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소풍 Jan 28. 2020

코로나바이러스가 누구의 책임이든, 일단은 걸리지 맙시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중국을 미워했던 한국 아줌마의 어느 날

우리 옆 동네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다

아직은 저 멀리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덜컥 내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니 내 밑바닥에 숨어있던 못된 감정이 쑤욱 올라왔다.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명명한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이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에 슬슬 걱정이 되었다.

뉴스와 유튜브 등에서는 영화에서나 본 듯한 무서운 상황들이 보도되고 있어 점점 불안해졌다.

그런데 지난 주말 옆동네 중국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를 듣고, 주말에 만난 한국인 지인들과 이런 끔찍한 바이러스를 거침없이 퍼트리는 몰상식하고 무개념인 중국인들에 대한 원망과 미운 마음을 마구 쏟아냈다.


나보다 먼저 친구들로부터 소식을 접한 두 아이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중국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안 돼."

"중국 아이들과 좀 거리를 두는 게 좋겠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대형약국과 화장품 가게의 혼합형의 형태를 갖춘 동네의 CVS라는 마켓에 갔던 남편은 마스크가 동이 나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오늘 내가 일하고 있는 미국 초등학교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우리 아이들도 친구들과 온종일 이 무서운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을 나누었다고 다.




설을 맞아 중국인들의 대이동으로 인해, 그리고 연휴라고 여행을 오가는 여러 사람들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려했던 것처럼 무섭게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관련 연구자들에 의해 박쥐와 중간 매체인 뱀 같은 것을 통해 야생동물에게 있는 바이러스가 변종되며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와 함께 중국인들의 몰상식하게 느껴질 정도의 거침없는 식성과 식욕이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동시에 박쥐와 뱀을 비롯해 각종 야생동물을 거리낌 없이 먹는 중국인들에 대한 경멸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이 병의 진원지인 우한을 비롯한 중국인 전체에 대한 혐오와 경멸은 극에 달하고 있다.


2002년 홍콩을 강타한 뒤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사스도 코로나바이러스였다.

당시에 중국의 무책임하고 허술한 방역체계와 중국인들의 위생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이 컸던 기억이 난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도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가지였다.

당시 낙타 고기를 먹고 감염되는 거라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어떻게 낙타를 먹냐며 중동 사람들 비난했었다.

지금도 메르스를 떠올리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낙타고기에 대한 비화가 기억난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인들의 불굴의 식성과 식욕에 대한 혐오로 그리고 중국인들에 대해 우리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에  대한 무자비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렸을 적에 시골에 있는 친척네 집에 가면 병에서 나와 꿈틀거리며 돌아다닐 것처럼 무서운 뱀이 들어있는 술병이 전시되어있다.

그것을 몸에 좋다고 나눠마시는 친척 어른들이 징그럽게 느껴졌다.

나는 기억도 못하는 어릴 적, 시골학교에서 근무하던 아버지가 동료들과 뱀을 잡아서 구워 먹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끼친 적도 있었다.

정력과 자양강장에 좋다면서 살아있는 곰의 쓸개즙을 쪽쪽 빨아 마시는 것 같은 야만적인 보신 관광을 일삼는 이들의 몰상식한 행각에 같은 한국인임이 몹시도 부끄럽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구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며 개를 먹는 미개한 민족으로 낙인이 찍힌 것이 바로 한국사람들이다.

물론 소고기나 돼지고기 또는 말고기와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쨌든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는 사랑스러운 개를 보신용으로 섭취하는 한국인들은 한때  세계적인 비난의 대상이었다.

미국에 살면서 간혹 미국인들이 한국사람들이 개를 먹는 게 사실이냐며 물어와서 난감할 때가 있다.

그런 우리가 박쥐나 박쥐를 먹은 뱀을 먹었다며 중국인들의 야만적이고 미개한 행태를 경멸하며 비난하고 있다.


물론 동물에게서 변종되어 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지금의 우한 폐렴, 모두 사람들의 이기심에서 시작되었음은 분명하다.

확실하지 않은 속설과 의학적 근거도 없는 것들, 특히 안 먹는 게 좋은 것을 굳이 보양식으로 먹어 이런 무서운 병을 야기한 사람들,

증상이 있음에도 약을 먹고 몰래 다른 나라에 들어간 것을 영웅담처럼 떠드는 사람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감염이 되었음에도 거리낌 없이 사람들과 접촉하며 병의 전파자가 된 사람들,

자국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위험천만한 이기심으로 사실을 숨기고 감추어서 더 많은 희생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부주의와 이기심으로 인해 누군가는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없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전 세계를 두려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쩌면 중국인들의 행태에 분개하여 마구 비난하면서, 나만은 그 병에 걸리지 않아야겠다며 자신을 챙기기에 급급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상황을 더 무섭게 만들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병을 옮기게 만든 동물들을 먹는 인간의 탐심과 욕심은 잘못이다.

그로 인해 셀 수도 없는 많은 이들이 공포와 고통 가운데 놓이게 되었으니, 야만스럽고 무분별한 야생동물의 섭취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적이 없던 것처럼 중국인들의 행태에 비난을 위한 비난과 경멸하기 위한 경멸을 무분별하게 외치는 것은 한국인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는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것 같아 두렵다.


중국인들은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박쥐와 뱀을 비롯한 야생동물을 먹는 야만적인 행동을 멈춰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 역시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학설에 휘둘려 중국인들처럼 누군가가 혐오감을 느끼는 것을 몸에 좋다는 이유로 섭취하는 것을 멈춰야 할 것이다.

언젠가 아무 생각 없이 먹은 그것에서 새로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내 몸에 들어올지 모르니 말이다.




학교 동료에게서 중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마스크를 사 보내서 온 동네 마스크가 동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정도는 과장이고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것이다.

나도 한국에 있는 가족이 걱정이 되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곳에 가족이 있는 이들이 얼마나 걱정이 되면 마스크를 싹쓸이해서 보낼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무서운 바이러스퍼트린 중국 사람도, 그것을 제대로 통제 못한 중국 정부도 밉고 원망스럽지만, 가족과 지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안타까워 마구 비난했던 못된 내 못된 마음이 미안해졌다.




Global 시대답게 이제는 한 지역의 문제가 세계의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되었고, 중국의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게 되는 데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네 나라 사람이 건강해야에 내 나라 사람이 건강하고 네가 병에 안 걸려야 내가 병에 안 걸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각자 스스로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도록, 혹시 바이러스가 나를 거쳐가더라도 이겨낼 수 있도록 잘 먹고 잘 자며 틈내서 운동하고, 무엇보다 손을 열심히 씻어야겠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를 줄이는데 기여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막는데 효과가 있을 거라 N 95 마스크를 주문했다.

마스크가 도착하기 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아야 할 텐데......

아니, 마스크가 도착하기 전에 코로나바이러스 대혼란의 사태가 진정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튜버, 블로거님들 덕분에 사는 1인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