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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Mar 11. 2022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사기는 쉬운데 버리기는 어려워

 집전화를 해지한 후 이미 고장 나 있던 전화기는 여전히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 옆에는 구형 이어폰과 헤드폰이 나뒹굴고 있고, 탁자 밑에는 뜯지 않은, 오래된 잉크 카트리지가 프린터 없이 뻘쭘하게 앉아있다. 어떻게 버려야 할지 막막해 미루고 있던 물건들을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다.


 구청, 인터넷, 제조사 서비스 센터에 문의해 본 결과, 이어폰과 헤드폰은 재활용 기준 및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지만, 구리선 등 유용한 재활용 재질들이 들어가 있고 토양 오염의 우려가 있어 소형 전자 폐기물을 버릴 때 같이 내다 놓으면 수거 업체가 가져갈 수도 있다고 한다. 잉크 카트리지 역시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지만, 환경오염 가능성이 있어 생산 업체나 전문 수거 업체 등을 통해 반납할 것을 우선 권장하고 있다. 생산 업체 콜센터에 연락해 가까운 서비스센터에서 카트리지 수거가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다. 해당 서비스 센터에 중소형 가전제품 수거함도 있으니 거기에다 이어폰, 이어폰 충전기, 헤드폰을 폐기해야겠다. 

https://rightway.k-erc.or.kr/howto


 다행히 전화기는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0원에 수거가 가능하다고 한다. 무거운 전화기는 들고 가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시간이 있는 백수에게도 꽤 귀찮은 작업인데 바쁘신 분들은 못쓰는 물건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이미 산 물건은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앞으로 오래 쓸 수 있거나 재활용이 쉬운 물건을 사야겠다. 내가 앞에서 '폐기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재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한 내가 '멀쩡한 자원'을 폐기물이라고 부른 것일 뿐이다. 잘못 만들어진 마스크와 플라스틱 배달용기를 원래 있던 물건처럼 신박하게 재사용하는 유튜버들을 보며, 창의력 부족한 내가 포기한 자원들을 누군가는 안전하게 재사용하기를 기도했다.


 잠깐 내 쓸모를 잊어버린 나도 새로운 쓸모를 찾을 수 있을까. 사람도, 물건도, 일직선 끝 절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그라미 속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더 컬러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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