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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Mar 30. 2019

미국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임시교사 1학년

어줍은 영어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 취업 이야기 11


안녕하세요? 저 영어 진짜 못하는 한국 아줌마예요.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 일해요.

어떻게 하냐고요? 유창한 영어는 안 되지만 대책 없는 용기와 아줌마의 뻔뻔함이면 되더라고요.


 

하루 3시간 학습 부진아들을 돕는 보조교사로 Substitute Teacher의 맛을 좀 본 다음 날 한 초등학교 1학년의 임시 담임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그 날, 나는 임시교사로서 신고식을 치른 듯하다. 




나의 첫 Full Time Sub Job은 초등학교 1학년 임시 담임이었다.

8살이 되는 해 3월에 입학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1학년 아이들은 만 6세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1학년들보다 1살 이상 어린 아이들이다.

학년은 1학년이지만 우리나라의 유치원 7세 반 아이들. 꼬맹이들이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할 때 1학년을 몇 번 맡아보긴 했지만 유치원 아이들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첫 임시 담임교사로 만난 영어만 하는 유치원 수준의 1학년 아이들이라니......




입실 종이 울리고 Black Top에 내가 맡은 반 번호가 적힌 곳으로 가서 서른 명 가까운 꼬맹이들을 만나 무사히 교실로 데리고 들어왔다.

내 움직임을 졸졸 따라오던 예순 개 가까운 눈들이 칠판 앞에 선 내 얼굴에 꽂혔다.

태연하게 웃으며 칠판에 내 성을 적고 나를 Mrs. Park이라고 부르라고 알려주었다.

망설이다가 나는 한국에서 왔고 아직 영어를 배우는 중이다. 그래서 내 발음이 좀 이사할 수도 있고 내가 너희 말을 못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다시 문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러자 한 아이가 불쑥 자기 친구도 프랑스에서 왔는데 영어를 잘 못한다면서 “But he is a good boy.”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도 옆집에 사는 애가 중국에서 왔는데 발음이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친구라고 말하였다.

고마운 꼬마들, 고맙기도 하지.


출석부를 사무실로 보내야 해서 이제 출석을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영어 같지 않게 낯설어 도저히 발음할 자신이 없는 이름들이 있었다.

한 아이를 시켜 대신 이름을 읽어보라고 하려다가 아직 자기 이름도 제대로 못 쓰는 아이들도 있을 텐데 더 심란스러울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 대신 아이들 자리를 찾아가서 책상에 붙어있는 이름과 번호를 확인하며 이름을 물어보고 출석을 표시하면서 담임교사가 주고 간 학생들 리스트에서 발음이 어려운 이름 옆에는 한국어로 살짝 발음을 적어두었다.

하나하나 이름을 물어보느라 출석 확인은 오래 걸렸지만 어려운 이름의 발음을 알아내어서 그 날 하루 아이들 이름을 제대로 불러줄 수 있었다.

물론 한글로 정확히 발음을 표기할 수 없어서 그 아이들의 이름을 부를 때는 숨 한 번 쉬고 살짝 긴장하여 부르기는 하였다.  

그 날 리더라는 아이에게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으니 모른다기에 사무실을 안다는 아이와 함께 출석부를 사무실에 갖다 주도록 했다 


그리고 담임교사가 남겨둔 오늘 일정이 담긴 Sub Plan을 따라 수업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미 출석 확인하느라 계획보다 20분이나 늦어져있었다.

마음은 바쁜데 모든 게 처음인 데다가 아직 글자도 제대로 못 쓰는 아이를 비롯하여 이런저런 아이들의 요청을 듣느라 Sub Plan을 따라가기가 숨이 찼다.

나는 마음이 바쁜데 아이들은 옆에 아이, 뒤에 아이 것 참견하느라 분주하여 내 설명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게다가 질문 또 왜 그리 많은지…..

내가 Plan과 아이들의 요구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쉬는 시간 종이 울렸고 아이들에게 간식 가방을 들게 한 뒤 줄 세워 운동장으로 데리고 나갔다.


우리 반 자리에 앉히고 나서 Supervisor들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교실로 돌아왔다.

다시 Plan을 확인해 보니 못한 것이 밀려서 마음이 답답해졌다. 

게다가 거기에는 쉬는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면 책을 읽어줘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맙소사. 동화책을 읽어줘야 한다니. 이런 콩클리시스러운 발음으로.

모르는 낱말은 없나 싶어 얼른 책을 훑어보았다.

다행히 1학년 동화책이라 읽어줄 만할 거 같았다.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을 데리러 가면서 나는 완벽한 Sub역할은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까지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나니 조금 마음이 차분해졌다.




미국 학교에는 쉬는 시간이 간식시간과 점심시간이 후에 이어진다. 

간식과 점심을 먹는 Lunch Table이라고 불리는 곳에 가면 철제 탁자와 벤치들이 놓여있고 각 반별로 앉는 테이블이 정해져 있다.

간식과 점심 식사 후 이어지는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논다. 

간식과 점심을 먹는 동안이나 이어지는 쉬는 시간에는 Supervisor들이 Lunch Table주변과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관리한다. 

간혹 Supervidor가 부족하거나 학교의 상황에 따라 담임교사들이 순번을 정해 Supervisor들과 함께 아이들을 지켜보기도 한다.




Tip 


< Substitute Tecsher로 학교에 출근하게 되면 만나게 되는 두 가지,  Sub Plan과 출석부 >  


Sub Plan은 대부분 정해진 형식 없이 교사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대로 준비한다.

어떤 교사들은 편지 형식으로 적어두기도 하고 어떤 교사들은 항목별로 적어두기도 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출력된 종이가 준비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손글씨로 써 두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필체가 개성이 너무 강하거나 필기체로 써놓아서 읽느라 애를 먹은 때도 있었다.

가끔 Sub Plan의 내용 중에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학급에서 운영되는 상벌제도라든지 학생들과 하는 활동에 대한 설명이 나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내용들일 경우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당황하기도 하였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학생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Sub가 오면 담임이나 담당 교사가 아니라 자유정신이 발동되는지 흥분되는 경우가 많아서 전체를 대상으로 물어보면 모든 학생들이 제각각 말을 해서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방법은 그 날 리더를 맡는 아이나 출석부를 보고 날짜에 해당하는 번호의 아이를 지정하여 물어보고 그 아이의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면 다른 아이를 또 지정하는 물어보는 것이다.

영어도 어려운데 서른 명 가까운 아이들이 와글와글 설명하면서 맞네 아니네 하는 것을 듣다 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게다가  학생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몇몇 나서기 좋아하거나 영악한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다른 정보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출근하여 사무실에 가면 교실 열쇠와 함께 해당 학급의 출석부를 주는데 Sub로 간 학급의 출석을 확인한 뒤 가능한 한 빨리 출석부를 사무실로 보내야 한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꾸물거리다가 출결 담당 직원으로부터 출석부를 보내달라고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 뒤로 나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여 아이들이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거나 교실 분위기가 흐트러지기 전에 먼저 출석부를 작성한 뒤 한 명을 지정하여 사무실로 보내곤 했다.

학교별로 출석부에 결석을 표시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출석부와 함께 주는 학교 폴더에 출결 표시법이 있는지 살펴보거나 사무실 직원에게 미리 물어봐야 한다.

또한 전체 급식이 시행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학교 급식이 선택이어서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을 사 먹는 아이들의 숫자를 출석부 하단에 적어 보낸다.

때문에 초등학교 임시교사로 근무할 경우 출석 확인 때 “Buying Lunch”할 학생들 숫자를 확인하고 출석부 하단에 숫자를 적은 후 사무실로 보내야 한다.

내가 적은 숫자와 실제 숫자가 한 두 명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능하면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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