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에서 장을 보는 중에 카트에 앉힌 꼬마 아이가 징징대는 통에 진이 빠진 한 젊은 엄마 옆을 지나치게 되었다. 문득 가방에 있는 막대 사탕이 생각났지만 혹시나 오지랖일까 싶어 잠깐 망설이다 그 엄마에게 조용히 다가가 아이에게 막대 사탕을 줘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젊은 엄마는 눈을 반짝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 멀어져 가는 젊은 엄마가 미는 카트에 앉은 아이는 동그란 사탕이 매달린 막대를 입에 물고 나를 향해 귀여운 웃음을 날렸다. 오물대는 아이 입술 밖으로 나온 하얀 막대가 이리저리 춤을 추는 모습에 나도 싱긋 웃었다. 아이 엄마의 쇼핑이 끝날 때까지 그 사탕이 남아있었기를 바라며 막대 사탕을 쪽쪽거리던 아이 모습을 시에 담아보았다.
막대 사탕
막대 사탕을 입에 넣으면
볼록한 볼에
가득 차는 달콤한 생각
막대를 돌돌 굴리면
또르르
혓바닥 위에서 춤을 추는
동그란 행복
나는 막대 사탕 조종사
딸기밭 위를 지나
바나나 배를 타고
초콜릿 파도를 넘는다
입술을 쪽쪽
침을 꼴깍
행복이
뱃속까지
추르릅
어?
동그란 녀석이 사라진
허전한 혓바닥에
뻣뻣한 막대만
씁쓸한
아쉬움이
막대 끝에
흐물흐물
………………………
*시시한 시의 뒷 이야기*
우리 아이들이 어리던 시절, 가방에 막대 사탕을 넣고 다니던 습관이 있었다. 장을 보다가, 다른 동네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웃집과 차를 마시는 중에 아이가 칭얼거리기 시작할 때 막대사탕을 꺼내 주면, 아이는 아주 진지한 표정을 지은채 서툰 손짓으로 사탕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는 해맑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함박 벌린 입에 사탕을 쏙 집어넣은 후 볼록한 볼을 손으로 톡톡 치며 신이 나서 어깨를 움찔거리며 춤을 추곤 했다. 물론 조만간 세상에서 가장 아쉬운 얼굴로 침이 뚝뚝 떨어지는 끝이 흐물흐물한 막대를 입에서 꺼내 내 앞에 들이밀던 잠깐의 자유였지만, 그때는 아이들과 외출할 때 가방 속 막대 사탕이 몇 개가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이제 아이들과의 외출 때 사탕이 필요 없어진 지 오래지만, 어디서 막대 사탕이 생기면 가방에 잘 챙겨둔다. 마음은 분주한데 마트 쇼핑 카트 위에서 칭얼거리는 아이 때문에 피곤해하는 젊은 엄마를 만나면 “사탕 줘도 돼요?” 묻고 가방에서 사탕을 꺼내 준다. 감사와 안도의 한숨을 남기고 다시 쇼핑에 뛰어드는 젊은 엄마와 볼록해진 볼로 기분이 좋아진 아이의 웃음이 나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엄마는 사탕이 사라지기 전까지 잠깐이라도, 운이 좋으면 무사히 쇼핑을 끝낼 때까지 아이의 칭얼거림 없이 장보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미는 카드 위의 아이는 딸기나 바나나 또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오물거리며 막대가 흐물 댈 때까지 만이라도 행복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