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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Jul 20. 2019

빨간 신호등이 그린 라이트로 바뀌면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기분 좋은 어느 순간 이야기 2

아무 생각도 없고, 어떤 기대도 없던 순간 문득 찾아든 작지만 기분 좋은 일.

그로 인해 내 인생의 3초가 어떤 때는 나의 하루가 달콤해집니다.

모르는 사이 삭막해진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아주 사소하고 극히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들.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린 라이트?!
계속 달려도 되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



저 멀리 교차로의 빨간 신호등 앞에 선 차들이 보인다.

속도를 조금씩 줄이며 다가서는 순간 신호등의 빨간색이 사라짐과 동시에 초록색의 불이 들어온다.

아싸!

출발하는 차들을 따라 교차로를 지난다.

내 앞의 차들이 차선을 바꾸며 들고 나는 동안 저 앞의 신호등은 여전히 초록색이다.

지나갈 수 있을까?

와우~ 초록색 신호등 아래를 무사히 지나간다.

신호에 걸리지 않고 다음 교차로를 그리고 또 다음 교차로를 지난다.

예상보다 일찍 목적지 근처에 다다라서 빨간 신호등 앞에 너그럽게 차를 세운다.

운전하는 동안 빨간 신호에 한 번도 걸리지 않고 초록 신호 아래를 지나 칠 때마다 길을 가다 500원짜리 동전을 주운 열 살짜리처럼 얼씨구 얼씨구 신이 난다.




수많은 바쁜 일정 속에 분주하게 도로를 주행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기대치 않았는데 연달아 켜지는 초록 신호등의 행운을 경험하는 날이 있다.

그 행운 덕분에 좋은 기분으로 여유 있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순간 느낀다.

감사하기도 하지. 이렇게 운이 좋은 날도 있네. 


그런데 항상 그런 행운을 기대할 수 있다는 착각에 늑장을 부리다가는 시간에 쫓겨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아무 생각 없이, 어떤 기대도 없이 도로를 달리다가 우연히 연달아 켜지는 그린 라이트를 아래를 지날 때.

바로 그 순간,  과장하자면 내 앞에 깔린 할리우드의 레드카펫을 걷는 짜릿함을 느낀다.

레드카펫 위를 한 번도 걸어본 적 없지만 그린 라이트 아래를 쉼 없이 달리는 기분과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물론 레드카펫의 순간적인 황홀함처럼 곧 줄을 선 차들 틈에 끼거나 가는 곳마다 빨간 신호등에 걸리는 순간 그 짜릿함은 연기와 같이 사라져 버리지만 말이다.




만약 누군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또는 바쁜 마음으로 주행하는 중에 빨간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면서 쉬지 않고 교차로를 지날 수 있었다면,

그 초록불의 행운이 두 번째, 세 번째도 이어지는 행운을 누렸다면 

멈춤 없이 초록색 신호 아래를 지나는 그 짧지만 짜릿했던 행복감으로 하루가 즐거울 수 있기를!




만약에 이 우연한 행운을 자주 맛보고 싶다면 저 앞의 신호등이 빨강일 때 천천히 속도를 줄여서 다가가면 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내 차가 신호등 근처에 다다를 때 빨강이 초록으로 바뀌어 멈춤 없이 달리는 행운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니까.


인생에서 만나는 작은 신호등이 주는 우연한 기쁨. 

그것은 우연하게 주어지는 행운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내가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속도를 늦추면 좀 더 자주 가질 수 있는 행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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