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되는 순간들
겨울이면 꼭 찾게 되는 노래들이 있다. 차갑게 식어버린 공기 속에서도 이상하게 온기가 피어오르는 곡들.
나에게 짙은의 <Feel Alright>은 그런 노래다.
첫 소절만 들려도 마음 한구석이 저절로 풀어지고 숨이 깊어진다. 마치 "괜찮아, 이제 집에 왔어" 하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처럼.
언제부턴가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아내와의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둘이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한 대화, 가끔 이유 없이 서운해지고 금세 풀리던 일들, 집 앞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웃었던 순간들까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일상들이 이 노래를 타고 조용히 되살아난다.
특히 “천천히 가도 괜찮아”라는 듯한 리듬은 우리가 함께 배운 속도에 닮아 있다.
너무 앞서 달려가던 시절도 있었고, 둘이 발을 맞추지 못해 어긋난 날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결국 우리는 같은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 과정이 조용히 쌓이며 ‘우리’가 되었고 그 모든 시간을 감싸듯 이 노래는 늘 곁에 있었다.
결혼을 하고 한집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 나는 ‘집’이라는 단어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집은 주소가 아니라 어떤 사람의 온도라는 걸.
주말 아침 창밖의 햇빛보다 먼저 느껴지는 따뜻한 기척, 그리고 이유 없이 같이 먹는 과일 한 조각이 만들어내는 사소한 평온.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Feel Alright’의 멜로디 같다. 조금 느리고, 조금 따뜻하고, 조금 설레는.
아내와 함께한 시간들을 떠올리면 나는 우리가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뿌듯해진다.
삶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느낌, 서로에게 기대어도 괜찮다는 믿음, 그 믿음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마치 이 노래가 조용히 반복되며 마음을 다독이는 것처럼.
그래서인지 겨울이면 나는 자연스럽게 이 노래를 튼다. 찬 바람이 볼을 스치고, 하루가 조금 길게 느껴지던 날이면 더더욱.
그리고 늘 같은 장면이 떠오른다.
어두운 거실에서 작은 스탠드만 켜놓고 아내는 이불을 몸에 감싼 채 졸음이 오는 얼굴을 하고 있고 나는 작은 컵에 따뜻한 차를 따라놓고 그 옆에 앉아 있는 모습.
그 순간이 바로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이란 결국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과 만들어가는 온도니까.
짙은의 노래는 내게 말한다.
그렇게 느리고, 그렇게 평온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서로를 향해 조금씩 더 다정해지려는 그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올겨울에도 나는 이 노래를 틀 것이다.
그리고 생각할 것이다.
아내와 함께라면 정말 그 말대로 괜찮을 거라고.
Feel Alright. 정말 그럴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