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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Jul 16. 2019

아직 더 자도 되는 어떤 아침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기분 좋은 어느 순간 이야기 1


아무 생각도 없고, 어떤 기대도 없던 순간 문득 찾아든 작지만 기분 좋은 일.

그로 인해 내 인생의 3초가 어떤 때는 나의 하루가 달콤해집니다.

모르는 사이 삭막해진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아주 사소하고 극히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들.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아직 더 자도 되어 행복하다



무엇인가에  잠이 깨어 몽롱한 상태에서 생각이 선명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몇 시지?

아직 잠이 가시지 않은 한쪽 눈으로 뿌옇게 보이는 벽시계를 확인한다.

응? 아직 더 자도 되는군.

떴던 한쪽 눈을 감으며 이불을 당겨 덮는다.

한 시간은 더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의식의 끝이 저 멀리 달아나며 몽롱하게 잠에 빠져드는 순간 아주 달콤하고 포근한 기분 좋음이 나를 둘러싼다.


원래 더 잘 수 있는 시간이지만 뭔가 덤으로 더 잘 수 있는 시간을 얻은 듯 아주 따뜻하고 포근한 행복한 기분. 




항상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음 날 가족들이나 내 스케줄을 떠올리며 알람을 맞춘다.

늦지 않게 일어나서 하루를 무탈하게 시작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내가 깨야할 시간까지 마음 놓고 푹 자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냥, 문득,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잠이 깨어지는 순간이 있다.

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아직 알람이 안 울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시계를 확인하기 위해 슬그머니 눈꺼풀을 추켜올린다.

몽롱한 정신으로 시곗바늘을 헤아려보고 아직 잘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불을 끌어 덮으며 다시 잠에 빠지는 순간,  그 짧은 순간이 참 달콤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다시 잠에 들면서 아주 잠깐 생각한다.

아직 더 자도 되어서 참 좋다.  


덤으로 얻은 듯 다시 잠에 빠지는 찰나,  그 짧은 순간에 나는 몹시 행복하다.  


문득 잠에서 깬 어느 아침, 덤으로 얻은 잠이 행복한 순간이 있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방학이면 나는 독서실에 다니곤 했다.

독서실에 다니는 것이 공부를 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은 나의 착각임을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독서실에 다닌다는 자체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던 철없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종종 다음 날 아침 제일 일찍 독서실에 가겠다고 결심을 하며 알람시계를 맞춰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알람이 울린 이른 아침, 창 밖에는 희미한 빛과 함께 아직 어둠의 기운이 머물러 있었다. 

'한 시간 늦게 시작해도 해야 할 공부는 다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한 시간쯤 더 자고 맑은 정신으로 해야 공부도 더 잘 될 거야.'

어둑어둑한 창문을 쳐다보며 몽롱한 정신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린 나는 졸린 눈에 힘을 주어 알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맞추었다.

그리고 달콤한 잠 속에 다시 잠겨 드는 행복감으로 제시간에 못 일어난 찜찜한 마음을 덮으며 까무룩 하게 잠이 들곤 했다.

그런 날 아침이면 더 자도 된다는 행복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결국 다시 울린 알람 소리를 언제 나도 모르게 껐는지 해가 중천에 이르러서야 일어났다.

그리고는 괜히 엄마에게 짜증을 내며 독서실에 가곤 했다.


떠올려보면 어린 시절에도 덤으로 얻은 것 같은 더 잘 수 있는 아침 시간이 참 좋았고 다시 빠져드는 그 아침잠은 달달한 꿀잠이었던 것 같다.




가끔 만나는 자다가 깼는데 더 잘 수 있는 그 시간.

그것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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