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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May 28. 2017

30대의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2탄 - 중간점검

두 달 간의 변화 

본격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두 달째, 드디어 체중계 위에 올라가 봤다. 혹여 예상보다 적게 감량되어 실망하고 포기할까 봐 체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렀다. 그리고 두 달이 되는 날 확인해 보니 약 4kg이 빠졌다. 한 6kg쯤은 빠졌겠지 싶었는데 내심 아쉬운 결과다. 그래도 찌지 않고 빠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 (나중에 찾아보니 한 달에 2kg 정도 꾸준히 감량하는 것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요요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얼굴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살이 쪘다는 말인가 싶어 살짝 서운하려는 찰나! 그게 아니라 얼굴이 맑고 몸에 탄력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전보다 군살이 없어 옷태가 좋아졌고 힙라인이 매끈하다고 했다. 팔뚝이 껴서 불편했던 옷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 벨트의 구멍은 3개가 줄었다.   


30대의 다이어트는 20대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20대 때 하던 노력의 곱절 이상은 해야 원하는 목표치의 반절은 이룰 수 있다. 지난 편에 언급한 대로 나의 다이어트 방법을 요약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쉽게 선택하지 않는 방법, <덜 먹고 더 움직이자>다. 조금 더 쉽고 빠르고 편한 방법을 찾으면 곧 요요의 역습이온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요요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생활 습관 자체를 바꾸는 것을 택했다. 길고 지루한 과정이지만 결과가 확실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탄수화물을 줄인다

-> 빵, 밥, 떡, 면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침, 점심 잡곡밥 반 공기를 제외하고 탄수화물은 먹지 않았다. 그 좋아하는 고구마, 감자, 옥수수도 멀리 했다. 면이 먹고 싶으면 실곤약으로 대체한 잔치국수, 비빔국수, 라볶이, 파스타 등등을 먹었다. 원래 정석으로 한다면 당까지 줄여야 하겠지만 그것까지 제한하면 다이어트 자체를 포기할 것 같아 양념이나 소스에 들어가는 당은 줄이지 못했다. “당”은 그 이름도 사랑스러운 밥, 떡, 면, 빵을 포기한 나의 마지막 생명줄이다.   

 

공복 상태를 피한다

->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은 가볍게, 저녁을 몰아 먹던 식습관을 바꿨다. 아침, 점심은 최소한의 탄수화물만 허락한 일반식, 그리고 저녁은 일체의 탄수화물 없이 채소와 단백질 위주로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적은 양이라도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부득이한 경우 바나나, 단호박으로 빈 식사량을 채웠다. 공복이 줄어드니 식탐과 폭식을 하는 습관이 줄어들었다. 한 공기 거뜬하게 먹던 양도 반공기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불렀다. 물도 많이 먹었다. 맹물이 질리면 우엉차와 아티초크 차, 돼지감자 차를 물처럼 마셨다.


운동은 하루 일과의 마무리다

-> 매일 중랑천 산책로를 10km씩 걸었다. 평지 걷는 게 지루해지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서울 둘레길을 걷는다. 평균 20km 정도의 트래킹. 약간의 등산과 산책이 결합된 코스로 어느 정도 걷는 것이 익숙해진 상태에서 본격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평지만 걸을 때보다는 확실히 다리 라인이 잡히고 칼로리 소모도 많았다. 이렇게 걷는 것을 몸에 습관을 들이니 미세 먼지로 도저히 밖에 나갈 수 없는 날이면 몸도 찌뿌둥하고 마음도 무거워 진다. 마치 화장실 가서 물 안 내리고 온 것처럼, 숙제 안 한 초등학생이 된 것처럼 작은 마음의 빚이 쌓인다. 목표치를 못 걷는 날에는 집에 돌아오는 길 2~3 정거장에 목표치를 채워야만 집 현관문을 여는 마음이 가볍다. 눕는 게 편했던 몸이 움직이는 게 익숙한 몸으로 변화 중인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치팅 데이를 갖는다

-> 혹독한 다이어트는 빠른 포기를 낳는다. 목표를 길게 잡고 먹고 싶은 탄수화물 음식이 있으면 일주일에 한 끼 정도만 먹었다. 초반엔 떡볶이, 햄버거, 튀김, 치킨을 먹었지만 점점 그것 조차 그리움이 희미해졌다. 탄수화물이 탄수화물을 부르는 악순환에서 한 발짝 멀어진 것 같다. 며칠 전 지인의 생일 파티 때문에 뷔페에 가게 되었을 때, 그 많은 탄수화물들의 향연 속에서 겨우 내가 먹은 탄수화물은 오직 유부 초밥 두 개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미 자정이 넘었지만 미처 다 하지 못한 <걷기 숙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내릴 역에서 두 정거장 전에 내려걸었다. 걷는 내내 그 유혹들을 떨쳐낸 나 자신이 대견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던 치팅데이가 열흘에 한 번, 보름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그러다가 영영 그것들과 이별하는 날도 올 것이다. 


오늘, 해가 뜨거워져 옷장 속에 넣어 둔 작년에 입던 반바지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작년에는 너무 꽉 껴서 보기 민망해 입기를 포기했던 옷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살 빠진 그날을 위해 옷장에 곱게 모셔둔 옷이었다. 혹시나 하고 입었는데, 스무 성(?) 하게는 아니지만 단추가 잘 잠기고 울룩불룩 셀룰라이트가 튀어나오진 않았다. 그래 옷이 맞는다. 안 맞던 옷이 들어갈 때의 쾌감을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겨우 옷에, 살에 지는 것 같은 패배감… 그것으로부터 해방됐다는 것이 이번 다이어트의 가장 큰 수확이다. 


이제 또 두 달 후에나 나는 체중계에 올라갈 것이다. 그때는 또 어떤 즐거운 변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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