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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Jan 08. 2021

내 것이 아닌 것을 뺏긴 날

참 시시한 첫 시


첫 시를 적으며...


저에게 시는 사색하는 사람들이 인생의 깊이와 날카로운 직관을 담아 은유와 함축을 통해 세상에 들려주는 신비하고 오묘한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동시는 호호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되어서도 맑고 투명한 동심과 어린 심성을 가진 이들이 쓰는 동심이 폴폴 묻어나는 사랑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정말로 어쩌다가 미주 아동문학의 동시 부문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아마도 미국에 사는 훌륭한 예비 시인들이 바빠서 지원이 적어서 얼떨결에 뽑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덜컥 상을 받고 나니 사색과 직관도 없고 문학적인 감동을 담아낼 재간도 없음에도 시와 동시를 써 보고 싶어 졌습니다.

마음은 있었으나 브런치를 시작하고도 부끄럽고 자신이 없어 그동안 망설이며 딴 이야기만 적어왔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세상에는 동심이 희미해진 마음으로 아이 흉내 내면서 쓴 것이 다 티 나는 동시도, 어떤 비유나 함축 없이 속이 훤히 보여서 미안한 시도, 아무라도 쓸 거 같고 생각이 마구 읽히는 시도 "그래, 그렇지"하며 읽어주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해도 되었으니 용기를 내었습니다.


동심이 제대로 묻어나지 않는 어른이 쓴 티가 팍팍 나는 동시,

너무 쉽고 별 것 없어 누구라도 썼을 것 같이 마냥 쉬운 시,

그런 "참 시시한 시"를 시작해봅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뺏긴 날



준다더니 못준대

줄 거 같더니 안 준대


화가 나고 

억울하고 

마구마구 속이 상한다


준다고나 하지 말지

줄 것처럼 굴지나 말지


미워서

서운해서

불끈불끈 심통이 난다


밤새 뒤척이며 선잠에서 깨어난 아침

햇살에 정신이 든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잖아

내게 올 것이라 생각도 안 했었잖아

참 얄궂다

내 것 아닌 것을

마치 빼앗긴 것처럼 분을 내고 있네


사람 마음 참 얄궂다

사람 욕심 끝이 없다



*시시한 시의 뒷 이야기*


며칠 전, 아무 생각도 없었던 일을 맡기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너무 기뻐서 흥분했다가 잘 해낼까 염려가 되기도 하고 상황이 궁금해서 좀 물어봤더니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다는 답변이 왔다.


서운하고 속이 상해서 종일 기분이 우울했다. 생각해보니 내 것도 아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마치 내 것을 빼앗긴 것처럼 화가 나고, 심지어 나를 믿고 맡길까 했던 고마운 이를 미워할 뻔했다. 그래서 사람 욕심이 무서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랬을 것이다. 처음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을 때, 대통령이 된 것에 본인도 놀랐을 거라 생각이 들만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고 나니 대통령 자리가 자기 것처럼 느껴졌겠지. 그래서 재선에서 진 것을 도둑질당했다고 여기는 것이겠지. 그러니 국민들이 죽어가는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선동질하는 무모한 행동을 한 것이겠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계속 대통령을 하고 싶은 것이겠지. 


사람 욕심은 무섭다. 그 무서운 욕심은 끝이 없다. 욕심이 커지기 전에 얼른 버리지 않으면 욕심에 잡아먹히기도 한다.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내 것이 아닌 것에 섣불리 욕심내는 마음을 버리며 살아야겠다.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images/id-1526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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