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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Sep 03. 2018

다이어트와 여행의 공통점

알고 나면 보이는 세 가지의 연결고리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솔깃한 단어가 있을까? 이 땅 위의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매일 고민하고, 다짐하고 계획하는 것이 <여행과 다이어트>다.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살을 뺄까?”, “또 어떻게 하면 한 번이라도 더 여행을 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궁리한다. 별개의 단어로만 생각해왔던 두 단어에서 묘한 공통점을 찾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제일 어려운 것은 ‘시작‘이다

우리를 늘 멈칫하게 하는 문장들이 있다. “어떻게 하지?”, ”뭐부터 해야 하는 거야?"류의 질문들이다. 해당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고,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라는 진리 아닌 진리를 들먹이며 내일로 미루게 만든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처음부터 거대한 계획을 세우면 폭망하기 마련이다. 여기 패스트푸드와 고열량식으로 삼시팔끼먹던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에게 첫날부터 닭가슴살과 고구마, 방울토마토로 구성된 식단을 새 모이만큼만 먹고 하루 4시간씩 운동하라고 한다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포기를 선언할 것이다. 많은 다이어트 성공 사례들을 살펴보면, 단기간에 몇 kg을 빼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전체적인 식습관, 생활 방식을 바꾸는 큰 그림이 있다. 그것이 요요 없는 체중감량의 결과로 나타난다. 다이어트의 성공은 작은 시작으로부터 출발한다. 하루 한 번 시키던 배달음식을 3일에 한 번으로 기준을 잡는다. 그 후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이런 식으로 텀을 늘여본다. 저녁 식사 후 30분 안에 무조건 집 밖을 나와 30분을 걷는다. 처음에는 길고 지루했던 30분이 몸에 베이면 곧 1시간이 되고, 1만보를 넘는 것이 쉬워진다. “닥치고 우선 실행하라.” 다이어트에 성공한 많은 선지자들이 말하는 가장 좋은 다이어트의 방법은 하나다. 머릿속을 헤집는 많은 질문들을 뒤로하고, 우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는 장기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 여행이 거대한 숙제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말도 안 통하고, 생활 방식도 다른 그곳에서 내가 잘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많은 걱정과 근심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그럴 때는 옆 동네도 좋고, 살고 있는 지역 근교도 좋다. 자신에게 여행이 체질에 맞는지 아닌지 테스트 겸 워밍업이 필요하다. 그 후 본인이 여행 자체에 거부감이 없다면 ‘닥치고 ‘ 우선 실행해 보는 것이 좋다. 제일 좋은 방법은 우선 표를 끊는 것이다. 다양한 교통편의 티켓 중 가장 효과 좋은 것은 비싼 비행기 표다. 비행기 표를 끊고 나면 당신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떠나느냐? 비행기 표를 날리고 포기하느냐? 이 단순한 선택의 기로 앞에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떠나는 것을 택한다. 비행기표를 끊고 나면 여행 일정을 정리해 교통편, 숙소를 예약한다. 신으면 춤을 추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데 동화 <빨간 구두> 속 주인공처럼, 비행기 표를 끊고 나면 떠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 표 예약을 할 때, 결제 버튼을 눌러야 하는 순간이 오면 생각한다. “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의 여행은 진짜 시작되는구나 “. 나의 운명은 <여행의 신>에게 맡기고 나는 그저 여행을 즐기면 된다.     



머리보다 몸이 기억하면 더 오래 남는다

몸이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는 상태를 뜻한다. 나에게는 8시 뉴스를 시작하는 오프닝이 그렇다. 저녁 8시는 내가 운동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8시 뉴스 시그널이 나오면 고민은 접어두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10km를 걷고 뛴다. 스마트폰 어플에 10km 완료 알람이 울리면 집으로 돌아온다. 처음에는 귀찮고 온갖 이유를 붙여 피해갈 구멍을 만들었다. 하지만 운동 전과 후, 달라지는 몸 상태를 눈으로 확인한 이후 더 이상 그런 변명 거리를 찾지 않는다. 그렇게 몸에 운동이 습관으로 붙으면 체중 감량은 절로 따라온다. 먹은 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는 단순한 산수 공식을 적용한 효과다. 나는 아이돌이 될 것도 아니고, 머슬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과격한 운동, 체계적인 관리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소 거의 몸을 쓰지 않는 내가 10km를 걷고 뛰는 일은 꽤 큰 도전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 근육이 찢어질 듯 아파오기도 한다. (절대 그 정도로 죽진 않겠지만) 죽을 것 같은 그 고통들이 습관이 되면 이 또한 내 몸의 불필요한 살들을 태우는 과정들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몸에 밴 운동 습관은 요요 없이 일정 체중을 유지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평탄하고 무탈한 여행도 좋다. 하지만 더 오래 여운을 남기는 여행은 늘 실수와 실패로 점철된 여행들이다. 경험보다 좋은 선생님이 없다. 실패의 경험들을 통해 몸에 밴 여행의 습관은 무수히 많다. 바르셀로나에서 동행이 소매치기를 당한 후 무슨 일이 있어도 여행자 보험은 든다. 도쿄에서 알레르기 때문에 숨 쉴 때마다 기침을 해댄 후 알레르기 약은 여행용 비상약 리스트에 꼭 넣는다. 수화물 분실을 대비해 최소 1 박용 세면도구와 속옷 정도는 기내용 가방에 넣는다. 몸으로 체득한 여행의 실패들이 쌓여 좀 더 꼼꼼하고 준비성 철저한 여행자로 성장케 한다.     

 


끝을 보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여행과 다이어트>! 물론 둘 다 완전한 끝은 없다. 분명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목표 지점이 존재한다. 목표 체중이라는 게 있고, 리턴 티켓이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여행과 다이어트의 제일 큰 수확은 ‘자존감’이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뚱뚱한 사람들이 이 땅에서 받는 차별과 멸시는 상상 이상이다.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 “자기 관리에 소홀한 사람” 취급을 당한다. 얼음송곳처럼 날아와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다이어트’는 이 불쾌한 시선들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마법의 열쇠다. 내팽개쳤던 몸을 가꾸고 다듬어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면 남들이 뭐라 하든 어떤 시선을 보든 당당히 무시하며 내 갈 길을 간다. 노출이 많은 옷이든, 과감한 셀카든 입고 싶은 대로 입고,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 원동력은 물론 자존감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의 시간들이 지나고 난 뒤, 내게 남은 것 ‘자존감’이다. 늘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했고, 연연했다. 그래서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착한 척’을 해왔다. 하지만 나를 평가할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 하고 싶은 대로 했다. 화장을 안 하고도 당당히 숙소 밖을 나가고, 길바닥에 앉아 길거리 음식을 먹고, 과감히 비키니도 입고, 버스킹 밴드의 연주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스스로 포기했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여행지에서나 가능했던 일탈의 경험은 꽤 큰 효과가 있다. 처음은 어렵지만 두 번째는 쉽다. 여행지에서처럼 도전하고, 실패가 남긴 교훈을 곱씹었다. 후폭풍에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낭비했던 날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여행의 전과 후 나를 둘러싼 세상은 분명 그대로다. 다만 바뀐 것이 하나 있다면 내 생각뿐이다. 누가 나를 뭐라고 평가하든 내가 옳다고 믿는 자신감! 그 하나로 좀 더 단단해지고, 좀 더 당당해진 나는 세상살이가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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