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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Mar 28. 2022

수줍은 홍보

초심자의 운

 앞서 내 일기를 궁금해할 분들에게만 공연에 초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날은 어쩌면 초대할 분들을 직접 만나 뵐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연 제목을 확정하고,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했다. 채널의 프로필 이미지가 없어 간단한 로고도 추가로 만들었다. 감사의 말과 의미 없는 광고성 메시지는 최대한 삼가겠다는 다짐을 담은 환영 메시지도 설정해놨다. 들어오는 소통도 마다했던 내가 홍보 채널을 만들다니. 공연 준비는 이제 시작이지만 큰 스텝을 얼떨결에라도 밟았다는 생각에 성취감이 생겼다.


 기회는 찾아왔다. 모임이 끝날 때쯤 수줍게 한 분과 눈을 마주치며 물어봤다.

"제가 공연 준비 중인데 공연 보러 오실래요?"

"오, 네!"


 다행히 열린 마음으로 응해주셔서 얼른 홍보 채널의 QR 코드를 보여드렸다. 또 다른 행운은 모임의 마지막 날이라서 별도의 모임이 또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사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그런데 빠르게 지나가는, 다양한 화제들 사이에서 내 공연에 대해 말할 기회를 찾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대화의 맥을 끊지 않으면서 내 채널에 대한 홍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나 자신이 너무 순진하다고 느꼈을 때쯤이었다.


 "그런데 즐거운유목민님이 전부터 말씀해오신 음감회라는 것이 정확히 뭔가요?"

 계속 쭈뼛거리는 나의 마음을 읽으신 듯한 한 분이 물어보셨다. 내가 공연을 시작한 계기와 대략적인 개념을 간략히 설명했고, 설명이 끝난 후 공연 채널에 대해 수줍게 이야기하며 QR 코드를 내밀었다. 다행히 초대를 목표한 대부분의 분들이 코드를 스캔해가셨다.


 다만, QR 코드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응하지 않으셨다. 마지막 행운은 그분들은 나에게 이미 명함을 건네주셨다는 점이다. 당시 나에게 명함을 주신 것에 큰 감사함을 느꼈지만, 내세울 것 없는 백수에겐 명함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뻘쭘하게 명함을 받는 것으로만 끝났었다.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온라인 명함을 만들고, 그 명함에 공연 채널 링크를 슬며시 추가했다.


 모임이 끝나고 며칠 뒤, 명함을 늦게 드리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명함 링크를 공유드렸다. 피싱과 스미싱의 위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고 링크를 눌러 확인해 주셨고, 심지어 모임 전체에 공유까지 해주셨다. 내세울 것 없이 당당한 백수의 명함을 귀엽게 봐주셨나 보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 운에 힘입어 공연을 계속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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