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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Mar 14. 2022

확인 또 확인

당연한 것은 나에게만 당연한 것

 늦잠을 잔 채로 정신없이 오전에 병원에 갔다 와서 우산을 가져오는 것을 깜빡했다. 갑자기 쌀쌀해진 오후에 비를 맞다가는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집에 우산을 가지러 갔다. 집이 병원 근처이지만 점심을 먹고 우산을 챙기려니 시간이 촉박해졌다. 어쩔 수 없이 오늘 있는 수업에 10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연락을 했다.


 "어.. 오늘 수업이 있었나요?"

 강사는 당황한 눈치다.

 "혹시 월요일 고정 일정으로 생각하신 걸까요?" 


 다시 한번 톡 내용을 훑어봤다. 지난주 월요일 수업은 강사님의 코로나 키트 양성으로 이번 주로 미뤄졌다. 그런데 이번 주 월요일부터 가능하다는 강사의 답변 내용을 나는 이번 주 월요일에 수업이 가능하다는 말로 해석했다. 한편, 강사는 이번 주 월요일-일요일 사이에 수업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적은 듯했다. 아마 강사는 이번 주 일정을 잡기 위해 나에게 연락할 예정이었거나 내가 이번 주 내로 다시 약속을 잡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확실히 확인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 있으므로, 이번 주 일정을 다시 구체화하고 연락을 마쳤다. 이번에는 대화 내용과 캘린더 기능을 연동하여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일정 하루 전에 꼭 알림을 설정해놓아서 당일이 되어서야 문제를 확인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오늘은 나에게 당연한 해석이 남에게는 당연한 해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해한 의미를 표준화된 표현으로 바꾸어 남에게 확인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번처럼 필요성을 인지하기 못해 미루다가 뒤늦게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풀었던 수능/모의고사 기출문제집에서 흡연자들이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를 주요 철학자들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문제가 나왔다. 선택지 중에 플라톤은 흡연의 폐해를 제대로 깨닫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분석을 했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식과 실천은 별개의 문제라서 그런 것이라는 분석을 했다. 오늘은 확인의 필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확인하지 않았으니 플라톤 아저씨의 말이 가장 그럴듯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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