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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Jun 06. 2021

나만의 안데르센 세계 명작 : 남다른 아기 오리

남들과 달라서 특별한 아기 오리의 이야기

원작 미운 아기 오리에 제가 일터에서 만나는 남다르게 특별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다른 오리들과 달리 헤엄치기가 아닌 엉뚱한 것을 좋아하는 남다른 아기 오리를 만나보세요.




호수 마을에 있는 빨간 지붕 헛간에는 경사가 났습니다. 엄마 오리가 오랫동안 공들여 품었던 여덟 개의 알에서 여덟 마리의 아기 오리들이 태어났거든요. 호수 마을의 조용했던 헛간은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기 오리들이 둥지 안에서 조그마한 노란 주둥이를 내미는 모습을 보러 온 동물들로 북적거렸어요. 엄마 오리와 아빠 오리는 아기 오리들의 솜털이 난 등을 하나하나 쓸어주기도 하고 번갈아가며 먹이를 구해다 쉴 새 없이 열어대는 노란 작은 주둥이에 넣어주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아유~ 저 귀여운 것들 좀 봐. 에구에구~ 먹는 것도 귀여워라."

둥그런 눈을 더 둥그렇게 뜬 암소 할머니가 아기 오리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감탄을 연발했어요.

"그러게요, 보송한 하얀 털이 너무 사랑스럽네요."

항상 낮잠을 자던 돼지 아줌마도 낮잠을 포기한 채 아기 오리들 구경에 여념이 없었어요.

얼마 전 알은 낳아 둥지를 떠날 수 없는 암탉이 둥지 속의 알들을 조심스레 굴리며 한 마디 거들었어요.

"얼른 우리 귀여운 병아리들이 아기 오리들과 같이 노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아기 오리 탄생 소식의 떠들썩함이 잦아들 무렵, 엄마 오리와 아빠 오리는 아기 오리들에게 바깥세상을 보여주기로 했어요. 오리 가족의 첫나들이 소식에 잠시 잠잠했던 호수 마을은 다시 흥분에 술렁였어요. 아빠 오리는 아침 일찍부터 아기 오리들의 첫걸음마에 방해가 되는 것이 없는지 살펴보러 다녔어요. 엄마 오리가 자랑스럽게 아기 오리들을 줄 세워 헛간을 나섰어요. 아직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기 오리들이 첫 세상 구경에 신이 나서 들썩이며 엄마 오리 뒤를 따라 올망졸망 걷는 사랑스러운 모습에 구경 나온 동물들이 흐뭇하게 웃었어요.

"어라? 저기 좀 보세요. 저 아기 오리는 왜 엄마를 따라가지 않을까요?"

창틀에 앉아 털을 다듬으며 아기 오리들이 줄을 지어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바라보던 고양이 아가씨가 말했어요.

그러네요! 가족이 떠난 빈 둥지의 한쪽에 조그만 주둥이로 둥지 구석만 콕콕거리는 아기 오리 한 마리가 덩그러니 남아있었어요.  

"오리 엄마! 여기 아기 오리 한 마리가 혼자 남았어요!"

둥지를 떠날 수 없어 고개만 빼고 오리들의 행진을 바라보던 암탉이 외쳤어요.

"오리 엄마, 오리 아빠, 여기 좀 봐요!"

염소 할아버지가 깜짝 놀라 엄마 오리와 아빠 오리를 불러 세웠어요.

엄마 오리는 아기 오리들의 걸음을 멈추었고 아빠 오리는 부리나케 둥지로 돌아왔어요. 아빠 오리는 계속 둥지 구석만 콕콕대는 아기 오리를 둥지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 위해 애를 썼어요. 하지만 아기 오리는 아빠의 말에 더 구석으로 숨었어요. 엄마 오리가 돌아와서 아기 오리를 쓰다듬고 안아서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아기 오리는 소리를 질렀어요.

"꽥꽥! 싫어, 싫어, 꽥꽥!"

한참 실랑이를 했지만 아기 오리를 나들이에 데리고 갈 수 없었던 엄마 오리는 아기 오리와 함께 둥지에 남았어요. 아빠 오리는 화가 나는 것을 참고 다른 일곱 아기 오리들을 데리고 헛간 옆에 있는 잔디밭까지 산책을 다녀왔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을의 동물들은 별난 아기 오리의 모습에 대해 수군거리며 고개를 저었어요. 귀여운 아기 오리들의 탄생에 어깨가 들썩했던 아빠 오리와 엄마 오리는 별난 아기 오리의 소동에 풀이 죽었어요.

다른 아기 오리들이 아빠 오리나 엄마 오리를 따라 점점 멀리까지 나들이를 다니는 동안 별난 아기 오리는 어쩔 수 없이 둥지에 함께 남은 아빠 오리나 엄마 오리의 불편한 눈빛을 아는지 모르는지 둥지 구석만 콕콕대고 있었어요. 바깥 구경을 하고 돌아온 다른 아기 오리들이 나들이에서 본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느라 신이 난 동안에도 아기 오리는 혼자 헛간의 벽이나 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둥지 구석을 쪼을 뿐이었어요.

아기 오리들에게 헤엄치기를 가르치기 위해 호수에 나가야 하는 날이 되었어요. 처음 물에 들어가는 아기 오리들을 위해서 아빠 오리와 엄마 오리가 같이 가야 했어요. 근심 어린 아빠 오리와 엄마 오리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머니 소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어요.

"내가 둥지를 호수가로 옮겨 줄 테니 여덟째 아기 오리가 있는 둥지를 호수 옆에 두고 다른 아기 오리들에게 헤엄치기를 가르치면 어떨까? 헤엄치기를 하는 동안 내가 둥지 옆에 있을게."

아빠 오리가 아기 오리의 안전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사이 엄마 오리는 줄을 선 일곱 마리 아기 오리들을 이끌고 천천히 물에 들어갔어요. 무섭다고 차갑다고 호들갑을 떨던 아기 오리들이 엄마 오리를 따라 천천히 작은 원을 그리며 헤엄을 치기 시작하자 아기 오리들의 첫 헤엄을 구경 나온 동물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점점 큰 원을 그려가는 아기 오리들을 바라보는 아빠 오리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그려졌어요. 암소 할머니의 보호 아래 호수 옆 둥지 안에 홀로 앉아 있던 아기 오리는 호수에 그려지는 동그란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피곤해진 아기 오리들이 엄마 등에 올라타기 시작하자 오리 가족은 헛간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구경 나온 동물들은 씩씩하게 아빠 오리를 따라 헛간으로 향하는 일곱 아기 오리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었어요. 하지만 암소 할머니 등에 얹힌 둥지에 오도카니 앉아 헛간으로 돌아가는 별난 아기 오리를 향해서는 참 별나다고 고개를 흔들었어요.


"암소 할머니,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헤엄 치느라 피곤했는지 일찍 잠든 일곱 아기 오리를 바라보던 엄마 오리가 고개 숙여 인사했어요. 별난 아기 오리는 형제들과 떨어진 둥지 구석에 앉아 헛간의 벽과 바닥만 눈을 굴리며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잠이 들었어요. 엄마 오리는 별난 아기 오리를 다른 형제들 옆으로 옮겨주고 그 옆에 누웠어요. 잠든 모습은 다른 아기 오리들과 똑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별난 아기 오리 옆에 누운 엄마 오리는 헛간의 모든 동물들이 단잠에 빠지기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그때 잠에서 부스스 일어난 별난 아기 오리가 다시 둥지 구석으로 가더니 잠이 가시지 않은 눈을 굴리며 중얼거렸어요.

"반짝반짝해. 나는 빛을 가질 거야."

아기 오리는 헛간 창으로 스며든 달빛이 희미하게 닿는 둥지 구석을 주둥이로 톡톡 두드렸어요. 아기 오리는 달빛이 헛간 벽과 바닥을 지나며 서서히 옮겨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꾸벅꾸벅 졸더니 다시 잠이 들었어요. 엄마 오리는 알았어요. 여덟째 아기 오리는 별난 게 아니었어요. 다른 오리들과 다르게 빛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제법 헤엄치기에 익숙해진 일곱 아기 오리를 아빠 오리가 호수로 데리고 간 사이에 엄마 오리는 여덟째 아기 오리와 함께 둥지에 남아있었어요. 아기 오리는 헛간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만드는 헛간 벽과 바닥의 밝은 선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슬그머니 웃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햇빛이 둥지의 구석에 들자 그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햇빛이 닿는 부분을 콕콕댔어요. 그날 밤 나들이에 피곤한 다른 가족이 잠든 사이 엄마 오리는 달빛이 들어오지 않는 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여덟째 아기 오리에게 속삭였어요.

"엄마가 더 예쁜 빛을 보여줄까? 아주 반짝반짝하는 거 말이야."

달빛이 들어오지 않아 시무룩했던 아기 오리는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헛간 밖에 나가면 그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어."

엄마 오리의 말에 아기 오리는 몸을 움츠렸지만 엄마 오리의 따듯한 날갯짓에 엄마 오리를 따라 둥지를 나섰어요. 처음 둥지 밖으로 나온 아기 오리가 서툴게 헛간을 걸어 나오는 동안 아기 오리를 바라보며 헛간 앞에서 기다리던 엄마 오리가 아기 오리를 안아주었어요.

"저기를 보렴"

엄마 오리가 나무판자 위에 아기 오리를 앉히고 날갯짓을 했어요.

"우와 아아~"

아기 오리는 달이 없는 까만 하늘에 콕콕 박힌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환성을 질렀어요.

"나는 반짝이는 게 좋아요."

아기 오리를 안아주며 엄마 오리가 말했어요.

"저것들은 별들이야. 까만 밤에 더 밝게 빛나지."

 그때 조용히 곁으로 다가온 암소 할머니가 말했어요.

"너는 헤엄치기나 산책 대신 빛을 좋아하는 오리구나. 별난 오리가 아니라 다른 오리들과 다른 아주 특별한 오리인걸!"

"암소 할머니 알고 계셨어요?"

엄마 오리는 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기 오리를 토닥이며 물었어요.  

"그럼, 이 특별한 아기 오리가 첫날부터 둥지에 손톱만큼 들어오는 햇빛이 드는 자리를 찾아 앉는 것을 보고 알았지. 모두가 잠든 밤에 달빛이 지나는 자리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것을 보며 알았지. 이렇게 남다른 아기 오리는 정말 오랜만인걸. 오리 엄마, 이 남다른 아기 오리와 따뜻한 빛을 즐겨보는 건 어떻겠소?"

엄마 오리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어요.

"네, 할머니 말씀이 맞아요. 우리 남다른 아기 오리는 특별해요."

이제 오리 가족은 매일 함께 호수로 나들이를 가게 되었어요. 다른 일곱 아기 오리들이 신나게 헤엄을 치며 노는 동안 남다른 아기 오리는 햇빛이 호수에 비쳐 반짝반짝 반사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아빠 오리와 엄마 오리는 헤엄 치기를 좋아하는 일곱 아기 오리들도, 반짝이는 햇빛을 보려고 호숫가의 바위 위에 서 있는 남다른 아기 오리도 사랑했어요. 호수 마을에 더 이상 별난 아기 오리는 살지 않아요. 귀여운 아기 오리들과 조금 특별한 남다른 아기 오리만 있을 뿐이지요. 남다르지 않은 아기 오리와 남다른 아기 오리가 함께 어울려 사는 오리 가족은 다른 동물들과 함께 호수 마을에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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