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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Jan 21. 2022

나만의 감정 쓰레기통을 찾아서

나의 지속 가능한 감정 쓰레기통은 어디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병원 직원 두 명이 내 옆, 옆자리에 앉았다. 그중 한 사람은 병원의 동료와 의사에 대해 서운한 점을 격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하루 늦었다고 큰일 나는 일도 아닌데 싹수없게 잡도리를 한다는 둥 여러 일에 대한 서운함을 점심시간을 통해 해소하고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그냥 그 한탄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서운함과 분함이 너무 센 듯했다.


"비빔밥 두 개 시키신 분 하나 먼저 드릴게요."

"도대체 뭔 소리야! 확실히 알아듣게 설명을 해야지. 비빔밥 시킨 테이블이 한 둘이 아닌데."


 식당이 순간 조용해졌다. 나도 모르게 그 병원 직원의 얼굴을 향해 고개가 돌아갔다.


 카운터에서 질문들을 쏘아붙이고 이 것은 내거고 저 것은 저쪽 것이라고 교통정리를 틱틱한 후에 비빔밥을 뒤적이며 정말 짜증 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옆에 같이 앉은 직원으로도 부족해 식당 안의 모든 사람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이용한 그 직원은 분이 풀렸을까. 아니면 분이 더 올라왔을까.


 꼭 병원 직원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며칠 전에 간 김치찌개 집 아주머니들은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며 어느 대학 병원 간호사의 험담을 했다. 엿듣기로는 온갖 진상 짓을 다하고 나중에는 별점 테러를 가했다고 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서 최근에 겨우 끊었던 소화제를 다시 복용하고 말았다. 도시 외곽 지역이나 오지에 있는 해외 명상원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는 어느 비즈니스 코치의 말이 떠올랐다.


 밥을 먹고 글을 쓰기 전 나도 모르게 명상 동영상을 검색하게 되었다. 그런다고 심란한 마음이 100% 가라앉지는 않지만 그래도 명상을 하고 나니 나아졌다. 가시 돋친 말들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심란하게 했던 나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그들을 이해하고 용서하기로 했다. 


 이제 나만의 친환경, 친이웃 해우소를 곳곳에 만들어야겠다. 브런치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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