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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Mar 15. 2022

아깝지만 버려야 하는 것들

지속 가능한 환경 보전, 보안, 기업 생존 사이에서

 2025년 10월 14일.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을 버려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윈도우 10 일반 지원이 종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신 보안 업데이트 등을 받을 수 없어 바이러스, 해킹 등의 위협에 더 노출된다는 뜻이다. 윈도우 10이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의 마지막 버전일 것이라는 말을 듣고 주저 없이 당시 가장 비싼 노트북을 구입했었다. 


 하지만 내 노트북은 다음 버전의 운영체제를 돌릴 수 없다. 지금의 기준으로도 꽤 고사양의 노트북이고 다른 모든 필요조건을 만족한다. 최소 요건보다 한 세대 이전 PC인 것을 제외하면. 일부 언론에 따르면 내 컴퓨터는 윈도우 11의 최신 보안 기술을 적용할 때 성능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탈락했다고 한다. 내 컴퓨터 바로 한 단계 위의 컴퓨터는 테스트를 통과한 것을 보니 차라리 훨씬 더 비싼 노트북을 샀을걸 하는 후회가 느껴졌다. 앞으로 새로운 버전의 운영체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철썩 믿고 비싼 노트북을 산 나의 잘못이다. 전자기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가치가 떨어진다는 본질을 망각하고,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은 것이 실수였다.

 

내 컴퓨터는 아쉽게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면 리눅스와 같은 타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것은 괜찮을까? 사용은 가능하겠지만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사용되는 프로그램 중에 리눅스를 활발하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당장 카카오톡 PC 버전만 해도 리눅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포토샵, MS워드, 아래아한글 등의 최신 버전을 리눅스에서 동작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컴퓨터 지식이 필요하다. 리눅스에서 동작하더라도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특정 학교나 회사 등에서만 사용되는 내부 프로그램은 윈도우에서만 작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모 대기업의 적성검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때 설치했던 보안 프로그램도 윈도우와 구 버전의 맥에서만 작동했다. 가장 중요한 작업을 타 운영체제에서 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새 노트북을 구매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지속 가능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도 존중한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멀쩡한 노트북을 버리고 새 노트북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의 입장, 그리고 노트북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학원에서 웹앱 개발과 리눅스 공부를 하고 있는 미래의 개발자 친구들의 쓸모도.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이유로 벌써 은퇴해버린, 튼튼한 스마트폰을 보며 내 노트북은 나와 계속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어본다. 오늘 휴대폰 서비스센터에서 고인의 스마트폰을 꼭 계속 사용하고 싶다고 직원에게 요청한 손님이 생각났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도태되는 현재와 미래에는 구매 대신 공유와 대여가 더 보편화될 것 같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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