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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Mar 21. 2022

권태

자주 작은 변화를 도입해야 할 때

 평소처럼 노래 연습을 끝낸 뒤, 브런치 일기를 쓰기 위해 앉았다. 순간 내가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지루한 삶을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샐러드와 계란 두어 개로 브런치를 해결하고, 연습실에서 노래 연습을 하고, 연습 일지를 쓰고, 브런치를 쓰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나와 함께했던 물건들을 놓아주고, 저녁 차리고, 저녁 먹고, 설거지, 청소, 빨래 등 온갖 집안일을 하면 하루가 벌써 다 가있다. 주말, 휴일, 평일 할 것 없이 변화 없는 삶을 살다 보니 주저앉기 전 나의 일상처럼 반복적이고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같은 소절을 매일 여러 번 반복해 연습하는 것도 일주일 만에 지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보컬 코치가 하루 30분만 투자하라고 얘기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까. 작심삼일을 넘겼다고 좋아했는데 작심 4개월로 끝날 위기가 찾아온 것이었다. 즐거움이 노동으로 바뀌는 듯한 위기감이 몰려왔다. 혹시 이런 것을 번아웃이라고 하는 걸까. 백수의 삶을 설명하는 단어라기엔 너무 거창하니 권태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알맞을 것 같다.


 우선 원인을 찾아 머릿속과 일상을 되돌아본다. 어제는 숙면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하루 종일 뚱한 상태로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일의 우선순위와 균형이 깨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효율이 나지 않으니 어제 침대에서 잠들 때까지 몽유병 환자처럼 할 일 체크리스트를 꾸역꾸역 느리게 지워나갔다. 나를 돌아보고 보상하는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오늘 연습실에서도, 브런치를 쓰기 위해 의자에 앉았을 때도 뇌가 계속 경고음을 울리나 보다. 너 달라져야 되겠다고. 내가 복용하고 있는 약에 의지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간 문제인 것 같았다.


 나는 왜 그 전날 숙면을 하지 못했을까.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에 밤늦게 새벽 1시까지 ott 영상을 봤기 때문일까. 나는 왜 목표를 밤늦게서야 달성할까. 남들보다 늦게 하루를 시작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혹은 목표가 과도해져서 지금의 내 능력으로 계속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어제는 예상보다 길어진 잡일 때문에 에너지와 시간 분배를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봤던 각종 시간 관리와 효율성 관리 방법을 실천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면 나의 생활 반경에 수년 동안 큰 변화가 없어서 행동의 변화만으로 권태를 없애기엔 역부족이었을 수도 있다. 다른 동네에서 장을 보고, 먹어보지 못한 요리를 하고, 다른 곳에서 연습을 하고, 다른 곳에서 읽고 쓰고, 에너지 보충과 기분 전환을 위해 새로운 맛의 간식을 챙겨갈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방향의 가설 중 우선 생활환경을 바꿔보기로 했다. 우선 다른 식사와 다른 간식으로 산뜻하게 (?) 실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마침 사놓고 봉지를 뜯지 않은 과자가 이제야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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