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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Apr 07. 2019

초보 임시교사에겐 너무 길었던 초등학교 1학년과의 하루

어줍은 영어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 취업 이야기 12


안녕하세요? 저 영어 진짜 못하는 한국 아줌마예요.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 일해요.

어떻게 하냐고요? 유창한 영어는 안 되지만 대책 없는 용기와 아줌마의 뻔뻔함이면 되더라고요.



난생처음 미국 학교 출석부에 출결 표시도 해보고 1학년 꼬마 아이들 앞에서 영어로 내 소개도 해 보았다.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고 몇 마디 하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몸도 바쁘고 마음은 더 분주한 사이에 쉬는 시간이 되었다.

 




기다리고 바라던 Subdtitute Teacher로 내가 맡게 된 첫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었다.

내 영어의 한계와 부족함을 여실히 깨닫는 기회가 되었고 Sub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건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Sub로 처음 맡은 1학년 아이들은 첫 Sub날이라 어설프고 서투른 나를  잘 참아주고 나의 어눌하고 어줍은 영어를 센스 있게 이해해준 고마운 꼬마들이었다. 




쉬는 시간은 분주했던 마음에 쉼표를 찍으면서 다시 Sub Plan를 확인하고 내가 할 일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에 Black Top의 학급 번호 앞에 올망졸망 모여있는 아이들을 향해 걸어가는데 오전에 몇 시간 같이 있었다고 그새 정이 들었는지 나를 바라보며 손짓과 웃음으로 아는 척을 하는 아이들을 향해 나도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아침에 처음 Black Top에서 만났을 때는 처음 보는 얼굴인지라 다른 반 아이인지 내가 맡은 아이들인지 구분도 안 가고 낯설었는데 참 신기하게도 주변의 다른 아이들에 섞여있는 중에도 두 시간 본 내가 맡은 아이들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원 다 들어왔나 확인을 하고 아이들에게 카펫에 모여 앉으라고 하니 옹기종이 카펫에 모여 앉았다. 

동화책을 편 나는 나름대로 동화 구연하듯이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는데 두 페이지도 넘어가기 전에 아이들은 움찔대기 시작했고 이러쿵저러쿵 속닥거리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그때마다 손짓도 하고 눈짓도 하고 이름도 부르면서 겨우 동화책을 다 끝냈다.


다음 시간은 수학 시간. 1학년 수학은 게다가 미국 1학년 수학은 사실 수학이란 말이 좀 민망한  숫자 놀이 시간이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 내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숫자에 눈코 입도 그려 넣고 리듬도 넣으며 설명을 하였다.  

아이들이 재밌다고 손을 들어 발표도 하고 학습지에 비슷하게 숫자를 끄적이는 것을 보니 역시 숫자는 만국 공통어이지 싶었다.

아이들과 제법 쿵작이 맞는구나 생각하는데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쉬는 시간에 줄 세워본 경험이 있다고 그새 노하우가 생겼는지 내가 생각하기에도 능숙하게 아이들을 이끌고 점심 테이블로 갔다. 

아이들을 앉혀두고 교실로 돌아와 서둘러 도시락 싸온 것을 먹고 오후에 할 일을 정리하였다.

어차피 Sub Plan은 밀렸고 끝내기 위해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담임교사가 준 것 중에 좀 쉬운 것을 추려서 순서를 정해보았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는 소리에 Black Top으로 가서 아이들을 다시 교실로 데리고 들어왔다.

점심 먹으면서 골라둔 학습지 두 장을 끝내고 나니 하교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의 학습지를 걷고 책상 정리를 시킨 뒤 교실 밖에 걸려있는 가방을 메고  줄을 서라고 했다. 


책상은 엉망인데 가방을 가지고 들어와서 수선을 피우는 아이, 학습지를 다 못했다고 구시렁거리는 아이, 벌써 가방을 메고 교실을 활보하는 아이들에게 간청하다시피 해서 줄을 서게 하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Pick Up 하는 학교 현관 앞으로 데리고 갔다.

부모들이 걸어서 데리러 온 아이들을 보낸 후 줄줄이 늘어선 차들 중 우리 반 학부모들의 차가 오면 아이들을 차에 태웠다.

하교시간이 지나고 주차장이 한산해졌는데도 집에 못 간 아이가 둘 남아서 사무실로 데리고 갔더니 아직 집에 못 간 다른 반 아이들 몇 도 사무실에 대기 중이었다.


아이들을 사무실에 부탁하고 교실로 돌아오니 아이들과 정리한다고 했지만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교실이 엉망이었다.

걷은 학습지를 종류별로 잘 분리해서 책상에 놓아두고 교실 정리 후 Sub Report를 썼다.

불을 끄고 교실을 나서면서 다시 한번 교실을 둘러보니 하루 머물렀다고 어쩐지 교실이 정다워 보였다. 

사무실에 임시 교직원 카드를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단하고 피곤했지만 어설픈 영어로 아이들 임시 담임 역할을 마친 나 자신이 스스로 대견했다.  




Tip 1


미국 학교에도 급식이란 제도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전교생과 전 교직원이 대부분 함께 먹는 학교 급식과 전혀 다른 시스템이다.

미리 급식비를 내거나 돈을 가져와서 학교 급식을 먹는 아이들도 있지만 도시락을 싸오는 아이들이 더 많다.

교직원들도 돈을 내면 급식을 사 먹을 수 있지만 대부분이 점심을 미리 준비해 온다.

30분 점심시간에 나가서 사 먹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록 학교 주변에 가게가 없다.

그러니 Sub로 일하러 갈 때는 물이나 차, 간식과 점심을 미리 챙겨가야 Sub 하는 동안 굶주리는 일이 없다.

Teacher Lounge나 Staff Facility라고 불리는 교직원 휴게실에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그것들을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이 교직원 휴게실에 음료수와 물 자판기는 구비되어 있다.

담임교사 Sub로 가게 되면 교실에 담임교사의 전자레인지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필요하면 그것을 사용하면 된다.


 Tip 2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이 끝나면 담임교사들은  아이들 가방을 챙겨 줄을 세운 뒤 Pick up 하는 곳으로  데리고 간다. 

초등학교 3학년이나 4학년부터는 걸어서 학교에 오는 아이들인 경우 혼자 하교하는 것을 허락하지만 그 이하의 아이들은  하교 시 반드시 보호자나 형, 누나들에게 인수인계를 해야 한다.

만약 하교시간이 지났는데도 보호자가 아이를 데리러 오지 않으면  사무실에 데리고 가서 직원에게  알려주고 아이들을 사무실에 두고 오면 된다.

그런 경우 담당 직원이 일일이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을 하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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