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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Mar 18. 2022

아는 만큼 집중한다

집중해야 할 곳을 알게 되니 집중이 된다

 예상은 했지만, 쉬는 시간에 노래를 듣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과 보컬 코칭을 받고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었다. 우선 곡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다르다. 노래방에서 노래 부를 때는 음정이나 박자가 맞지 않을 때에만 가끔 다시 들어보지만, 연습 전 노래를 분석할 때에는 한 구절, 심지어는 한 음절씩 심혈을 기울여서 듣는다. 두 소절을 분석했을 뿐인데 한 시간 짜리 보컬 코칭이 끝났다. 가사 한 단락을 수십 번 반복해서 들으며 분석했기 때문이다. 새롭고 다양한 관점에서 노래를 여러 번 들으니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관점은 호흡 시점이다. 연습할 때 숨이 달리면 어김없이 음정이 흔들리면서 메시지와 감정선이 뚝 끊겼다. 그래서 원곡의 가수는 언제 호흡을 할지 궁금해하면서 복습해보니 들리지 않았던 숨소리가 들렸다. 가수는 각 소절의 시작 직전에 크게 들이쉰 뒤 각 소절이 끝날 때까지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들이쉰 숨을 쓰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소절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숨을 들이쉬고 소절이 시작되자마자 들이쉰 숨을 많이 소모하고 있었다. 보컬 코치는 이 현상을 '호흡이 샌다'라고 표현했다.


 두 번째 관점은 발음이었다. 그동안 나는 가사지에 있는 글자를 그대로 읽으며 노래를 불렀고, 가수들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발음에 집중해 음원을 들어보면 예사소리가 거센소리로 바뀌는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 조금 -> 쵸금, 저 -> 쳐, 가->카하 등 일상 대화에서는 자칫 거슬릴 수 있는 발음이지만, 감정 표현과 숨소리가 곁들여지면 예사소리가 거센소리로 바뀐다. 그러면 마치 원래 발음이 이랬었던 것처럼 거센소리들이 자연스럽게 들린다. 일상 발음과 티가 나게 다른 발음을 그동안 눈치 못 챘다는 것이 놀라웠다.


 마지막은 음정에 집중했다. 코칭을 받으며 한 음절 안에서도 반음이나 한음 아래에서 재빨리 원래 음으로 올리는 벤딩(bending)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피아노 악보로 치면 꾸밈음과 꾸밈음과 본음 사이의 이음줄이 있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노래를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은 쉽게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음정을 부드럽게 전환하는 가수가 정말 신기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할 것이다.


 역시 아는 만큼 집중할 곳이 늘어나고, 집중한 만큼 들리는 곳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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