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소풍 Mar 01. 2019

임시교사를 위한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

어줍은 영어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 취업 이야기 7


안녕하세요? 저 영어 진짜 못하는 한국 아줌마예요.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 일해요.

어떻게 하냐고요? 유창한 영어는 안 되지만 대책 없는 용기와 아줌마의 뻔뻔함이면 되더라고요.



혼자 자충우돌 갈팡질팡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긴 마음고생 끝에 드디어 우리 학교 교육구로부터 Sub( Substitute Teacher)로 일할 수 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취직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Orientation (오리엔테이션) 안내와 함께 작성해서 내야 할 서류 파일이 한 보따리 첨부된 것을 보니 다시 긴장이 되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하게 확인하고 작성하여 서류철에 넣어두고 Orientation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Substitute Tecaher로 검증된 지원자들에게 보낸 오리엔테이션 안내 이메일에는 작성하여 제출해야 할 열세 가지의 서류가 첨부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메일에서 알려준 사이트에 들어가서 네 가지 온라인 강의를 수료한 뒤 수료증을 준비해 가야 했다.

내가 지원한 교육구의 오리엔테이션에서 서류를 제출할 때 빠진 내용이나 빠진 서류가 있으면 작성된 일부 서류도 받지 않고 빠진 것을 보충한 뒤 다시 교육구를 방문하여 한꺼번에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메일을 보낸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답변을 해주니 궁금한 것은 미리 물어서 서류를 제대로 준비해 가야 오리엔테이션 후 다시 교육구 사무실을 찾아가는 번거로운 수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일하게 된 학구 교육구에서는 검증을 통과한 Substitute Teacher들을 모아서 지정된 날에 Orientation을 했다.

Orientation 날, 장소와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교육구 사무실로 향했다.

Orientation이란 게 어떤 분위기인지 몰라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화장도 꼼꼼히 하고 옷도 단정하게 입었다.

교육구 입구의 안내원이 준 스티커 이름표에 이름도 또박또박 적어서 가슴에 붙이고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채 Orientation 하는 강의실에 들어선 순간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커다란 강의실을 꽉 채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손에 꼽을 몇 사람들을 빼고는 백인들이 가득했다.

한국의 취업전쟁에 비할 수는 없을 테지만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도 임시교사 자리의 지원자가 와글와글 모일만큼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순간 주저되고 겁이 났지만 표 내지 않기 위해 입꼬리에 힘을 주어 올리고 친절해 보이는 백인 여자 옆에 앉았다.

자리에 앉고 나니 좀 진정이 되어서 천천히 강당에 모인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단정하게 차려입고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동네 슈퍼마켓 가는 복장으로 슬리퍼를 끌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나이도 제 각각이어서 우리 부모님 뻘은 될 거 같은 할머니나 할아버지,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 그리고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듯 풋풋한 젊은이들도 있었다.


담당자가 와서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지원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오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지원자가 70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기존에 Sub를 했던 사람들은 수백 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하다가 더 좋은 곳에 취직이 되어서 또는 개인적 사정으로 떠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앞으로 Sub로 일할 자리를 찾기 위한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잠시 뒤, 준비해오라고 했던 서류를 걷기 시작했는데 나는 다시 깜짝 놀랐다.

오리엔테이션 안내 이메일에서 요구한 열세 가지 서류와 네 가지 온라인 강의를 들은 수강증을 제출해야 했는데 1/3도 안 되는 사람들만 서류를 작성해 왔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제야 부랴부랴 빈칸을 채우기 시작했다.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지 않고 온 사람들도, 심지어 제출할 서류를 출력도 안 해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 Sub 일이 나만큼 절실했던 사람들은 이 중에 1/3 밖에 안 되는구나 싶었다.

아마도 Substitute라는 단어처럼 이 일이 다른 일을 찾기까지, 더 좋은 일로 옮겨가기 위해 잠시 발만 담그는 일인 모양이다.

어쩌면 내가 염려한 것만큼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담당자가 서류가 없는 사람들이나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아예 서류를 받지 않겠다고 하였다.

제출해야 할 모든 서류가 다 갖춰진 지원자의 서류만 받겠다면서 빠진 것이 있으면 다시 준비하여 지정일까지 다시 교육구 사무실에 와서 제출하라고 안내를 하였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서류도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내 서류는 통과가 되어 그 자리에서 제출할 수 있었다.




잠시 후 Orientation이 시작되었다.

영어가 많이 부족한 나는 사실 Orientation에서 담당자가 전달하는 내용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다.

눈치코치로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머지는 집에 돌아와서 나눠준 안내문들을 읽으면서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을 내용을 연결해 본 뒤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어떤 내용들은 Sub로 일하기 시작한 뒤에서야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은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게 된 것들도 있었다.



Substitute Teacher Orientation에 가기 전에 교육구에서 요구한 서류를 꼼꼼하게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Sub OT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Substitute  Teacher는 Sub로 일한 시간에 따라 급여를 받는다. 시급인셈이다. 이후에 알게 된 것인데 교육구마다 기본급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하루 일당이 $100이 조금 넘는데 내가 일하게 된 우리 교육구의 Sub 기본급이 인근 교육구 중에서 가장 적다.


2. Sub로 일하는 시간은 학교나 교사의 필요에 따라 시간이 매우 다양했다. Full Day나 Half Day 또는 2시간 반이나 5시간 등 필요한 상황에 따라 Sub를 요청한다.


3.  점심시간 30분을 뺀 6시간을 Full Day로 계산하며 3시간은 Half Day로 하루 일당의 반을 지급한다. 6시간이 넘는 경우는 추가 시간이 있어도 Full Day로 계산하여 추가 수당 없이 하루 일당을 지급한다.  그러니 6시간을 일해도 8시간을 일해도 같은 일당을 받는 것이다.


4. Full Day근무인 경우는 점심시간 30분과 쉬는 시간 15분을 가질 수 있으나 6시간 미만은 15분의 쉬는 시간만 제공된다. 5시간 반을 일해도 3시간을 일해도 쉬는 시간은 15분 한 번인 것이다.


5. 월급은 한 달 동안 일한 날짜와 시간에 따라 시간당 기본급을 계산하여 다음 달에 한꺼번에 지급이 된다.

하루를 일했던 20일을 일했건 그 일당은 다음 달 지정된 월급날에 지급이 되는 것이다.


6. 한 달 이상 장기간 같은 교사의  Substitute로 일하는 Long Term Sub로 고용되는 경우 30일이 넘는 다음 날부터는 일당에 50%를 더 가산하여 지급받는다. 예를 들어 Full Day Substitute  Job의 일당이 $100이라면 Long Term Sub는 31일째부터 일당이 $150인 것이다.


7. 물론 Sub로 일할지라도 받는 보수에서 약간의 Tax(세금)이 부과되어 받는 돈은 실제 일한 시급보다 조금 적다.




사실 미국의 주거비용과 인건비에 비하면 Sub의 보수가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제한된 시간만 일할 수 있거나 경력을 쌓기 위해서나 다른 일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빈 기간에 잠깐 일하기에는 부담 없고 좋은 직업이다.

의무 근무시간이 없이 가능한 날만 골라 Sub 일을 할 수 있으니 교육구의 Substitute Pool에 들어가 있으면 공부를 하거나 다른 일에 종사하면서도 주중에 하루나 이틀 정도 시간이 될 때 부업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은 다른 일을 겸할 수 없지만 미국은 교사로서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규제하지 않는다.

정규 교사들도 방학이나 학기 중에도 방과 후에 학원강사나 과외를 하기도 한다.

학교 직원으로 일하면서 퇴근 후 마트나 상점, 방과 후 교육 센터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니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부업이 필요하거나 다른 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Sub라는 일자리가 편한 날, 가능한 시간에 잠깐씩 출근하면서 생활비에 보탤 돈을 벌 수 있는 매우 유용할 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기간제 교사직에는 임용 시험 합격 후 발령을 기다리는 발령 대기자들이나 명예퇴직을 한 선생님들이 종사하고 있다.

미국의 Substitute Teacher도 비슷하게 교사 자격증을 획득한 후 아직 학교에 채용이 안 된 사람들이나 교사로 일하다가 사표를 냈는데  다시 일을 해보려고 온 사람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교사 자격증은 없지만 CBEST 시험을 합격하였거나 나처럼 다른 나라에서 교직 이수를 한 사람들이 일이 필요하여 지원한 경우도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정년퇴직을 한 교사들도 퇴임 후 Substitute Teacher에 지원하여 Substitute Teacher Pool의 일원이 될  있다.

의외로 많은 퇴임 교사들이  Sub로 지원하여 시간이 날 때나 용돈이 필요할 때 Sub로 학교에 나가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퇴직한 학교에서 퇴직한 교사를 Sub로 선호한다는 것이다.

학교 실정이나 아이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니 상부상조하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담당자가 말하기를 Sub 자리는 지정된 웹사이트를 통해 요청이 뜨거나 전화로 연락이 온다고 했다.

그래서 Orientation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담당자가 알려준 사이트에 등록을 하고 휴대전화에도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등록해 두었다.  

그 사이 여름방학이 끝났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하루 종일 Sub Website를 확인하고 전화벨 소리가 진동인가 몇 번씩 보면서 언제 Sub 자리가 뜨나 기다리고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아마도 내 성이 Park이라서 아시안인 것을 알고 연락이 없나 헛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속을 태우며 기다리는데 사흘 째 되던 날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

혹시나 싶어 얼른 받아보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Sub 찾는 전화였다.

그 전화를 시작으로 드디어 미국 학교에서 Sub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전 06화 미국 학교 취업을 위한 추천서와 추천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