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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Feb 28. 2022

첫 번째 초대장

처음으로 내 일기 자체를 궁금해한 분에게

 오늘은 지난번에 신청했던 보컬 코치를 만나러 갔다. 노래 실력을 진단받을 겸, 수업 방식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른 뒤에 노래를 불렀다. 노래방 마이크의 도움을 받지 못한 나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가냘펐고, 각 음표의 끝은 너무 길거나 너무 짧거나, 너무 흔들렸다. 내가 부른 노래에 나도 놀랐다. 지난번처럼 녹음기의 탓을 할 여지도 없었다.

 코치는 예상대로 바이브레이션이 너무 자주 들어갔다, 호흡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는 등의 피드백을 건넸다. 내 자랑을 잠깐 하자면 마치 전공자처럼 한음, 한음 정확하게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좋았고, 그리고 감정 표현은 조금만 다듬어도 될 것 같다는 칭찬도 받았다.


 이제 내 공연에 대한 얘기를 했다. 지난번에 연락받은 대로 3시간은 너무 어려울 것 같고, 1시간 이내로 짧게 진행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였다. 노래방에서 목이 아팠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전문가의 말에 수긍했다. 그다음에는 내가 공연의 내용과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내 일기를 노래 형식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하는 공연이고, 그 일기를 궁금해하실 만한 분들만 초대할 예정이라고 말씀드렸다. 곡 사이에는 최소한 1분 이상 '왜 내가 부를 곡이 나다운 곡인지?'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보컬 코치는 끄덕끄덕했다.


"궁금하시면 일기 보여드릴까요?"

"아니요. 지금 보면 재미없잖아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이로써 내 초대장을 공식으로 요청한 첫 관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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