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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Feb 07. 2020

3번 방의 똑똑한 흉내쟁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너무 약은 나나 이야기

3번 방의 질투쟁이 나나.

요즘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일컬어 "관종"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3번 방의 나나는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난 꼬마 "관꼬"다.





베트남 부모를 가진 나나는 말라깽이다.

간식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손톱만 한 과자 한 두 개를 겨우 겨우 먹는다.

그 손톱만 한 과자를 다람쥐처럼 갈아먹는 게 답답해서 나는 입에 쏙 넣고 씹어먹으라고 잔소리를 하곤 한다.

그렇게 조금 먹고도 무슨 힘으로 그런가 싶게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활발한 아이다.  


나나는 자기 이름도 잘 쓰고 알파벳과 숫자를 다 읽을 줄 알아는 똑순이다.

3번 방에서 제일 똘똘한 나나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선생님 흉내다.

내가 하던 말이 어디서 들려온다 싶으면 나나가 다른 3번 방 꼬마의 잘못을 혼내고 있다.

내가 하던 말을 그대로 하면서 말이다.

틈만 나면 3번 방 교사들의 잔소리를 그대로 흉내 내며 친구들에게 잔소리를 한다.


그런데… 이 꼬마 선생님이 수시로 돌발적으로 말썽을 부린다는 게 함정이다.

이디가 다른 아이를 때려서 혼내고 있으면 잠시 후 나나가 누군가를 때리고 있다.

케랍이 물건을 던져서 꾸중을 하면 얼마 후 뜬금없이 케랍의 물건을 던진다.

나쁜 행동을 흉내 내고 어떤 결과가 벌어지나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나는 친구가 같이 놀고 싶어 하면 좀 노는 척하다가 일부러 도망을 가서 친구를 안달 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친구가 다른 놀거리를 찾으면 슬그머니 와서 같이 놀자며 꼬드긴다.

교사들이 나나의 그런 돌발행동에 머리가 아픈 이유는 나나가 사리분별이 분명한 아이인데 다른 사람에게 주목을 받고 싶어 일부러 문제 행동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나나는 샘이 많다.

친구가 칭찬을 받으면 꼭 나서서 자기도 했다며 칭찬을 받으려고 한다.

누가 새 옷을 입고 와서 예쁘다고 하면 나나는 쪼르르 달려와서 자기 옷 좀 보라고 한다.

가끔은 귀엽지만 늘 그러다 보니 나나의 행동이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은 카랍 뜬금없이 나나를 때렸다.

나나는 한쪽 눈만 감은 채로 교사들을 보면서 우는 시늉을 했다.

나나에게 울지 말고 카랍에게 때리지 말라고 분명하게 말을 하라고 한 뒤 지켜보았다.

교사들이 더 달래주지 않자 나나는 슬그머니 우는 척을 멈추더니 카랍에게 "때리지 말라"라고 말하고는 다른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듯했다.

그런데 잠시 후, 나나는 줄을 서는 카랍에게 다가가서 주먹을 날렸다.

물론 주 먹이래 봤자 밤알만 한 것이지만 나나는 복수를 해버린 것이다.

결국 혼이 날 때 살짝 억울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뒤돌아서는 나나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 보였다.

 

참 이상한 게 어수룩하고 사리 분별이 안 되는 아이들이 말썽을 부리면 불쌍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혼을 내면서도 안쓰럽다.

그런데 똘똘하고 상황을 분별할 줄 하는 아이가 같은 말썽을 부리면 그 아이의 영악함을 보는 기분이 든다. 


이 귀엽고 조그만 3번 방의 똑순이 나나가 "관꼬"에서 벗어나, 조금은 어수룩하면서 순진한 5살 꼬마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처럼 샌드위치도 크게 한 입 먹고 과자도 한 주먹씩 먹는 먹성 좋은 아이가 되었으면 더 좋겠다.

무엇보다 누구를 흉내 내지 않고 나나 자신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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