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3번 방에 여름 방학이 찾아왔다
올봄, 봄이 왔다는데도 우리 곁을 떠나지 못하고 유난히 끈질기게 머물렀던 겨울과 그 힘에 밀려난 봄의 우울한 하늘 그리고 뜬금없이 수시로 찾아오던 비에 3번 방 꼬마들과 교사들은 돌아가면서 독감을 앓았다.
여전히 우울한 날씨에 캘리포니아 여름의 후끈함이 채 도착하지 못한 어설픈 여름 어느 날, 모두가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을 한 달 앞두고 3번 방 한쪽 벽에는 서른 개의 작은 CountDown 풍선이 달렸다.
그리고 매일 아침, 아이들이 입을 쩍 벌리고 눈을 반짝이며 초집중하는 가운데 3번 방 담임 Ms. K가 CountDown 풍선 중 하나를 터뜨렸다.
서른 개의 풍선이 하나 씩 터지고 방학 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3번 방 가족들은 가슴은 설렘과 기대로 두근거렸다.
방학하는 날, 부모들과 함께한 조촐한 Potluck Party를 끝으로 3번 방 아이들은 여름방학 속으로 떠났다.
긴 여름 방학이 지나고 새 학년이 시작되면 되면 마지막까지 3번 방에 남았던 열세 명의 남다른 꼬마들 중 아마 두 꼬마는 다시 3번 방으로 돌아올 것이다.
나머지 꼬마들은 나이가 차서, 또는 상태가 많이 나아져서 다른 학교 또는 다른 반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운이 좋으면 학교 운동장에서나 동네에서 마주치게 될 것이다.
3번 방에서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특수학급 보조교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한 학년을 시작부터 끝까지 같이 보낸 남다른 꼬맹이들과의 시간.
어느 날은 천사도 같았다가 다음 날은 악마인 것 같았다가, 아까는 사랑스러웠다가 잠시 후에는 미워지기도 했던 3번 방 꼬마들.
그 아이들과 5명의 동료들과 함께 보낸 시간의 여정을 모두 마친 것을 그저 기적이었다고 부르겠다.
늑대 소년의 조그만 이빨에 친구들이 물리는 사고와 폭발하는 분노에 망가지는 교실 때문에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없었던 학년초를 떠올리면 지금도 식은땀이 난다.
초임 교사인 3번 방 담임과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뒤 시끄럽게 3번 방을 떠난 조스네 가족은 씁쓸한 기억으로 남았다.
고집쟁이, 말썽쟁이, 버럭쟁이, 징징 쟁이 그리고 울보들과의 하루하루를 돌아보면 한숨이 나지만 그 속에서도 웃음 나던 날들이 있어서 지난 1년을 무사히 보낸 것 같다.
그 모든 과정을 지나 한 학년의 학교생활이 마무리되는 방학 하는 날, 남다른 꼬마들이 모두 떠난 빈 교실을 정리하며 3번 방 교사들은 서로에 대해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모처럼 거리낄 것 없는 표정으로 웃음을 나누었다.
1년을 무사히 마친 안도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월급은 없지만 잠시 학교과 아이들을 떠나 쉼과 여유를 누릴 방학이 시작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3번 방을 떠난 꼬마들을 우연히 운동장이네 동네에서 마주친다면 나를 기억할까?
예전처럼 “Ms. P”하고 부르며 달려와 안아줄까?
아마도 새 친구들과 새 선생님들과의 시간이 쌓여가는 만큼 3번 방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질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아이들 기억이 희미해진 후에도 그 아이들의 다섯 살과 여섯 살이던 시절은 내 기억 속에 그 아이들 모습 그대로 한참 동안 남아있을 테니까.
지난 1년, 3번 방에서 남다른 꼬마들과의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허했던 시간을 함께 해준 동료들, 고맙습니다.
그대들이 있어서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그대들은 여름방학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또 어떤 대단한 남다른 아이들을 만난다 해도
우리는 잘 이겨낼 것입니다.
방학을 마음껏 즐기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들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그대들 덕분의 나의 날은 눈부셨습니다.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올봄, 3번 방 꼬마들과의 우여곡절 많은 시간 속에서 허덕일 때 틈틈이 깨알 재미를 선사해주었던 감동적인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배우 김혜자 님의 마지막 대사를 빌어 동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