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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Feb 03. 2019

미국 학교 임시교사 취업을 위한 서류 작업의 여정

어줍은 영어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 취업 이야기  3


안녕하세요? 저 영어 진짜 못하는 한국 아줌마예요.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 일해요.

어떻게 하냐고요? 유창한 영어는 안 되지만 대책 없는 용기와 아줌마의 뻔뻔함이면 되더라고요.


미국에 온 지 오 년쯤 되던 어느 날, 항상 무엇엔가 분주했지만 열매는 없이 열심만 있던 삶에서 벗어나 싶어 졌다.

어떠한 모양이든 열매를 맺고 그 열매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다시 일하고 싶다는 갈증에 낯선 미국 사회에 뛰어들기 위한 각오를 단단히 하고 드디어 뭔가를 시작할 수 있겠다는 꿈과 희망에 부풀었던 내게 시작도 하기 전에 의욕을 잃게 했던 것은 모교의 행정실 직원들이었다.





미국 학교에 취업하기 위해 한국에서 서류를 받는 과정은 나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우리나라 최고 교육기관이라는 대학의 행정실이란 곳에서 졸업생의 성적 증명서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에 실망과 분노를 넘어 부끄럽고 창피하기까지 했다.



 

약속도 없이 찾아간 지역 교육구 사무실에서 다행히 친절한 직원을 만나 알록달록한 종이 뭉탱이를 받아왔지만 종이들을 펼쳐놓고 보고 보니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다시 살펴봐야 했다.

당시 내 주변에는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더라 말해주는 지인들은 있었지만 내가 하려는 미국 학교 Substitute Teacher를 시도해본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도움을 구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갈 길이 까마득했지만 서류를 여러 번 훑어보고 그 직원이 한 말을 되새겨보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졸업한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받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임시 교원 자격증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졸업한 대학이나 대학원에 의뢰하여 인봉 된 영문 성적증명서와 영문 졸업증명서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지역 교육구 사무실에서 준 종이 중 하나에 나열되어 있는 Evaluation Center(평가기관) 중 한 곳에 인봉 된 서류를 보내어 내가 들었던 교직과목에 대해 학점 인정을 받아야 했다

받아온 평가 기관 목록에 있는 몇 군데 전화를 해서 문의해보니 평가 인준 금액이 기관마다 달랐다. 그래서 제일 저렴한 곳을 선택한 뒤 그 평가기관 직원이 시키는 대로 홈페이지에 회원등록을 했다.


이제 할 일은 한국에 있는 모교에 연락을 해서 인봉 된 영문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받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서류를 받는 과정은 단단히 무장된 마음으로 도전해보려고 한껏 고무된 나를 시작도 하기 전에 맥 빠지게 만들었다.

서류를 받는 과정에서 나는 우리나라 학교 행정실 직원들이 얼마나 허술하게 일하는지, 얼마나 무책임한지 여실히 경험하게 되었다.

물론 학교의 모든 행정실 직원들의 일처리가 허술하고 무책임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졸업생이 자신이 처리한 서류로 인해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빈틈없고 완벽하게 요청한 서류를 처리해주는 직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영문 성적증명서를 받는 데만 나는 근 한 달을 마음고생해야 했다.

국제전화로 졸업한 학교 행정실 담당자와 통화를 하여 내게 필요한 서류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직원의 말에 의하면 대리인이 증명서를 받아 나에게 국제특송으로 보내는 방법이 제일 빠르고 간단하기에 친정아버지께 부탁을 드렸다.

미국에 간 딸이 당신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교직에 사표를 낸 것에 대해 많이 서운해하셨던 아버지는 한걸음에 지방에 있는 내 모교에 달려가서 서류를 받아 보내주셨다.

국제 특송으로 닷새 만에 서류가 도착했다.

인봉한 서류를 그대로 평가기관에 보내야 해서 궁금했지만 뜯어보지도 못한 채 우체국에 가서 등기우편으로 인봉 된 영문 성적 증명서와 졸업 증명서를 보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데 2주쯤 지나 평가 기관에서 오류가 있다면서 연락이 왔다.

나는 당연히 내가 실수를 한 줄 알고 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을 하고 다시 연락을 했더니 성적증명서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4년제 대학인데 2년 그러니까 4학기 학점 밖에 없어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평가기관 직원이 사진을 찍어 보낸 것을 확인해 보니 정말 성적 증명서에 4학기 학점 밖에 없었다.

모교의 행정실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서 물으니 그 이전 2년의 성적은 영문 번역이 적용되기 전이라서 영문 번역이 된 2년 것만 보냈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했다.

 

4년 제 대학 성적증명서라고 하면 당연히 8학기 성적이 모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영문 번역을 핑계로 얼버무리는 행정에 답답했지만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 성적증명서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친정아버지께 다시 모교에 가서 서류를 받아 주십사 부탁을 했다.

이번에는 내가 확인을 하고 보내려고 인봉 된 것 한통과 함께 내가 볼 수 있도록 성적증명서 한 통을 더 부탁했다.

그날 당장 우체국에 가신 아버지를 통해 며칠 후 받은 서류를 열어보고 나는 기가 막혔다. 8학기를 만들기는 했는데 같은 해를 두 번씩 넣어서 여전히 2년 4학기가 두 번씩 찍힌 성적 증명서를 받은 것이다.

이번에는 너무 화가 나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일을 한 직원은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 하더라고 한번  문제가 된 서류를 대학 행정실의 모든 일을 총괄하는 행정실장이라는 사람도, 자신의 이름으로 서류를 발부하는 대학 총장이라는 사람도 확인을 안 한 채 서명을 했다는 것이, 그것도 두 번이나 무책임한 행정처리를 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봉 해서 보내는 서류라면 중요한 곳에 쓰일 수도 있는데 반복되는 실수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그들의 행정처리는 화가 날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만약 이번에 확인하지 않고 지난번처럼 인봉 된 서류를 그대로 평가 기관에 보냈다면 그들은 내가 졸업한 학교를 한심하게 여겼을 것이다.

내가 확인하고 보내지 않아서 다행이지 한국의 교육대학이란 곳의 행정 처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며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내가 졸업한 학교에 대해 신뢰감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 화가 났다.

나의 경우야 그 증명서로 합격 당락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중요한 학교 입학이나 편입, 취업에 필요할 수도 있는 서류를 이렇게 미비하게 처리하여 피해를 보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 혼자 오지랖 넓은 분노에 휩싸였다.


결국 숨길 수 없는 나의 분노의 전화를 받고 아차 한 행정실 직원은 미안하다며 서류를 다시 작성하여 직접 국제 특송으로 보내줬다.  

세 번의 국제 특송 우편을 통해서야 나는 제대로 된 성적증명서를 받았고 평가 기관에 처음 연락을 하고 한 달이 넘어서야 제대로 된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기관에 다시 보낼 수 있었다.


발부되는 서류에 서명을 하기 전에 기본 사항은 확인하는 것이 관리자와 책임자의 임무임을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만약 학교의 행정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서류를 정확하게 작성해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인봉하여 보낸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서류라는 것인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해서 서류를 보낸다면 인생의 전환점에 선 어떤 이들은 그 서류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아픔을 맛보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그런 허술한 서류를 받은 학교나 기관에서는 지원자의 모교뿐 아니라 그 학교를 졸업한 지원자까지 우습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서류를 평가기관에 보내는 과정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타국의 교사 자격증 소지 이주민에게만 임시 교원 자격증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교원 자격증이나 교사 경험과 상관없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한 경우 그 과목의 학점을 인정하여 임시 교원자격증을 발부해준다.

이것은 이전에 모국에서 교사로 일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모국의 대학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했다면 캘리포니아에서 5년짜리 임시 교원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임시로나마 Substitute Teacher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곧 일을 하게 될 거라는 착각 어린 기대감으로 시작한 서류 처리 과정이 어처구니없는 행정실 직원의 반복된 실수로 지루하게 늘어지면서 불타올랐던 의욕이 실망과 분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결국 그 과정에서 여름 방학이 코 앞에 다가왔고 이러다가는 더 이상 진전도 없이 두 달 반이라는 긴 여름방학을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불안감과 상황도 나를 돕지 않는다는 서글픔에 내 마음은 널을 뛰고 있었다.


아, 목말라서 우물을 판다고 금방 시원한 물이 솟아날 거라 기대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인생이란 게 늘 그렇듯이 나의 뜻과 계획은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어디선가 날아오는 돌멩이에 의해 상처가 나기 마련이다.

개척자의 인생이란 이런 것이지. 조급함과 조바심을 버리자. 스스로를 다독였다.

나의 불굴의 취업 정신은 암초에 걸렸지만 그 암초에 붙들리지 않기 위해 나는 여전히 안간힘을 쓰며 취업전선에 서 있었다.




Tip!

인봉한 중요한 서류를 받아야 할 때는 2통을 요청하여 평가기관이나 지원하는 곳에 보내기 전, 서류 한 통을 열어서 내용을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

사람은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으나 가끔은 그 실수가 내가 졸업한 학교에 대한 신뢰감에 의심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지원자인 나 자신의 자격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작은 실수로 인한 내 인생의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 달 넘게 마음고생을 하며 행정처리를 맹신한 나 자신의 어설픈 믿음에게 주는 훈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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