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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Feb 21. 2022

두 번째 의견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도해보기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내 목소리를 녹음해야 할 일이 생겼다.

녹음을 본격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라 긴장됐다. 미리 준비한 스크립트를 읽으며 녹음을 간신히 끝냈다.

그런데 결과물을 들어본 나는 너무 놀랐다. ㅅ,ㅈ,ㅊ 소리가 모두 ㄷ, ㅌ 소리나 번데기 발음으로 들리고, 문장의 끄트머리가 흐리멍덩하게 들리는 것이다. 내 발음이 이렇게 안 좋았다니. 그동안 내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을 알아듣느라 고생했을 텐데 아무도 별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부지런하지 못한 내 혀와 입을 탓하며 발음법을 검색했다. 혀를 아랫니 끝에 밀착하며 열심히 녹음했지만 같은 구간에서 발음이 여전히 어눌하게 들리고 말끝이 툭툭 끊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시작해 보았다. 녹음한 내용을 틀어보니 이번에는 발음이 또렷하게 들리고, 문장 끝이 잘리는 현상도 사라졌다. 다행이다. 내 발음이 생각보다 괜찮게 들린다. 만약 노트북에 내장된 마이크로 계속 녹음했다면, "숲 속을 샅샅이"를 무한 연습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에 실망하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내 목소리를 이렇게 많이 들어본 날은 처음이었다.

나를 기록하는 일도, 나를 돌아보는 일도 다양하게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개의 녹음기도 내 발음을 다르게 기록하는 마당에 나를 함부로 단정 짓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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