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소풍 Feb 08. 2019

마침내 캘리포니아의 임시 교원 자격증을 받은 날

어줍은 영어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 취업 이야기  4


안녕하세요? 저 영어 진짜 못하는 한국 아줌마예요.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 일해요.

어떻게 하냐고요? 유창한 영어는 안 되지만 대책 없는 용기와 아줌마의 뻔뻔함이면 되더라고요.



미국에서 5년을 엄마와 ESL반 학생으로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날 다시 사회에 나가 일을 하고 싶어 졌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미국 학교의 Substitute Teacher(임시교사)가 그것이었다.

캘리포니아의 5년짜리 임시교사 자격증을 받으면 임시교사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에겐 길고 길었던 인고의 시간을 지나 한국의 모교에서 필요한 서류를 받았다.

꼬리를 내리려는 용기와 의욕을 꼭 붙잡고 다음 단계를 향해 발을 떼었다.






미국 학교에 취업하는 것은 나에게 인내와 기다림을 요했다




모교의 행정처리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시간을 거쳐 제대로 된 성적 증명서와 졸업 증명서를  Evaluation Center(평가기관)에 발송한 지  2주 정도 지나서 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가 끝났고 서류를 보낸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나서 인봉 된 평가결과 서류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미리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은 후 평가결과 서류를 들고 지역 교육구 사무실에 찾아갔다.

담당 직원이 서류 봉투를 뜯어 확인하고 서류를 복사하였다.

직원 말로는 서류를 California의 주도인 새크라멘토에(Sacramento) 있는 주 교육구 사무실(State District Office)에 보낸 후  임시 교사 자격증이 발송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Finger Print Screen( 지문 감식)을 해야 한다고 해서 감식비를 내고 지문을 찍었다.

학교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범죄경력을 포함한 신분 조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학부모 회장(PTA Principal)이나 학부모 회장 보조(Assistant PTA Principal)는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해서 학교의 여러 가지 일들을 지원한다.

매일 학교에서 아이들과 접하는 자원봉사(Volunteer) 직도 신분조회를 위한 지문 감식을 요구한다.

지문 감식 절차를 통과한 자원봉사자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돌볼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직원은 지문 감식 확인 서류를 주면서 나중에 일을 하게 될 때 원본을 제출하지 말고 복사를 해서 기관에 내라고 알려주었다.  

매일 우편함을 열어보며 주 교육구에서 오는 서류를 기다렸지만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

혹시 서류가 제대로 안 간 것이 아닌지, 내 성적 증명서나 졸업 증명서 평가 결과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점점 초조해졌다.

발품을 팔아야 직성이 풀리는 무모함이 발동, 다시 지역 교육구 사무실을 찾아가서 물어보니 확인해보더니 서류가 벌써 나왔다는 것이다.

분명히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어설픈 영어를 들킬까 봐 말을 아끼며 서류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종이를 한 장 인쇄하여 주는데 그 종이가 임시 교원 자격증이라면서 일하게 되는 교육구나 학교에 복사를 해서 내라고 하는 것이었다.

집에 와서 임시 교원 자격증과 처음 지역 교육구 사무실에서 준 서류들을 다시 훑어보았다.

그리고 교사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경험자에게 얻은 정확한 정보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카더라 방법만으로 시작하여 나는 공연히 시간을 많이 허비하였다.

누군가 이 과정을 직접 겪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모든 과정을 좀 더 쉽게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하나씩 부딪히면서 더 성장했을 거라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내가 배운 캘리포니아에서 교사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캘리포니아는 타국의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이수한 교직과목을 인정해주어 교사로 일할 수 있는 임시 교원자격증을 발급해준다. 교사 경험에 대해서는 전혀 물어보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교직과목만 이수했으면 임시 자격증을 받기에 충분하다.
2. 임시 교원자격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영문으로 된 대학과 대학원의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지역 교육구에서 지정한 Evaluation Center(평가기관)에서 제출하여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인봉 된 영문 증명서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출력해서 보낼 수 없다. 그래서 직접 모교에서 발부하여 인봉한 서류를 받아야 한다.
3. 임시 교원자격증은 기한이 5년이다. 자격증에 발부된 날짜와 자격 유효기간이 찍혀있다.  
4. 영구한 교원 자격증을 받기 위해서는 5년짜리 임시 교원자격증의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교원 자격증 취득을 위한 추가 교과목을 미국 내 대학에서 이수해야 한다. 평가 기관의 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로 이수해야 할 교과목이 임시 자격증 하단에 나와있다.
5. 기한 없이 Substitute Teacher(임시 교사)로 일하거나 정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과목 이수와 함께 CBEST (California Basic Educational Skills Test)에 합격해야 한다.
6.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하지 않아서 임시 교원 자격증을 받는 절차를 밟을 수 없더라도  CBEST California Basic Educational Skills Test)라는 미국 교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Substitute Teahcer로 일할 수 있는 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CBEST는 영어 독해와 작문, 수학 세 과목을 본다. 수학은 한국 사람이라면 거의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준이다. 다만 미국 수학 용어가 익숙하지 않다면 미리 용어를 익히고 가면 도움이 된다. 영어 독해는 우리나라 수능을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지만 문제 유형의 연습이 필요하다. 작문이 가장 어려운 과목이다. 미국은 한국과 글을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고 문법이나 관습에 오류가 있는 경우 가차 없이 감점이 되어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CBEST 기출문제나 연습문제를 찾을 수 있고 미국의 동네 도서관에 회원가입만 하면 도서관에서 문제집을 빌려서 공부를 할 수도 있다.
7. 중요한 Tip! 임시 교원자격증을 받고 5년 내에 요구하는 것들을 충족시켜야 된다. 그러니 장기간 substitute Teacher로 일하고 싶거나 정규 교사가 되고 싶다면 먼저 CBEST를 잘 준비해서 시험을 통과한 후에 임시 교원자격증 신청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 후에 Substitute Teacher로 일하면서 자격증에서 추가로 제시하는 교과목을 미국 대학에서 이수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격증을 먼저 받고 나면 시험에 빨리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 시간에 쫓기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8. 지역 교육구 사무실에서 인준받은 평가 서류 처리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캘리포니아에서 그런 상황에 맞닥뜨린 경우에는  Evaluation Center에서 평가받은 서류를 임시 교사 자격증을 발부해주는 Sacramento(새크라멘토)에 있는 State District Office(주 교육구 사무실)로 직접 보내도록 한다.
나는 지역 교육구 사무실을 통해 서류를 보냈기에 Substitute를 하고 싶어 했던 지인에게 지역 교육구 사무실을 찾아가라고 알려주었다. 얼마 뒤 지인이 평가기관에서 받은 인준 서류를 제출하려고 지역 교육구 사무실에 연락했더니 자기들은 서류를 받지 않는다며 새크라멘토에 있는 주 교육구 사무실로 본인이 직접 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지역 교육구에서 서류를 받아 주 교육구 사무실로 보내줬는데 아마도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지역구 사무실의 업무량이 느는 것을 피하려고 신청자들에게 직접 서류를 보내도록 절차를 바꾼 것 같다.



5년이라는 유한적인 자격증이지만 자격증을 받고 감개가 무량했다.

한국에서 서류를 받는 과정도, 이곳에서 자격증을 받기까지도 기다리며 인내했던 시간들도 다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이라도 어떤가?

일단 어떤 일이든 시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그다음은 나중에 생각할 문제였다.

임시라도 자격증을 받았으니 이제 일자리를 찾아야겠다.

나는  임시 교사 자격증을 옆에 두고 컴퓨터 앞에 앉아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이전 03화 미국 학교 임시교사 취업을 위한 서류 작업의 여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