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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Aug 24. 2019

살다보면 마켓 계산대에서 천사를 만나기도 한다.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기분 좋은 어느 순간 이야기 3

아무 생각도 없고, 어떤 기대도 없던 순간 문득 찾아든 작지만 기분 좋은 일.

그로 인해 내 인생의 3초가 어떤 때는 나의 하루가 달콤해집니다.

모르는 사이 삭막해진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아주 사소하고 극히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들.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싫어하지만 피할 수 없는,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인 장보기 숙제를 위해 마켓에 들어선다.


역시나 오늘도 마켓에는 가족이나 자신의 먹거리와 쓸거리를 위해 열심히 장을 보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지나는 길에 잠깐 들른 것이라 제한된 시간에 장보기를 끝내야 하는 나는 채소 코너를 향해 카트를 밀고 가면서 재빨리 주변에 있는 과일들을 스캔한다.

머릿속에 있는 장 볼 목록을 따라 1분도 지체 없이 장보기를 끝내고 다른 카트 한 개라도 제치려 애를 쓰며 계산대 쪽으로 뛰듯이 걸어간다.


이제, 어느 계산대 앞에 줄을 서는지에 따라 내가 마켓을 떠나는 시간이 결정될 것이다.

아무리 고개를 빼고 둘러봐도 줄을 서고 싶은 대기줄 짧은 계산대가 없다.

빨리 마켓을 떠나고 싶다는 열망에 사람들의 카트를 재빨리 둘러보고 카트에 담긴 물건이 적은 사람 뒤에 선다.


내가 선 계산대의 계산원과 손님이 어떤 물건에 대해 뭔가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 실랑이가 길어지는 것 같다. 

'이런……, 줄을 잘 못 섰구나.' 

낭패감에  고개를 돌리는데, 바로 옆 계산대 번호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곧 계산대에 들어서는 계산원과 눈이 마주친다.

나를 향한 계산원의 손짓에 부리나케 카트를 옮겨 물건을 계산대에 올리기 시작한다.


머리 뒤에 후광이 비추는지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일사 철리로 계산을 끝내는 계산원의  얼굴이 유난히 밝고 환해 보인다.

"감사합니다." 

어쩜 이 분은 손도 이렇게 빠르고 인사도 남달리 친절할까?

후광이 더 밝아지는 듯 환한 계산원의 얼굴이 천사처럼 빛난다. 

아까 내 앞에 서있던 카트의 주인이 지금에서야 물건을 계산대에 올리는 것이 보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들유들해진 나는 계산대를 떠나면서 천사 같은 계산원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마켓 문을 나서는 내 뒤로 좋은 기분이 졸졸졸 따라오는 것만 같다. 


계산 대 앞에서 초조해하는 나를 오라고 불러주는 저 계산원은 천사같이 예쁘기도 하시다.




사실 마켓에서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야 5분 차이. 

아무리 짧은 줄에 서서 계산이 일찍 끝나도 5분 정도 빠를 것이다. 


마켓의 계산대의 줄에서 그 5분 기다리는 일이 나를 안달하게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고것 좀 일찍 했다고 긴장으로 빳빳해졌던 내 마음이 금세 유들유들해지기도 한다.


5분에 안달하고 안도하는 나는 참으로 쉬운 사람이구나. 

그런데 그 쉬운 걸 나 스스로는 조절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니, 참으로 좁은 도량을 가진 모양이다. 


5분이나 10분의 기다림이 내 마음을 달라지게 할 수 없는 어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줄에 서서 기다리는 시간쯤 느긋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넓은 아량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계산대 앞에 선 천사를 만나고 돌아온 저녁, 그 천사 때문에 기분 좋았던 순간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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