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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May 13. 2017

혼자 여행, 할까? 말까? (2) 어떻게 할까?

혼자 여행 할 때 필요한 몇 가지


혼자 여행도, 함께 하는 여행도 해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여행’은 그저 매일 순댓국을 먹던 사람이 한 번쯤 돈가스도 먹어보는 ‘일종의 선택 혹은 취향’이 아닐까? 그게 입에 맞으면 또 먹을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안 먹으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혼자 여행이 마치 다른 여행보다 좀 더 상위 차원의 “옳은 여행”으로 생각하고 여행 부심을 부리는 사람들을 보면 좀 오버다 싶다. 그냥 취향의 차이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혼자 여행을 권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은 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을 완벽하게 잊게 하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 혼자 여행도 연습이 필요하다

혼자 여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 중 핵심 적인 게 바로 밥 어떻게 먹지?, 사진 어떻게 찍지?, 혼자서 뭘 하지? 요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어차피, 집 밖으로 나가는 건 다 ‘여행’이다. 처음부터 혼자 지구 반대편 유럽이고 남미고 갈 생각이 아니라면 혼자라는 것에 무덤덤해지기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동네부터 시작한다. 책 한 권 들고 카페를 가서 읽고, 공원 산책도 하고, 패스트푸드점 가서 햄버거도 하나 먹고 온다. 그다음엔 좀 멀리로 나가본다. 약속이 있다면 약속 시간 2~3시간 전에 나가 영화도 보고, 미술관도 가고, 옷을 사러 백화점도 간다. 누굴 만날 약속이 없어도 나가 본다. 그다음 단계로는 당일치기로 지방 여행을 도전해 본다. 중장거리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본다. 전주, 속초, 강릉, 경주 등 게스트 하우스들이 있는 곳이면 좋다. 선배 혼자 여행자들이 갔던 길들을 따라 가면 시행착오를 덜 할 수 있다.(1인 주문 가능 식당, 1인실이 있는 숙소 등). 자 이제 거의 다 왔다. 국내에서도 좀 먼 곳으로 떠난다. 서울, 수도권 기준이라면 통영, 여수, 부산, 제주 정도? 여기쯤 다녀오면 사실 혼자 해외에 가는 것도 두려워지지 않는다. 정작 해보면 별거 아닌 일, 세상엔 참 많다.  


위의 과정은 “남의 눈을 의식하는 나로 해방되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남의 일에 무관심하다. 생각해 보라, 바로 어제 지하철 앞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았는지 기억이 나는가? 미친 듯이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 한 기억하기도 어렵다.

코스 요리의 시작은 입맛을 돋우는 식전 음식 부터다 위에게 지금 부터 음식이 들어간다고 신호를 주는 것이다


#. 혼자 여행도 요령이 필요하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별별일이 다 있다. 나름 크고 작은 수업료 내고 얻은 소중한 인생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자, 이제 그간 단련해 온 혼자 여행 스킬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땅 위의 초보 혼행족들을 위하여.  


1) 붐비는 시간은 피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받아야 하는 점심시간 피크. 혼자 와서 4인 테이블 차지하는 혼자 손님을 환영하는 식당은 그다지 많지 않다. 손님 입장에서도 내가 돈 내고 먹겠다는데 눈치 주는 식당은 가기 싫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피크 시간을 피하면 되는 거다. 조금 한적한 시간을 택하면 돈 주고 눈칫밥 먹을 필요는 없다.


2) 하지 말란 건 하지 말자

해외여행을 가면 난 어린애가 된 기분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낯선 풍경, 낯선 말, 낯선 사람… 모든 게 신기하고, 말은 옹알이 수준이고, 고작 자판기 앞에서도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럴 때면 어릴 적 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낯선 사람이 오라고 해도 따라가면 안 돼”, “길 잃어버리면 경찰 아저씨한테 찾아가”,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은 먹으면 안 돼” 등등


여행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혼자 여행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굳이 여행 왔다고 객기 부리지 말자. 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 먹지 않기, 밤늦게 돌아다니기, 우범지역 가지 않기 등등 어릴 때 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 사고 날 일이 없다. 사고는 늘 방심할 때 나기 마련이다.


3)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는 대로 둔다.

몇 해 전, 제주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을 때였다. 유독 혼자 온 여자 사람 게스트들이 많았던 게스트 하우스였다. 그 게스트 하우스의 특별 서비스가 하나 있는데 해 뜰 무렵 근처의 오름에 데려다주는 서비스! 차가 없이 다니는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서비스였다. 결전의 그날, 눈곱만 겨우 떼고 20~30대 여자 사람 6~7명이 호스트의 작은 차에 구겨 타고 오름에 올랐다. 가는 동안 어색함을 깨기 위해 통성명을 했지만 오름에 도착할 때까지 어색한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아직 푸르스름한 새벽이 다 떠나지 않은 시간… 이슬이 내려앉은 풀들을 밟고 정상에 오르니 제주답게 바람은 몸을 날려 버릴 만큼 불어 댔다. 각자의 스타일로 제주 오름에서의 일출을 만끽하고 내려오기 전, 처음 만난 그녀들과 점프샷 겸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 하나를 남기고 오름을 내려와 각자의 여행길을 떠났다. 그날 나는 제주 동쪽에서 서쪽으로 숙소를 이동하는 날이었다. 우연찮게도 버스 안에서 제주 오름 동지 한 분을 만났다. 버스에 앉은 나에게 터벅터벅 걸어오는 한 사람.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가물가물한 그 사람. 40대 중반, 중학생인 아들의 중간고사를 마치자마자 홀가분하게 혼자 제주에 내려왔다는 그녀. 내가 바라는 40대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되레 혼자 긴 여행을 하는 나를 응원하고 싶다며 해녀 박물관에서 샀다는 작은 노트 하나를 건넨다. 그 작은 관심과 응원이 고마워 가방을 털어 비상시 먹으려고 샀던 백년초 초콜릿을 건넸다.


약속을 했다면, 기대를 했다면 아마 실망이 찾아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더 반가웠고 또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고마웠다. 여행지에서의 인연은 그래서 소중하고 더 기억에 남는다. 여행에 가면 애쓰지 않는다. 아등바등은 먹고사는 일에서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에 와서까지 그러고 싶지 않다. 인연도, 시간도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정신 건강을 위해 이롭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인연이 된다면 만날 수 있겠지…  


 

#. 혼자 여행은 무엇보다 개썅MA2웨이가 필요하다

노래 제목이다. Elliot.B라는 가수가 불렀단다. 개썅MA2웨이. 사실 한 번도 들어 본적 없는 곡이다. 하지만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든다. 좀 속된 말이긴 하지만 이보다 더 확실한 임펙트를 가진 단어가 없다. 한마디로 대체 불가능한 단어다. 개썅MA2웨이!!!


랜드마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소문난 맛집에 가서 음식을 먹고, 유명한 특산품을 사서 오는 게 100% 완벽한 여행은 아니다. 관심도 없고 필요도 없는 것들로 내 소중한 여행을 채울 필요가 없다. 파리 가서 에펠탑 안 봐도 된다. 베트남 가서 쌀국수 안 먹어도 된다. 햇빛 쨍쨍한 날 양산이 없어 우산을 쓰겠다는데 뭐? 왜? 남이사?? 내가 좋으면 장땡이고, 싫으면 그만이다. 여행은 100점짜리 시험지를 푸는 일이 아니다. 없는 시간 쪼개서, 비싼 돈 들여서 오는 여행...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에도 빠듯하다. 남들이 뭐라 하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 나만의 유니크한 추억을 쌓는 것! 혼자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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