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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Jan 20. 2022

담임 선생님과의 대화

20대 청년이 초등학교 선생님께

 오늘은 사진으로 찍어놨던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기 몇 개를 읽어봤다. 읽어보니 재밌는 일기도 있었고 선생님의 코멘트도 있어서 오늘은 선생님의 코멘트에 답글을 달아봤다.


이제 막 들어온 수학 학원 적응이 힘들고 숙제가 어렵다고 토로하는 내게 선생님은 이런 코멘트를 남기셨다.

어렵게 공부해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답니다. 어려워도 포기하지 마세요.

어렵게 공부해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말이 이제는 공감돼요. 자기 계발서에서 나오는 내용이 머리에서 온 몸으로 체득될 때까지 정말 오래 걸렸거든요. 사실 요즘도 완전히 체화되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 그렇게 어렵게 푼 수학 문제를 일상에서 찾아 푸려니 쉽지 않네요. 

 어려워도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은 아직 동의하기 어려워요. 해야 하는 일을 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시작하니까 남들은 겁먹고 포기하는 작업들을 저는 즐겁게 놀면서 하기 시작했거든요. 집중력도 좋아지고 사람들도 좋아해요.


 쓰고 싶은 말이 없어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받아 적은 일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일기 내용은 Good! 그런데 일기를 쓴 글씨는?

죄송해요! 읽느라 많이 힘드셨죠? 쓰기 싫은 것을 쓰다 보니 글씨까지는 속이기 어렵더라고요. 다음부터는 차라리 쓸 말이 없다고 쓸게요.


수학 학습지 푸는 것을 잊고 있다가 밤늦게까지 수학 문제를 풀었다고 한 일기에는 이런 답글을 달아주셨다.

자기 할 일을 먼저 해 놓기! 일은 그때그때 하고 미루지 말기!

 자기 할 일이 뭔지 모른다는 핑계로 정말 많은 일들을 미루고 살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좋은 것들은 미루지 않고 즐기면서 살려고요!


 일기장 공백을 채우기가 무서워 짧은 시 한 편으로 때운 날은 어김없이 답글이 달렸다.

일기장은 가득 쓸 수 있도록 노력해 봅시다. 글을 길게 쓸수록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되겠죠?

 그때는 사실 일기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라서 짧은 문장을 시처럼 속였어요. 하지만 요즘은 짧게 쓰는 시일수록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꽃샘추위가 싫다고 투덜댄 날에는 이렇게 토닥거리셨다.

그래도
앞으로는 추운 날보다
따뜻한 날이
많을 거예요.

선생님께서도 시 쓰는 것을 좋아하셨군요. 그런데 요즘은 날씨가 이상해서 항상 얇은 옷 여러 개를 들고 다녀요.


 고등학생인 큰누나가 스트레스를 받아 배가 아픈 날 온 가족이 죽을 먹었다는 날에는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자기 발전의 원동력이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는 병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자신의 스트레스는 자신이 스스로 통제하고 해결해나가는 지혜와 슬기도 필요하겠죠.

그때는 저도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어요.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어요. 이제 스트레스를 다루는 지혜와 슬기도 탑재하겠습니다.


선생님, 저 많이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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