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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Mar 25. 2022

불합격에 감사합니다

안락지대를 벗어나라는 신호

 취업준비생일 때의 일화가 갑자기 떠오르는 오늘이다.


 문득 가끔 드나들던 학교 익명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우울증 게시판을 거쳐 취업 게시판을 두드려봤다. 질문 게시글의 형식은 대부분 비슷하다.

 '남자/여자 00세에 스펙 x, y, z,... 가 있고, 경험 a, b, c가 있는데 00 산업/기업/공기업/로스쿨/공시 괜찮을까요?'

 인맥도 없고, 도움받기 어려울 때 주위 경쟁자들의 평균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 몇 살 때까지 는 반드시 그럴듯한 곳에 취업해야 하는 자존심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 두려운 마음이 공존하는 묘한 마음도.


 답글의 형식도 꽤나 비슷하다. 욕설과 줄임말 등은 빼고 옮긴다.

 '저보다 상황이 좋으신 것 같은데 약 올리지 마세요. 자랑하려고 글 쓰신 거죠? 짜증 나. 자신감 낮은 것도 정도껏 해야지....'

 'a, b, c 말고 d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냥 포기하시는 게...'

 'x 하고 a만 있는 애가 00 기업 합격했다는데요...'

 '상황이나 개인에 따라 달라요.'

 답글이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이 날은 무언가 다른 글이 커뮤니티 대문에 올라왔다. 교직원이 작성한 듯한 장문의 글이었다.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편지의 내용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한 문장은 기억하고 있다.

 27살, 28살, 29살.. 지금 여러분들은 남들보다 2,3년 늦은 것을 후회하고 있겠지만 나중에는 본인다운 길을 걷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의 나의 결심을 상기시킨 한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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