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우효)

코코와 칸, 나의 작은 민들레들

by 기억의 틈
우효(민들레)

우효의 <민들레>를 처음 들었을 때 이상하게도 떠오른 건 반려동물의 얼굴이었다. 가사는 짧고 단순하지만 그 밑바닥에 흐르는 멜로디는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꽃씨처럼 언제든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를 닮았다. 기타 스트로크 역시 세게 치지 않고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문지르는 듯 부드럽다. 곡 전체가 "머물고 싶지만 떠나야만 하는 마음"으로 흘러가며, 그 모습이 반려동물과 너무 닮아 있었다.


반려동물은 언제나 곁에 머물고 싶어 한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있으면 발치에 조용히 앉아 있고 문이 조금만 흔들려도 반가움이 얼굴 가득 번진다. 그런데 그 조그만 몸으로 건네는 사랑은 민들레 꽃잎처럼 가볍고 가벼운 만큼 어쩐지 슬프다. 우효의 목소리가 허공에 살짝 뜨듯 그들의 존재도 ‘잠시 빌려온 따뜻함’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민들레>의 후렴을 들으면 민들레가 사람의 손바닥 위에서 "조금만 더 머물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떠나야 꽃이 되는데도 잠시라도 붙잡혀 있고 싶은 꽃씨의 마음. 반려동물의 시선도 그렇다. 우리를 오래 바라보고, 따라다니고, 기대며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난 지금이 좋아. 조금만 더 같이 있자."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랑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언젠가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서로의 마음이 바래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시간의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들레>의 멜로디는 마음 한쪽을 살짝 잡아당겼다가 그대로 놓아주는 것처럼 들린다. 피크 대신 손가락으로 튕긴 기타 소리는 반려동물의 작고 따뜻한 발바닥 같고 공기를 스치는 우효의 보컬은 함께한 시간을 서둘러 기억하려는 마음처럼 느껴진다. 밝은데 슬프고, 가벼운데 단단하다.


그래서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관계가 ‘민들레와 바람’ 같다고 느낀다. 민들레는 손바닥에 조금 더 머물고 싶어 하고, 바람은 꽃씨가 더 멀리 날아가도록 결국 놓아주어야 한다. 반려인도 그렇다. 함께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지만 그들의 생은 우리의 생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오래 하는 법보다 사랑을 지금 더 깊게 느끼는 법을 배운다.


그게 반려동물이 삶에 남기는 가장 조용한 가르침이다. 짧다고 슬픈 것이 아니라, 짧기 때문에 더 사랑하게 되는 시간이 있다는 것. 우효의 <민들레>처럼 홀씨 하나가 바람을 타 떠나기 전 가장 환하게 빛나는 순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그들이 우리 손바닥에서 떠나도 그 온기만큼은 꽃씨처럼 삶 곳곳에 남아 아무도 모르는 자리에서 다시 작은 꽃을 피울 것이다.


그게 이 관계가 가진 기적 같은 면이다. 잠시였지만 충분했고 짧았지만 오래 남는다. 민들레처럼, 반려동물처럼. 사랑을 오래 붙잡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존재들.


얌전한 칸, 바쁜 코코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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