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소풍 Feb 15. 2019

드디어 시작, 미국 학교 임시교사(Substitute)

어줍은 영어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 취업 이야기  5


안녕하세요? 저 영어 진짜 못하는 한국 아줌마예요.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 일해요.

어떻게 하냐고요? 유창한 영어는 안 되지만 대책 없는 용기와 아줌마의 뻔뻔함이면 되더라고요.



드디어 5년짜리 임시일지언정 미국 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수 있는 자격증을 받았다.

B5 크기의 종이 한 장에는 내가 자격증을 받은 날짜와 자격증 효력이 정지되는 날짜까지 친절하게 쓰여 있었다.

그와 함께 내가 미국 대학에서 추가로 들어야 할 대학 수업 과목이 적혀있었다.

이 종이 한 장이면 캘리포니아에 있는 어느 학구에든 Substitute Teacher로 지원할 수 있다.   





Substitute Teacher에 지원 후 아이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설픈 영어 때문에 엄마가 학생들에게 무시당할까 봐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니 엄마는 어쨌든 한 번 도전해보려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학교나 교육구에서 일하는 직업은 EDJOIN이라는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사이트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s://www.edjoin.org                                          


다른 주는 어떤 사이트를 운영하는지, 캘리포니아와 같은 임시 교원자격증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EDJOIN사이트에 들어가서 도시를 입력하면  아래와 같이 그 도시 교육구의  여러 가지 일자리를 볼 수 있고 Categories에서 원하는 것을 클릭하면 해당 일자리만 볼 수도 있다.



Certificated는 임시든 정규든 교원 자격증을 비롯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 지원할 수 있는 자리이고 Classified는 자격증이 없이도 일정 조건만 충족되면 지원할 수 있는 자리이다.

Job Posting을 클릭하면 그 일에 지원자들에게 요구되는 항목들이 자세히 적혀있다.  

모집 공고를 올린 날짜와 함께 지원 마감일도 함께 제시되어있다.





임시 교원 자격증으로 Substitute Teacher로 일할 계획이었던 나는 내가 사는 학구 교육구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교육구 한 곳의 Substitute Teacher로도 지원했다.

그런데 지원을 하기 위해 자세히 살펴보니 내 교육 이력과 경력을 비롯하여 적어야 할 것이 꽤 많았다.

같은 웹사이트에 있지만 교육구에 따라서 요구하는 기입 사항이 조금씩 달랐다.

어떤 교육구에서는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관련된 경력에 대해 간단한 에세이를 적을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인적사항이나 경력 같은 기본 적인 신상은 당연히 공통적으로 요구되었는데 이와 함께 공통적으로 넣어야 하는 것이 바로 추천인과 추전서였다.

추천인 항목에 내가 일을 잘할 거라는 보증의 개념으로 나를 Substitute Teacher로 추천해줄 수 있는 추천인  3명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비롯한 인적사항을 적어했다.

간혹 학구 인력관리 직원이 추천인과 직접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정확한 내용을 적어야 한다.

추천서 항목에는 내가 일하는 것을 지켜보았거나 함께 일해본 사람들이 나를 추천하는 내용이 담긴 추천서 3 부를 File로 업로드해야 했다.

그제야 나는 부랴부랴 추천서 써줄 사람과 추천인을 찾아 연락을 취했다.

당시 나는 한글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었기에 한글학교 교장선생님께 부탁할 수 있었다.

두 분을 더 찾아야 해서 고민하다가 예전에 같이 일했던 선생님 두 분께 연락하여 추천서를 받았다.

나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할 분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한국에 있는 분들에게 부탁하려니 며칠이 소요되었다.

웹사이트에서 지원을 마치는 데만도 족히 열흘 이상은 걸린 듯하다.

이런 사항을 미리 알았더라면 교원 자격증을 신청함과 동시에 미리 추천인과 추천서를 준비하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교육구에 Substitute Teacher로 지원을 했는데 Substitute Teacher 마감일이 지나고 얼마 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학구 교육구에서 연락이 왔다.

Substitute Teacher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검증되었다면서 Orientation 안내와 함께 온 이메일을 읽으면서 가슴이 어찌나 두근거리던지!

지금도 떨리는 마음으로 그 이메일을 몇 번이나 읽어 내려가던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집에서 가까운 지역 학구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혹시나 싶어 주변의 다른 교육구에도 지원한 것이었기 때문에 추가로 지원한 다른 교육구에서는 연락이 없었지만 서운한 마음 전혀 없이 기쁘기만 했다.


여기서는 Substitute Teacher를 Sub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도 집에 와서 “오늘 수학 시간에 Sub가 와서 어쩌고…” 하면서 Substitute Teacher를 Sub라고 불렀다.

교사들도 “Are you a Sub?”라든지 “I’m the Sub for Ms. Brown”같이 말한다.



하교해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들뜬 마음으로 Substitute Teacher로 고용되었다며 취직의 기쁨을 전했다.

셀레어서 흥분된 나를 향한 아이들의 첫 반응은 하나였다.

“엄마, 그거 얼마나 힘든지 알아? 애들이 Sub 막 무시해.”

내가 Sub 해 보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왜 꼭 그걸 하고 싶냐고 우려 섞인 말을 하곤 했는데 정작 취직이 되었다니 나보다 더 걱정을 하였다.

자기 반 애들이 Sub가 오면 함부로 행동하고 뒤에서 욕한다면서 영어 못하는 엄마가 미국 애들에게 무시당할까 봐 걱정인 모양이었다.

심지어 아들은 “ 엄마 영어 더 배우고 하면 어때?”라며 의미 있는 충고까지 해주었다.


나는 여러 가지 힘든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으니 엄마는 한 본 도전해보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와 함께  앞으로  엄마를 생각해서 Sub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말도 잘 들어주라는 잔소리도 곁들였다.

그러자 두 아이는 단념한 듯 한숨을 쉬고는 합창하듯이 말했다.

“엄마, 그런데 우리 학교에는 오면 안 돼!”

"?"

무슨 말인가 잠시 멍했다가 아이들 말뜻을 이해함과 동시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자기 엄마가 게다가 영어도 어설픈 엄마가 Sub로 자기 학교에 와서 다른 학생들에게 무시받는 것을 보고 싶지도 않고 친구들에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을 아이들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두 아이의 학교에는 Sub로 가지 않기로 약속을 하였다.

 



아… 아이들도 걱정하는 내 영어 수준에 정말 미국 학교에서 임시교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걸까?

취업의 기쁨은 사라지고 슬그머니 걱정이 올라오면서 도전정신과 용기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들쭉날쭉,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가운데 Sub Orientation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전 04화 마침내 캘리포니아의 임시 교원 자격증을 받은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