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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Mar 03. 2022

근사

적당히 안심하는 일상

어제 일어나니 목구멍이 따끔거리고 콧물이 났다. 그 전날 했던 5인 모임이 생각나 잠이 달아났다.

무료 코로나 검사소에는 사람이 너무 많고 자가검사 민감도*가 너무 낮아 꺼려지고, 동네 의원은 수요일 일찍 문을 닫아 당일 검사를 받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집에만 틀어박혀 다음 날을 기다렸다.


오늘은 아침 일찍 근처 병원에 가서 항원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별 걱정을 다 했다. 양성이면 누구한테 뭐라고 알려야 할지, 취소될 약속은 언제로 변경해야 할지. 또 걱정을 당겨서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려 긴장한 상태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에요. 말씀하신 증상은 감기 증상에 더 가깝군요."


다행히 감기약을 처방받는 것으로 끝났다. 의사 선생님께서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적당히 안심하기로 했다. 전문가용 항원 검사 키트의 민감도도 맹신할 수 없다고 하니, 확진자처럼 신중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혹시 모를 위음성에 대비해서 모임이 있을 때마다 항원검사를 받아야 할까 싶다.


나는 3차 접종을 완료했고, 주변에는 백신 접종자가 대부분이지만 언제든지 내가 바이러스를 남에게 전파할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 준 날이었다. 나의 즐거움과 쓸모를 찾아다니기 전에 항상 조심해야겠다.

많은 부분이 불확실한 요즘, 적당히 안심하고 적당히 불안하고 싶다.


*민감도: 감염된 사람이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는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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