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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Feb 16. 2022

유목민의 길

나무를 심은 사람

 내 브런치 이름을 '즐거운유목민'으로 지을 때 거창한 의도는 없었다. 단지 세상의 온갖 즐거움을 찾아다니고 싶어서 정한 이름일 뿐이었다. 그런데 유언장을 써보고, 책도 읽다 보니 조금 더 거창한 작명 의도를 덧붙이고픈 욕심이 생겼다.

"노마드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이나 이주민이 아니다. 어떤 불모의 땅에서도 찰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새로운 삶과 관계를 구성할 수 있는 능동적 주체들이다. 초원이나 스텝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선 자리를 초원으로, 스텝으로 만드는 이들이다." 
-고미숙,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 '수유+너머'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 휴머니스트 (2004).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에서 재인용.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이 남을 해롭게 한다면 초원이나 스텝을 사막으로 만들게 된다. 정신을 차리다 보면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초원이나 스텝들은 점차 없어져 갈 것이다. 이런 방식의 유목은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해가 되므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 될 수 없다. 최소한 내가 놀다간 초원이나 스텝은 뒷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주어야 하고, 내 주변에도 같은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한 공간을 창출해야 제2, 제3의 즐거운 유목민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은 거대한 초원을 만들어낼 역량과 에너지가 없으므로 초미니 초원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홀로 지난한 일상이 즐겁게 바빠졌다. 내 에너지를 빼앗아 가고 정신을 흩뜨리는 것들, 나를 편안하게 옭아맸던 것들, 버려야 할 것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바심을 자극했던 취업 커뮤니티와 취업 뉴스레터를 즐겨찾기 목록에서 내리고, 오래된 전공과목 교과서를 수거 신청했다.

참으로 중요한 일에 집중해라.
삶이 너무 편하면, 이동이 불편해진다.
생존을 위해 삶을 간소화하라.
그래야 이동할 수 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中

 

 나의 첫 번째 초미니 초원을 접하게 될 분들은 나와 같은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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