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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Jan 28. 2019

미국 학교 임시교사 자리를 향해 도전을 시작하다

어줍은 영어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 취업 이야기  2


안녕하세요? 저 영어 진짜 못하는 한국 아줌마예요.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 일해요.

어떻게 하냐고요? 유창한 영어는 안 되지만 대책 없는 용기와 아줌마의 뻔뻔함이면 되더라고요.



마흔을 코앞에 두고 남편을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와서

무료 ESL 수업에 한 발, 여기서 만난 교육열 뜨거운 한국 아줌마들 모임에 한 발을 담근 채 5년을 아줌마스럽게 열심히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아끼면서 살아도 소비하는 삶뿐인 듯한 아줌마로만이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 생산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 무렵 5년 동안 주중에 닷새 중 나흘은 오전마다 ESL 수업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왔지만 제자리만 맴도는 듯한 나의 영어 수준에 대한 답답함이 찾아왔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 때문에 머리가 굳어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지만 그 답답함에서 시작된 영어 수업에 대한 권태감 때문에  영어를 열심히 배워해 보겠다는 의욕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사실 미국에 살아도 영어를 사용하는 시간은 수업 시간뿐이고 폭넓은 국내적인 인간관계에 머물러 있으니 배운 것을 사용하고 영어 실력을 늘릴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이르니 어쩌면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일을 하면서 제자리걸음 같아서 답답했던 영어가 트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들었던 것을 바탕으로 미국 학교에서 일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익숙한 학교라는 곳에서 일을 하면 쉽게 적응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언어의 부족함은 경험으로 채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생기를 되찾고 영어의 벽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밀려왔다.

그러나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방향을 알려줄 사람이 없었다.


결국 목마른 내가 스스로 우물을 파기로 결정했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직접 부딪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설픈 영어로 혼자 좌충우돌하면서 돌고도는 길을 지나왔지만 덕분에 미국 학교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을 하나씩 배워올 수 있었다.




   


미국 학교에서 일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나는 무작정 찾아가서 부딪히는 무모함을 감행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줌마들의 수다모임에서 미국에서 일 좀 해볼 수 있을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를 했을 때 누군가 미국 학교에서 Lunch Duty 나 Supervisor 같은 일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우리나라도 많이 달라져서 학교에 각종 도우미들이 도입되어 퇴직한 분들이 학교 환경지킴이나 급식 도우미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미국 학교에서 우리나라의 도우미와 같은 일을 하는 사이  Supervisor다.

그러나 이 일은 은퇴한 분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학교의 다른 직책들과 같이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이 종사하는 직종이다.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Lunch Duty 또는 Supervisor 같은 사람들이  간식시간과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질서 있게 간식이나 점심을 먹고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중고등학교의  Supervisor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문제없이 지내도록 돕고 교실과 학교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일을 한다.

하지만 당시 나는 5년 후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학교에서 일할 거라 믿고 있었고 캘리포니아에서 얻은 휴가 같은 진짜 아줌마의 삶의 재미에 빠져 그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쳇바퀴 같이 반복되는 영어수업에 열심히 참석해왔는데도  영어를 사용할 기회는 만들지 못하는 너무나 한국적인 대인관계 때문인지  발전 없이 지지부진한 나의 영어실력에 대한 자괴감과 함께 영어수업에 대한 권태감이 밀려왔다.

그와 함께 다른 엄마들과의 모임 후 집에 돌아오는 길이 허무해지는 남 걱정 가득한 수다모임이 주는  무력감, 그리고 뱁새인 내가 따라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은 대단한 황새 엄마들의 교육능력에 대한 위화감이 나를 찾아왔다.

갑자기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고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 사회의 일꾼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미국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부딪히다 보면 지난 5년간 수업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배웠지만 제대로 써먹을 기회도 없이 다 잊힌 영어와 달리 생존 영어나 실생활 영어를 통해 영어의 벽을 극복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착각 넘치는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다른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신세계와 같았던 수다모임도 재미있던 영어 수업도 무기력하게 느껴지던 그 어느 날 시작되었다.




그즈음  아는 지인에게 자신이 일하는 한국학교의 한 선생님이 한국으로 급하게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 반을 맡아보겠냐고 연락이 왔다.

사실 해외에 있는 한국학교 교사는 직업이라기보다는 봉사직의 개념으로 적은 수당을 받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한국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

지인의 요청을 수락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가는 선생님의 반을 맡아 수업을 하게 되었다.

인수인계를 위해 만난 날,  그 선생님으로부터 미국에서 교사를 하려고 미국 대학에서 석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미국 학교에서  Substitute Teacher로 일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선생님께 얻은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 어쩌면 나도 미국 학교에서 Substitute Teacher로 일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교사 자격증을 위해 미국 대학에서 다시 수업을 들을 생각을 하니 언제 그날이 오나 까마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고 싶어서 우체국과 Kids Club, 마켓 등 내가 일할 만한 곳이 어디일까 기웃기웃거렸다.


그래서 마음을 접고 다른 일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미국 우체부는  준공무원급으로 안정적이고 퇴직 후 대우도 좋다기에 폭풍 검색을 통해 알아본 결과,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만 자유로운 내게는 우체국 근무 시간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하루 종일 운전을 하고 무거운 우편물을 나르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결론 하에 마음을 접었다.

Fitness Center의 Kids Club에서 일하는 것도 알아보고 마켓에서 일하는 것도 알아보았는데 남편이 직장 때문에 꼼짝 못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제한된 시간만 일할 수 있는 내게는 쉽지 않은 일들이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지만 미국은, 특히 캘리포니아는 우리나라처럼 아이들이 걸어서 학교에 가고 학원버스가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는 상황이 아니다.

학교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 아니면 아이들이 등하교를 할 때나 학원에 갈 때, 심지어 친구네 집에 놀러를 갈 때도 부모가 운전을 해서 데려다주어야 한다.

그러니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 외에는 부모 중 한 명이 운전기사 노릇을 해야 한다.

남편이 직장에 매어있으니 아이들이 이동할 때마다 필요 운전은 대게가 나의 몫이었다.




결국 다시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 할 수 있는 학교의 Substitute Teacher로 일하는 방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Substitute Teacher로 일하기 위한 조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것이 캘리포니아주는 다른 나라의 교사 자격증을 인정해주어서 제한된 기간이지만 임시 교원 자격증을 준다는 것이었다.

영주권이나 시민권 같은 거주 자격이 있는 경우에 이 임시 교원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공립학교는 교육구 소속이니 학교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거류 자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 듯하다.

한국의 교육청 여기서는 지역 이름+District Office라고 부르니 그것을 한국말로 하면 교육구 사무실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다른 주도 캘리포니아처럼 임시 교원 자격증을 발부해 주는지는 경험한 바가 없어서 정확히 모르겠다.


미국 학교 Substitute Teacher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임시 교사 또는 대체 교사라고 나와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기간제 교사라 불리는 임시 교사와 비슷한 개념으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담임이나 중, 고등학교 교과목 담당 교사가 결근할 경우 그 자리를 대체하는 교사이다.

우리나라는 초등과 중고등 교직이 분리되어 있어서 기간제 교사들 또한 초등과 중고등이 분리되어 있는 체제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한 교육구에 소속된 Substitute Teacher는 그 교육구 내의 유치원부터 12학년(고등학교 3학년)까지 어느 학년이든 자리가 있는 경우 정규 교사를 대체할 수 있다.



타국의 교원 자격증을 인정해줘서 임시일지언정 자격증을 준다니 한국에서 교사였던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있을 수 없었다.

임시 교원 자격증이기는 하지만 다시 미국 대학에 들어가 석사나 박사를 할 마음도, 능력도 없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과 같았다.

어설픈 영어로 전화를 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느니 발품을 팔아보자 싶어서 당장 내가 살고 있는 학구의 교육구 사무실을 찾아갔다.

학구 교육구에서 지역 교육구를 찾아가라기에 주소를 물어 지역 교육구를 찾아갔다.

긴장된 모습을 숨긴 채 준비해온 말을 꺼냈더니 나를 맞이한 직원이 약속을 하고 왔냐고 물었다.

약속을 미리 잡고 와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온 내게 그 친절한 직원은 사무실에 구비된 종이 몇 장을 주면서 임시 교원 자격증 신청 절차와 필요한 서류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렇게 나의 좌충우돌 미국 학교 취업기가 시작되었다.



Tip!

임시 교원 자격증을 받기 위해 지역 교육구를 방문할 경우 교육구 웹사이트에서 약속을 하고 방문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나는 운이 좋아서 그 친절한 직원이 양해를 해 주었지만 깐깐한 직원이었다면 약속을 잡고 다시 오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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