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버린 풍경 속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나를 찾아서
대학생 때 나는 혼자 제주도로 떠났다. 계획도, 확실한 목적도 없었지만 그냥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유학도 연수도 아닌 나만의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하며 숙식을 해결하고 남는 시간에는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다. 낯선 사람들과 스치듯 인사를 나누고, 익숙하지 않은 바람 속을 걸었다. 그 느린 하루하루가 나에게는 꼭 필요했다.
여행 중 나는 ‘나만의 바다’를 발견했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작은 해변이었다. 지도에도 이름이 잘 나오지 않았고 찾아가는 길도 복잡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그 바다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아무 생각 없이 있어도 괜찮았다. 세상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나온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바다는 내 하루의 마지막을 정리해 주는 공간이자 그 시절의 나를 다독이는 장소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나 제주도를 다시 찾았을 때, 바다는 변해 있었다. 작은 카페들이 들어서 있었고 해변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음악이 가득했다. 풍경은 더 예쁘고 활기찼지만 그 안에는 예전의 고요함이 없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사라진 건 바다의 고요함이 아니라 그곳을 그렇게 느끼던 ‘그 시절의 나’였다는 것을.
그 무렵 나는 한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잔잔한 멜로디와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가사는 바다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내게는 시간이 만든 거리감과 변화를 말하는 노래처럼 들렸다. 한때는 나만 알던 장소가 이제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어버린 것처럼 그 노래는 잃어버린 나의 한 조각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묘하다. 예전에는 단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움은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시절의 나를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그때의 나도, 그 바다도, 결국은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들이다.
나는 이 노래를 추천하고 싶다. 변해버린 풍경 속에서도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기억을 조용히 비춰주기 때문이다. 그리움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고 그 시절의 나를 따뜻하게 떠올리게 해주는 노래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 노래를 들으며 그 바다를 생각한다. 달빛이 부서지던 해변의 공기, 밤마다 불어오던 바람의 온도, 그리고 그때의 나. 이제는 돌아갈 수 없지만, 그 모든 기억이 여전히 내 안에서 잔잔히 파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