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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Sep 21. 2019

인생에서 한 번쯤 스쳐 지나는 마흔두 살을 돌아보며

날마다 조금씩 늙어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는 어느 순간 이야기 2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먹는 것은 바로 '나이'입니다.

성장을 의미하던 나이 드는 것이 어느 때부터인가는 늙어가는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성장이 멈춘 어른들은 바로 그 늙어가는 나이를 먹게 됩니다.

날마다, 매시각 늙어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평소에는 잊은 듯 삽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또는 사소한 어떤 사건으로 인하여

내가 늙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깊이 자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가 늙었나 보다'라는 생각에 화다닥 놀라는 순간들.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마흔두 살이 되었대!!!



개인적으로 나이 먹는 것에 대해 별로 아쉬움이나 반감이 없었던 편이다.

얼굴에 늘어가는 가는 주름이 안타깝고 하나씩 돋아나는 하얀 새치가 밉살스럽긴 하지만 나이를 먹는 것이 좋은 점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나이를 먹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왔다.


그런데 마흔두 살이 되는 새해를 앞두었을 때는 느낌이 좀 달랐다.

어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마흔둘을 훨씬 넘긴 뒤에도 나에게 마흔둘이라는 숫자는 엄마의 나이로 인식되어 있었다.

엄마의 서른을, 마흔을 그리고 쉰과 예순을 함께 지나왔고 지금은 엄마의 일흔을 함께 하고 있지만 내 생각 어디쯤에 마흔둘은 엄마의 나이라는 어떤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엄마의 나이라고 생각했던 마흔둘이 되던 해를 앞두고 이전과 다르게 한 살 더 먹는 것에 묘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나는 마흔둘이 되는 날, 내가 굉장히 늙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르신들이 읽으면 가소롭다고 헛웃음을 웃으시겠지만 이상하게 내 나이가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마흔이 되었을 때도, 마흔한 살을 먹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그 나이를 받아들였는데 마흔두 살을 받아들이는 일이 이상하게 힘겹고 두려웠다.

나의 젊음은 이제 다 소진되어 남아있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 한 해 내내 ‘나도 늙었구나’라는 자각과 생각에서 치우쳐 늙어간다는 서글픔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나도 모르게 인식했던 엄마의 나이에 마침내 나도 닿아버렸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한 해는 유난히 몸도 더 피곤했고 아침에 일어나도 여전히 기운이 없는 것 같았다.

깜빡거리는 건망증도 더 심해지는 것 같았고 새치도 더 많이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마음이 그러니 몸도 느꼈는지 평생 없었던 피부 알레르기로 얼굴에 하얀 각질이 일어났고 아무리 좋은 것을 발라도 피부가 갈라지는 것이 낫지 않아 그해 내내 고생을 했다. 


이상한 것이 마흔둘이 지나고 마흔셋을 먹고 나니 오히려 나이를 먹는 것이 다시 자연스러운 연례행사로 다가왔고 몸의 피로감도 덜해졌으며 피부 알레르기도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은 마흔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의 나이를 안타깝지만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 예전처럼 나이 먹는 것의 유익함을 즐기려 노력하면서.




나는 의사나 과학자는 아니지만 내게 찾아왔던 마흔두 살이 내 삶의 여정에 찾아온 내가 나에게 보내는 어떤 ‘느낌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나도 깨닫지 못했지만 사십 년을 사용한 내 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호였을 수도 있고, 앞으로 살아갈 남은 생을 위해 나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점점 나이 들어갈 나 자신을 보살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경고였을 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한 두 번씩은, 예민한 사람들은 서너 번씩 특별한 어떤 나이에  ‘느낌표’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마흔두 살의 시간을 갖지 않나 생각한다.

언젠가 또 나에게 두 번째 마흔두 살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주어진 삶을 살면서 만나는 각자의 마흔두 살을 무사히 통과하기를 각자의 '느낌표'와 마주한 모든 이들을 위해 응원한다.

그렇게 어제 보다 하루 더 나이 먹고 있는 이 순간도 나이를 먹고 있는 자신을 더 이상 나이를 먹을 필요가 없을 때까지 받아들이고 안아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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