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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Mar 17. 2022

장거리를 위한 단기 부스트

자기 합리화와 현실적 목표의 중간 어딘가에서

 요즘은 내가 세운 목표가 만족스럽게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나를 다시 강하게 몰아세우느냐, 아니면 기존 목표를 현실적인 목표로 수정할 것이냐를 두고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브런치에 일기 쓰기, 독서모임, 30일 물건 놓아주기, 노래 연습하기, 친환경 습관 들이기를 동시에 하다 보니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하나 이상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한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를 지키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게 되었다. 지금까지 브런치에 써온 결심들까지 나열하면 못 지키는 것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즐거운 유목민이 되겠다고 했는데 거짓말쟁이 양치기 유목민이 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어 즐거움이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의무감이 즐거움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문득 어제 만난 보컬 코치의 말이 생각났다.

 "의욕이 넘치는 것은 좋은데, 처음부터 너무 몰아치면 재미없어서 그만두게 될 거예요. 꾸준히 매일 하는 대신 30분 정도로 조금씩만 해주세요."

 "저는 즐거운유목민님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노래만 들어봐도 알아요. 음악을 계속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서점에서 집어 든 피트니스 코치의 책의 내용도 생각났다. 의외로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일수록 운동 루틴 따라 하기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유연한 사람은 '그럴 수도 있지. 다시 하면 돼.' 정도로 넘어가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지만 유연하지 못한 사람은 '이런 것조차도 꾸준히 못하다니. 나는 가망이 없어.'식으로 절망하고 쉽게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자기 비난과 자조의 악순환도 있는 한편, 자기 합리화로 시작된 미루기의 악순환도 있다. 다음으로 미루면 추진력을 잃어 막상 다음에 할 때 더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때, 또 다른 자기 합리화로 다시 미루거나, 앞서 얘기한 자기 비난과 자조의 악순환으로 빠질 수도 있다.


 내가 사용하는 자기 관리 도움 어플에는 빈도, 강도, 지속기간을 돌아보고 칭찬과 격려를 하라는 조언을 한다. 조언을 바탕으로 나에게 격려를 해본다.


'

 수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던 내가 한 달에 책 두 권을 꼬박꼬박 읽고 독후감을 쓴다는 것, 십 년 넘게 일기 한 줄 쓰지 않다가 두어 달 동안 브런치에 일기를 쓰게 된 것, 1년 넘게 만나는 사람 없이 혼자 지내다 독서모임에서 4개월 동안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된 것, 침대 옆 쓰레기도 버리지 않았던 내가 벌써 (1+.... + 18) 개의 물건을 놓아주었다는 것, 환경보호는 사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가 장바구니를 항상 챙기고 외출한다는 것, 10시간 넘게 TV만 보던 내가 2시간만 TV를 보게 된 것 모두 성공적으로 해왔다.

 30일 연속으로 매일 물건 놓아주기, 음식/식자재용 용기와 친환경 빨대 챙기기, 식비 절약하기는 지금도 자주 실패한다. 하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했다고 지금까지 해 온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힘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결과물이 못마땅하고 실패하더라도 시도는 매일 하자.

'


 글을 쓰고 나니 19개의 물건을 놓아줄 힘이 생겼다. 덕분에 오늘은 놓아주기 도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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