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다음엔 요령이 온다
나는 실수를 정말 싫어한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온종일 마음이 불편하고
왜 그렇게 했을까 계속 곱씹고
머릿속에서 장면을 리플레이하면서 이불킥을 수십 번 한다.
심지어 누가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줘도
속으로는 ‘아니야, 난 그러면 안 됐어’ 하고 자책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지금 잘하게 된 많은 일들은
결국 그 ‘싫어했던 실수들’ 덕분에 가능해졌다.
예를 들면
메일을 잘못 보낸 적이 있다.
첨부파일 없이 ‘첨부파일 확인 부탁드립니다’만 보낸 메일.
그 후로는 무슨 메일을 쓰든
무조건 파일 먼저 첨부부터 누르고 시작한다. 이젠 거의 반사 신경이다.
또 예전에 약속 시간을 헷갈려서
중요한 약속에 30분 늦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약속 장소에 30분 이상 일찍 간다.
누가 봐도 과하다 싶을 정도지만 나는 그게 편하다.
사람 사이에서도 그랬다.
별생각 없이 던진 한 마디에
상대가 조용히 상처받았던 일이 있었다.
그 일을 겪은 뒤로
나는 상대가 아무 말도 안 해도 ‘괜찮았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이런 실수는 늘 나를 괴롭히고 민망하게 하지만
또 확실히 뼛속 깊이 새겨진다.
그 덕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나도 조금씩 성장한다.
그러니까 나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못했을 거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 애쓰는 내가
결국은 실수 덕분에 배워왔다.
참 복잡한 감정이다.
미워하지만 고마운?
멀리하고 싶지만 결국 손을 잡고 가는 존재
그게 나에게 실수다.
그래서 요즘은 실수를 덜 미워하려고 노력 중이다.
완전히 좋아하게 되긴 어려워도
적어도 너무 오래 괴로워하진 않기로
왜냐하면 어차피 나는 또 실수할 테니까
실수를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실수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그 실수로부터 배운다면
다음 실수는 조금 덜 아플지도 모른다.
어쩌면 실수란
인생이 나한테 보내는
“이건 네가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라는 작은 메모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