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대신 아침 인사로 깨는 아침
아침 출근길
손에는 커피, 어깨엔 가방
지각할까봐 급한 미음으로
아내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열리자 이미 안에 누군가 타고 있었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 하나가
가방을 멘 채 구석에 조용히 서 있던 아이는
우리가 타는 걸 보자마자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놀라서 아이를 바라봤다.
아직 말도 제대로 섞기 전인 하루의 시작인데
아이의 인사는 마치 불을 탁 켜는 것처럼
공간을 밝게 만들었다.
“어, 안녕~”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내도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가 먼저 인사하는 모습은 참 반갑고 신기하다.
예전엔 어른을 보면 인사하라고
부모님이 등을 떠밀었고
안 하면 혼나는 게 당연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인사는 의무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아이들이 어색하게 고개를 까딱이는 모습도 흔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강요도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다.
‘인사는 예의’라는 말보다
‘불편하지 않게 지내는 것’이 더 강조되는 세상이 되었고
그래서 누군가 먼저 인사하는 일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그날 아침, 엘리베이터 안의 그 아이는
그런 분위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듯했다.
억지로 한 인사도 아니었고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아직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이었는데
그 한마디에 나도 아내도
눈이 조금 더 떠지고 마음도 조금 더 일어났다.
문득 스무 살 무렵의 내가 떠올랐다.
그 시절엔 누가 나에게 인사를 해도
특히 아이들이 먼저 인사라도 하면
괜히 어색해서 대답도 제대로 못 하고 얼버무릴 때가 많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인사를 받는다는 게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는 일인데 말이다.
그때는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했고
내가 먼저 웃거나 반응을 보이는 게 ‘약한 모습’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아이들이 인사를 하면 어찌나 기쁜지 모른다.
순수하게 다가오는 그 한마디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날도 괜히 말을 붙이고 싶었다.
“학교 가는 길이야?”
“오늘 일찍 일어났네?”
그런 사소한 말들
하지만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괜히 어색해질까 봐
말이 길어질까 봐
조심스러워져서 결국엔 마음만 남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아이가 먼저 내릴 때
나와 아내는 동시에 아이를 바라봤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다음에 또 만나면 꼭 말을 걸어봐야지.
오늘처럼 인사를 해주면
나도 그냥 웃지만 말고 대화를 시작해봐야지.’
아무 말 없이 서 있기만 해도 되는 그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 먼저 말을 건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다.
어쩌면 그 아이는 몰랐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인사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이렇게 따뜻하게 시작하게 해줬다는 걸
그날 이후로 나는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누군가와 마주치는 일이 조금은 기다려진다.
언제 또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
그때는 꼭 인사만이 아니라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길 바래.”
그런 말 한마디를 전할 수 있다면
그날은 더 따뜻한 아침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