애 가장 당당한 오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