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지대를 벗어나라는 신호
취업준비생일 때의 일화가 갑자기 떠오르는 오늘이다.
문득 가끔 드나들던 학교 익명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우울증 게시판을 거쳐 취업 게시판을 두드려봤다. 질문 게시글의 형식은 대부분 비슷하다.
'남자/여자 00세에 스펙 x, y, z,... 가 있고, 경험 a, b, c가 있는데 00 산업/기업/공기업/로스쿨/공시 괜찮을까요?'
인맥도 없고, 도움받기 어려울 때 주위 경쟁자들의 평균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 몇 살 때까지 는 반드시 그럴듯한 곳에 취업해야 하는 자존심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 두려운 마음이 공존하는 묘한 마음도.
답글의 형식도 꽤나 비슷하다. 욕설과 줄임말 등은 빼고 옮긴다.
'저보다 상황이 좋으신 것 같은데 약 올리지 마세요. 자랑하려고 글 쓰신 거죠? 짜증 나. 자신감 낮은 것도 정도껏 해야지....'
'a, b, c 말고 d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냥 포기하시는 게...'
'x 하고 a만 있는 애가 00 기업 합격했다는데요...'
'상황이나 개인에 따라 달라요.'
답글이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이 날은 무언가 다른 글이 커뮤니티 대문에 올라왔다. 교직원이 작성한 듯한 장문의 글이었다.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편지의 내용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한 문장은 기억하고 있다.
27살, 28살, 29살.. 지금 여러분들은 남들보다 2,3년 늦은 것을 후회하고 있겠지만 나중에는 본인다운 길을 걷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의 나의 결심을 상기시킨 한 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