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잠들지 못한 이유
밤이 깊어갈수록 마음은 이상한 방향으로 흔들릴 때가 있다. 불은 꺼졌지만 마음은 꺼지지 않는 그런 밤. 나는 그런 순간마다 종종 한강을 갔다. 가을의 찬 공기가 코끝을 스치던 어느 밤, 한강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누군가는 달리고, 누군가는 산책하고, 누군가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묘하게 고립되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멈춰 선 것 같아서. 그날따라 강을 건너던 전철이 유난히 또렷하게 기억난다. 어둠 속을 향해 흔들림 없이 달려가는 불빛.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확신, 그리고 멈추지 않아도 되는 삶. 그 모습이 이상하게 부러웠다.
왜 그렇게 마음이 흔들렸는지,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나답게 살고 있지 못하다'는 아주 조용한 신호였다. 직업이라는 이름 아래 감당해야 하는 역할들, 누군가의 기대를 먼저 떠올리는 습관들, 선택의 순간마다 나를 미루어둔 시간들.
어쩌면 그 무게들이 쌓여 내 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SOS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장범준의 <잠이 오질 않네요>를 처음 들었을 때 이 감정들이 한꺼번에 얼굴을 드러냈다. "나를 떨리게 하나요 그대 왜 나를 설레게 하나요......" 가사는 사랑 노래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에는 ‘삶’이 그 자리에 들어앉았다.
뭔가가 나를 흔들고, 잠 못 들게 하고, 설레게도 하고, 또 아프게도 하는 존재. 그건 사람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나'에 가까웠다. 노래 속 리듬은 마치 한강 위의 물결처럼 일렁였고 기타 소리는 가을밤 전철 불빛처럼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부러워했던 건 전철이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는 삶"이었다는 걸.
나는 그날 이후로 스스로에게 조금씩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 선택은 정말 나를 위한 선택인가? 나는 지금 누구의 기대를 위해 살고 있는가? 나답게 살기 위해 바꿔야 할 건 무엇인가? 정답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있다. 그날 잠들지 못하던 밤에 듣던 그 노래가 내 안에 감춰두었던 갈망을 꺼내주었다는 것. 흔들리는 마음도, 잠 못 이루는 밤도 모두 나를 더 나다운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이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 이 노래를 듣는다. 특히 마음이 조용히 무너질 것만 같은 날,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헤매는 밤이면 더더욱.
혹시 당신도 요즘 잠이 오지 않는 밤을 보내고 있다면, 흔들림이 생기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면, 한강의 불빛처럼 마음이 일렁이고 있다면 장범준의 <잠이 오질 않네요>를 한 번 들어보기를. 이 노래는 단순히 설레는 마음을 노래하는 곡이 아니라 흔들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부드럽게 등을 토닥여주는 노래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결국 나답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그 밤은 실패가 아니라 시작이다.
노래는 말해준다. 흔들리는 마음도 괜찮다고 오늘 잠이 오지 않는 이유가 어쩌면 당신이 더 '나다운 길'로 가려는 움직임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이 밤이 조금 외롭더라도 조금 길더라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지금 당신만의 길이 시작되는 문 앞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