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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Jan 11. 2022

비교우위와 절대우위

꼴찌로 시작하더라도 나에게는 큰 성공

 오늘은 내가 읽은 경제학 교과서의 예시가 생각나는 날이다.


 매우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뛰어난 쿼터백이기도 하면서 뛰어난 잔디 깎기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이 선수와 비교했을 때 미식축구 실력도 형편없고 잔디 깎기 실력도 형편없는 청소부가 있다. 다만 이 청소부에 대해 확실한 것은 미식축구 실력보다는 잔디 깎기 실력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이때 청소부보다 잔디를 잘 깎는 유명한 축구 선수는 청소부를 해고하고 본인이 직접 잔디를 깎아야 할까?


언제 선수로 뛰고 언제 잔디를 깎을 것인가?
기회비용이란 선택에 따른 진정한 비용으로,‘ 여러 대안들 중 하나의 대안을 선택할 때 선택하지 않은 대안들 중 가장 좋은 것, 즉 차선의 가치’를 말한다.
- KDI 경제정보센터, 학습자료 > 경제 개념 > 희소성과 선택 > 기회비용
비교우위론이란 한 나라가 두 상품 모두 절대우위에 있고 상대국은 두 상품 모두 절대열위에 있더라도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더 적게 드는(기회비용이 더 적은) 상품에 특화하여 교역하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 KDI 경제정보센터, 학습자료 > 경제 개념 > 국제무역 > 기회비용 > 절대우위와 비교우위

 교과서의 정답은 '아니다'이다. 미식축구 선수는 미식축구와 잔디 깎기 모두에서 절대우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식축구 선수가 기존의 운동 시간을 일부 포기하고 잔디를 깎는 시간에 할애한다면 이 선수는 손실을 보게 된다. 운동 역량 증가로 인한 연봉 증분과 경력 효용이 잔디 깎기의 평균 보수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잔디 깎기의 기회비용이 미식축구의 기회비용보다 크므로 이 선수의 비교우위는 미식축구이다. 본업은 미식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고, 잔디 깎기는 휴식기의 브이로그용 취미가 될 수도 있겠다. 비슷한 논리로, 청소부의 입장에서는 미식축구의 기회비용이 잔디 깎기보다 크므로 더 축구 연습할 시간에 차라리 잔디를 깎는 것이 나은 것이다. 본업은 비교 우위인 잔디 깎기가 되고 쉴 때 TV나 경기장에서 미식축구 경기를 보거나 취미로 경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현실은 위의 예시의 전제들처럼 단순하고 호락호락하지 않아 꼬투리 잡을 것이 있겠지만, 때로는 단순한 예시로 시작하는 것이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예시는 나에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미식축구 실력도 형편없고, 잔디 깎기 실력도 형편없는 청소부에 감정 이입을 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보다 모든 것을 못하더라도 나와 다른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은 존재한다. 나의 쓸모를 찾기 위한 도전을 준비하는 나에게는 이보다 큰 위로가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

 시작은 프로는커녕 취미로 하는 사람보다 하찮고 볼품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도전을 하는 동안에는 등수가 아닌 나의 가치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나는 절대우위가 아닌 비교우위를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나의 비교우위를 찾는 여정의 시작은 가치를 나만의 언어로 정의하는 것이다. 앞서 인용한 바와 같이 나의 비교우위는 '나'의 입장에서 기회비용이 가장 적은 것이고, 기회비용은 포기한 것들 중 가장 좋은 것의 '가치'이다. 가치는 개인, 사회, 문화, 시점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도전을 시작하기 전에 나만의 잠정적 정의를 정하고자 한다. 


 지금의 나는 어떤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가? 자문해보면 나는 즐거움, 보람과 소명을 큰 가치로 여기는 것 같다. 나의 즐거움으로 인해 더 나은 사회가 되는 것, 사람들이 나 덕분에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면 그보다 큰 보상이 있을까.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만큼 돈도 가치 있게 여긴다. 하지만 지금은 즐거움, 보람과 소명에 대한 가중치가 훨씬 더 높다. 그래서 지금은 a*(즐거움) + b*(보람과 소명) + c*(급여) (단, a>b>c) 정도가 나의 가치 함수가 되겠다. 상수 a, b, c의 값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여서 워라밸은 아직 함수에 넣지 않았다. 백수로서 이미 워라밸의 한쪽 극단을 경험해 봤으니 아직은 아쉽지 않다. 가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함수는 아니지만 선택지 간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이 목적이니 그렇게 나쁜 함수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선택지를 탐색하며, 가끔은 창조하면서 여행을 할 계획이다. 

 이번엔 여행을 떠나자.

 말만 하지 말고.


이제 내 페이스대로 여행을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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