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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Feb 15. 2022

다른 듯 같은

문제 해결의 시작

문제 해결형 tv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내 반려동물, 내 아이, 내 가족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는 하나의 스토리는 많은 사람을 몰입하게 하는 것 같다. 문제 해결형 프로그램을 보면서 끄적였던 생각들을 여기에 모아 본다.


1. 반려동물, 아이와 어른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특정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감정, 생각, 반응은 반려동물이나, 아이나, 어른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의사소통의 방식과 수준, 문화, 경험, 그리고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는 능력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문제를 처음으로 인식하고 해결할 때까지의 기간을 비교해 봤을 때, 일반적으로 어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나의 편견이다. 문제의 원인은 대체로 습관에서 비롯되어 누적되는데, 오랫동안 뿌리내린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맞이하는 일은 어른에게 가장 고통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문제점을 세련되게 숨기고 감추는 능력이 발달하고, 남들로부터 문제점을 지적받을 기회가 적어지므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문제 해결을 의뢰하기까지의 기간도 가장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다.

https://brunch.co.kr/@happynomad/47


2. 남의 문제가 사실은 나의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 혹은 동물의 문제 해결을 요청한 의뢰인이 때로는 문제 해결의 대상으로 바뀌는 경우들이 꽤 된다. 나의 의사소통 및 생활 패턴을 나의 반려동물과 가족들이 보고 그대로 습득하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일관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반려동물의 주인 역시 불안하고 일관적이지 않은 행동 패턴을 보인 경우가 더러 있었다. 내가 반려동물이었다면 정말 억울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잘못은 주인이 했는데 인간의 의사소통을 못한다는 이유로 내가 잘못한 것으로 몰렸으니 말이다.


3. 시작은 매우 작은 것부터, 아주 천천히

"여러 가지가 서툴러 보이고 잘못되었더라도, 꼭 한 번에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하세요."

유아 문제 해결에 자주 등장하는 코칭이다.


"사연이 많고 트라우마가 있는 강아지라,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거예요. 아주 오래 걸릴 거예요."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가 문제 해결 시작 전 어느 반려동물 주인에게 미리 얘기한다. 예상대로 진척이 없자, 난이도를 더 낮추고, 격려의 빈도를 높이니 눈곱만큼의 진전을 보인다. 그런데 문제 해결 세션을 마치고 전문가와 촬영 스태프가 현장을 떠나자 한 달도 되지 않아 놀라운 진전을 보인다. 낯선 환경이 사라지니 난이도가 더 낮아졌고, 강아지가 도전할 수 있는 문턱이 생긴 것이다.


취준생 시절, 어른에게는 작은 것부터, 아주 천천히 할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늘어놓았던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천천히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빨리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작은 것부터, 아주 천천히 시작한 브런치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밖에도 반려동물과 유아 프로그램을 보고 난 뒤 나의 문제점이 해결되는 신기한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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