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소풍 Jul 03. 2019

드디어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고용되다

떠돌이 같은 임시교사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  3


대책 없는 용기와 뻔뻔함으로 미국 학교에서 임시교사를 하던 한국 아줌마가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났습니다. 

새로운 길에서 겁 없이 미국 학교의 특수학급 보조교사에 도전했습니다. 

떠돌이 임시교사가 특수학급 보조교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까지의야기  



담당자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세 군데 있는데 어느 곳을 원하냐고 물었다.

하나는 우리 큰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일반학급에서 통합 수업을 하고 있는 장애학생을  1:1로  보조하는 역할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리 둘째가 다니는 중학교의 특수학급 보조교사 자리였다.

마지막 하나는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초등학교의 특수학급 보조교사 자리였다. 

나머지 두 곳은 Part-Time 자리였기 때문에 기왕이면 Full-TIme 보조교사를 하고 싶었던 나는 초등학교 자리에 지원했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고 두 아이는 아주 잘했다고 기뻐하였다.

엄마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불편함을 피하고 싶었던 아이들의 마음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초등학교에 지원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8개월 간의 보따리 장사 같은 임시교사(Substitute Teacher) 생활을 정리하고 드디어 인근 초등학교의 특수학급의 보조교사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를 갖게 되었다.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것은 나에게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를 선물해 주었고 매일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 근무하는 생활은 나의 삶에 안정감을 되찾아주었다.




특수학급의 보조교사로 출근하는 첫날, 사회 초년생이 아닌데도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직장생활은 여전히 긴장감과 설렘으로 다가왔다.

집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지나면서 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초등학교의 사무실에 쭈뼛거리며 들어섰다.

베트남인지 필리핀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시아계 사무실 매니저가 자신의 모국어 억양이 섞인, 그러나 유창한 영어로 나를 환영해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려서 부모님을 따라 베트남에서 살았던 중국인으로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잠시 후 사무실 매니저의 연락을 받고 짧은 은발에 파란 눈을 가진 키 큰 백인 남자가 사무실에 성큼 들어섰다. 

교장이라며 악수를 청하기에 내 이름을 대며 내민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누었다.


내가 일할 교실을 향해 함께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상하게 교장이 낯이 익었다.

내가 어디서 본 듯하다고 하자 교장이 교실 문을 열려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기억이 났다.

갈색 머리의 여자 면접관과 들어섰을 때 보았던 은발의 키 큰 백인 면접관.

교장이 그 날 면접관 중의 한 명이었던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은 교장은 “아하!” 하더니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나를 면접 본 사람의 학교에 취직을 하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 만난 아이들은 자폐와 다운 증후군 또는 행동장애로 인해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특별한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3학년과 4학년 그리고 5학년 학생들이었다.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서 임시교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아이들의 상태나 증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매일 만나는 학생들 사이에서 뜬금없고 난데없이 수시로 발행하는 돌발상황과 문제행동들을 다루는 일은 나에게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 아이들과 익숙해질 무렵, 나는 아이들에게 “남다른 아이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물론 이 이름은 내가 혼자 아이들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이름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라는 생각보다는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남들과 다른 특별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아이들의 돌방행동이나 엉뚱한 문제행동들도 좀 더 쉽게 받아들이 수 있게 되었고 아이들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었다.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고 나니 그 아이들의 그 다른 점이 이해가 안 가는 이상한 문제행동으로 보이기보다 남들과 같은 내가 알 수 없는 남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그 남다른 면을 너그럽게 보아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미국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처음 특수학급 보조교사에 지원하던 때,  나는 주변에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을 시작한 후,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 주변 사람들이 생겼다.

그중 몇몇은 각자가 지원한 교육구에서 나와 비슷한 특수학급의 보조교사로 이미 일하고 있다.


이 일을 통해 큰 영향력은 아니지만 나 같은 사람도 내가 가진 좁은 관계의 테투리 안에서 누군가에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다른 사람 인생의 새로운 도전에 불을 붙여주는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며 놀라운 도전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 안에서 내가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일을 위해 발로 뛰며 하나하나 배워왔고 여기까지 온 내 작은 도전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작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비슷한 마음으로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이야기와 함께 내가 어떻게 특수학급 보조교사가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보조교사에 도전하여 지금은 나보다 더 의욕적으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보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첫발을 어떻게 뗄지 몰라 망설이는 이들이 있다면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Tip 1


면접이 통과되어 전화를 받아도 내가 일하게 될 학급이나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는 알 수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부분  출근해달라는 날에 학교에 가면 출근 첫날, 일하게 될 반이나 담당 교사 또는 내가 맡게 될 학생들을 처음 만나게 된다.  

특수학급 보조교사는 특수학급 담임교사를 보조하여 반 아이들을 돌보거나 특정 학생을 따라다니며 돕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근무 시간 내내 돌아다녀야 한다.

경험자로서 조언을 하자면 출근 첫날, 움직이기 용이한 옷차림과 편한 신발로 출근하는 것이 좋다.

어쩌면 수시로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거나 말썽을 부리는 학생을 따라 운동장을 달리거나 온 학교를 돌아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임시 교사를 하면서 경험했던 것이 있어서 아마도 하루 종일 학생들을 데리고 돌아다녀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 보조교사 첫 출근 날, 나는 옷은 깔끔하게 입되 움직이기 편한 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출근했다. 

나를 면접했던 우리 학교 교장은 나를 보자마자 내 신발을 먼저 확인하고 운동화를 신고 온 것을 보더니 엄지 손가락을 내밀면서 아주 잘 준비하고 왔다며 반가워했다. 



Tip 2


면접 후 취업이 되어 특정 학급이나 특정 학생의 보조교사로 일하게 되더라고 학년이 바뀌거나 때로는 학기 중에도 학교의 사정에 따라 또는 교장의 권한으로 일하는 학급이나 대상 학생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보조교사에게는 학급이나 학생을 선택할 권한이 별로 없다.

고용 시 정해진 근무시간에 준하여 학교와 학생들의 필요에 의해 나의 역할과 하는 일에 얼마든지 다른 요구가 주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일을 시작한 뒤에도 미리 예고 없이 갑자기 내가 일할 학급이나 학생이 바뀌어도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힘들거나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경우 담당교사나 교장과 상의하여 조율할 수는 있다.



Tip 3


같은 보조교사라도 교육구에 따라 선발절차에 차이가 있다. 

내가 일하는 교육구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경우 서류심사 후 면접을 진행하지만 어떤 지인이 지원한 교육구에서는 자체에서 진행하는 영어 필기시험 치를 것을 요구하였다.

그 지인에 의하면 시험이 어렵지는 않다고는 했지만 보조교사의 기본적인 영어 수준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교육구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구에서는 서류로 선발된 보조교사를 한꺼번에 면접하고 지원자와 학교의 필요에 따라 보조교사를 배치한다.

그러나 다른 지인이 지원한 교육구에서는 서류 통과 후 보조교사를 필요로 하는 여러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각 학교에 가서 면접을 보고 해당 학교와 지원자가 조율하여 고용을 결정했다고 한다.

때문에 지원하려는 교육구마다 요구사항이 다를 수 있다는 것에 유념하여 해당 교육구의 조건을 꼼꼼하게 확인하여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한 지 일 년 반 정도가 되어간다. 


지금 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주어진 제한된 나만의 시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일자리하고 생각하며 감사하게 일하고 있다.

물론 보수나 근무조건이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마흔 다된 나이에 미국에 와서 어눌한 영어로 일하면서도 교사로 그리고 엄마로 살았던 내 경험과 인생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언어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일이라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에 와서 만난 첫 직장 동료들과 나에게 맡겨진 학생들과 함께 하는 이 일을 내 여력이 닿는 한 계속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일의 좋은 점은 방학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학 동안은 보수가 전혀 없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과 같이 방학을 보내며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이전 02화 미국 학교 보조교사가 되기 위해 도전한 영어 인터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