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친구들과 나눠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교육의 방향이었던 특수학급에서 친구들과 나눠 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가르쳐야 했던 지난 1년이었다. 친구를 받아들이고 친구와 어울리도록 가르쳐왔던 교실에서 친구는 잠재적인 바이러스 전파자일 수 있다고 가르쳐야 했다.
"Don't share with others!" 다른 사람과 함께 쓰지 마!
"No sharing!" 공유 금지!
"You can't share it with friends" 그걸 친구들과 함께 나누면 안 돼!
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한 학년이 끝났다.
특수학급의 자폐나 다운증후군을 가진 많은 아이들이 아주 질긴 소고집의 성향을 보인다. 이 남다른 아이들은 자신의 영역에 집착하며 익숙한 일정이나 환경이 바뀌는 것에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일부러 다치게 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자신의 영역이나 소유, 익숙해진 일과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그것을 침범하는 상대에게 공격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때문에 특수학급에서는 남다른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돕기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누고 공유하는 법과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공감하는 기술을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가르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상황은 그간의 나눔과 공유의 미덕에 위배되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을 만들었다. 남다른 아이들은 책상 주변에 쳐진 개인적 안전 울타리 안에 머물러야 했고 월요일에 고른 장난감을 개인 용기에 넣고 혼자만 갖고 놀아야 했다. 한 주간 읽기 위해 고른 책은 혼자만 읽어야 했고 간식도 나눠 먹을 수 없었다. 쉬는 시간에 마스크를 벗으려면 친구들과 더 먼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했고 넘어진 친구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거나 슬퍼하는 친구를 안아주는 것은 전면 금지였다.
Share, Take turns, Together와 같은 포스터가 붙어있던 자리에 No sharing, Don't touch, Stay in your area와 같은 포스터가 붙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과 물건을 나눠 쓰는 것이, 친구에게 바짝 붙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가르쳐야 했다. 무엇인가를 나누고 놀이를 함께 하고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아이들에게 거의 매일 주입시켜야 했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가 하지 말라면 하고 싶어 지는지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공간과 물건을 공유하라는 교육을 하던 시절에는 자신의 장난감에 친구의 손만 스쳐도 소리를 지르던 아이가 자신의 장난감을 탐내는 것 같은 친구에게 친절을 베풀며 선뜻 빌려주고 싶어 했다.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라며 친구가 가까이 다가와도 괜찮다고 할 때는 화를 내던 아이가 친구를 향해 자기 책상으로 오라고 불러대곤 했다. 운동장에서 각자의 공이나 훌라후프를 차지하게 되자 전에는 그것을 독차지하고 싶어 투닥대던 아이들이 공이나 훌라후프 하나를 친구와 공유하며 함께 놀고 싶어 안달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상만 이상하게 만든 게 아니라 교육 현장의 모습과 교육 내용까지 바꿔 놓았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법을 가르치던 교실에서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어야 건강하고 안전하다고 가르쳐야 했다. 그렇게 공간도 물건도 공유할 수 없었던 학교 생활이 방학을 맞았다. 방학을 맞은 빈 교실에서 지난 1년간 매일 해왔던 것처럼 교실의 물건을 닦고 소독하면서 생각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돌아오는 학교는 나눠 쓰라고 가르치는 학교가 될 수 있을까? 장난감은 친구와 함께 갖고 노는 것이고 학교 물건은 서로 돌아가며 사용하는 것이라고, 넘어진 친구에게는 다가가서 괜찮냐며 일으켜줘야 하고 우는 친구가 있으면 토닥이며 안아줘야 한다고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바이러스를 공유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과 사랑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친구를 잠재적인 바이러스 전파자가 아니라 삶을 공유하는 따뜻한 대상으로 여기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 한 해 아이들 책상 주변에 만들었던 울타리 테이프를 제거하며 속으로 외쳤다.
"나~ 돌아갈래!"
다른 이들과 삶의 영역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삶의 막장에 선 영호의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가 철로 위해서 외치던 절규 속 대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