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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Jun 27. 2020

학교는 필요하다.

온라인 수업으로 깨달았다. 학교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휴교를 하게 된 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수업 듣기 위해서, 숙제를 하기 위해서 그리고 친구와 소통하기 위해서, 또 게임을 하기 위해서.



 

휴교 가운데 무사히 2019-2020학년도를 마치기 위해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곧 학교와 교실이 없어질 거라는 어느 미래 학자의 말처럼 진짜로 온라인 학교가 시작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휴교와 준비 없이 시작된 온라인 수업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혼란스러웠다.

그 와중에 부지런하고 열의가 있는 교사는 수업 시간에 모니터로 아이들을 만나 수업을 진행했다.

어떤 교사들은 Google Classroom이라는 온라인 교실을 열어 수업 자료를 올리고 학생들은 거기에 숙제를 올리기도 했다.

더 성의 없는 교사들은 일주일에 한 번 숙제를 이메일로 툭 던져주고는 끝이었다.


온라인 학교가 시작되자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컴퓨터 앞에 붙어있던 아이들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게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서 선생님의 온라인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하거나 선생님이 내준 퀴즈를 풀었다.

가끔 아이들을 등 뒤에서 몰래 훔쳐보면 수업과 숙제 화면 뒤로 잡다한 화면이 공존해있었다.

온라인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를 하는 것일까 싶었다.

숙제가 끝나도 아이들은 못 만나는 친구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을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즐기던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계속 앉아 있었다.




드디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휴교 때부터 몇 달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자니 답답하다.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이 머물고 있어 집 밖으로 아이들을 내보낼 수도 없고, 마땅히 안심하고 갈 곳도 없는 데다 함부로 데리고 다니기도 겁이 난다.

엄마로서 아이들을 집에 두는 게 제일 안심은 되니 결국 아이들을 컴퓨터 앞에 앉혀둘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교실과 책상이 사라지고 건물이 필요 없는 온라인 학교의 시대가 온다는 미래 학자의 말이 생각났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겠다.


교육구와 학교에서는 개학을 하면 교실당 학생수를 줄이고 아이들 간 거리를 확보하겠다며 여러 가지로 고심 중인 모양이다.

주변 대학들 중에는 새 학기에 온라인 수업을 하겠다고 발표한 곳도 있다.

한국 뉴스를 보자니 어렵게 개학한 학교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다시 휴교에 들어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상황이 이곳저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새 학년이 시작되어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사는 아이들을 계속 보게 되는 건 아닐까?




문득 학교 가는 일이 별 것 아니었던 예전이 생각난다.

그때는 아침이면 학교에 가는 것이 아주 당연한 것이어서 학교를 안 가는 날이 특별했다.

아침이 되면 학교에 가서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으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수업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종소리에 신이 나서 집에 돌아오는 일상이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침마다 눈을 떠서 학교 가는 일을 지겨워했던 것을, 빨리 주말이 되어 학교를 안 갔으면 손가락을 꼽던 것을 반성한다.

아침이면 동네가 시끄럽게 떠들면서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과 마주치던 일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 데리러 온 학부도들의 차로 길이 막혀 짜증 나던 일이 다시 일상이 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니 마음이 착잡하다.


매일 아침이면 당연했던 등교길과 신이 났던 하굣길


함께 먹던 점심, 함께 놀던 장난감, 함께 뛰어다니던 놀이터


미래 학자가 말한 온라인 학교를 몇 달 경험해보고 깨달았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필요하다.

수업을 들을 교실과 체육 수업을 할 운동장이 필요하다.

같이 떠들고 함께 점심을 먹을 학교 친구들이 필요하다.

가끔 투닥거리고 잠깐 서로가 미워질지라도 돌아서서 웃으며 장난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의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에게는 아이들이 매일 아침 책가방을 메고 등교해야 하는 학교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들이 살 거 같다.

그리고 엄마도 살 거 같다.


미래학자가 말한 학교가 없어진다는 미래가 아주 아주 나중에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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