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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May 02. 2017

30대의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위하여  

이 나이에 걸그룹에 들어갈 것도 아니니 목표는 길게 잡는다



다이어트 모드에 돌입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그나마도 찍은 사진 중 빵떡같이 나오는 사진의 빈도가 100%에 달해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장 적게 나갔을 때에 비해 근 10kg가 쪘으니 이 몸 뚱아리를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옷도 사이즈가 늘었고, 체중은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보는 사람마다 “요즘 얼굴 좋아졌어 편한가 봐~”라고 말하지만 그 인사가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20대 때는 밥 한 끼만 안 먹어도 2~3kg이 왔다 갔다 했다. 몇 끼만 굶어도 원하는 체중으로 돌아왔지만 30대의 몸무게는 늘 나의 기대를 저버린다. 어른들이 말하는 나잇살의 그림자가 나에게도 드리워진 것이다.

이번 다이어트의 목표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을 만들자. 이 나이에 걸그룹에 들어갈 것도 아니고 입금만 되면 반쪽으로 몸을 만드는 배우가 될 것도 아니니 그저 건강하고 탄력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았다.




나의 다이어트 대전제는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하자!”

급하게 뺐다가 급하게 돌아오는 요요 현상에 괴로워하느니,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로 생활 습관을 바꾸어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한 다이어트 실천의 큰 줄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쁜 탄수화물을 줄일 것, 두 번째는 하루에 10km 이상 걸을 것!!


평소에도 1만보 정도는 걸으려고 노력했는데 여기서 조금 더 목표치를 올려 10km에 방점을 두었다. 걸음 숫자로 하면 1만 6천 걸음은 넘어야 10km에 도달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2시간~2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스마트 폰에 내장된 어플로 손쉽게 내가 걸었던 시간, 거리, 소모 칼로리까지 확인할 수 있다. 집-사무실만 오갈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과 거리지만 지금은 가능한 도전이다. 충. 분. 히.


주로 저녁 8시 전후로 중랑천 변을 걷기 시작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지도, 없지도 않아 걷기에 적당하다. 걸을 때는 뉴스 실시간 보기를 틀어놓고 음성을 듣는다. 평균적으로는 화가 나는 기사가 나올 때는 분노의 파워 워킹으로 칼로리를 더 태운다. 요즘 뉴스를 보면 파워 워킹을 불러오는 뉴스가 많아 고맙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식이가 80%, 운동이 20%”


예전에 헬스장에 다닐 때, 트레이너가 했던 말이 있다.  

아무리 혹독한 운동을 해도 식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몸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침과 점심은 일반식을 한다. 잡곡밥 반공기와 탄수화물을 제외한 채소와 고기 위주의 식사를 한다. 저녁은 주로 간단한 토마토 샐러드나 두부, 우무를 이용한 음식을 먹는다. 간식이 먹고 싶다면 플레인 요구르트와 견과류를 먹는다. 과자 같은 바삭한 무언가가 당길 때는 황태포를 준비한다.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정도 돌리면 바삭한 황태포 과자가 된다.


처음 일주일 간은 미친 듯이 빵, 면, 떡이 당겼고, 식욕이 폭발했다. 그럴 때는 물을 마시거나, 칫솔질을 했다. 언젠가 신문에서 다이어트의 적은 음식이 아니라 “가짜 배고픔”이라는 기사를 읽고 먹는 것으로 공복감에 지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일주일이 지나니 그 넘쳐나던 식탐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매일 고행 같던 10km이 어느새 즐거운 숙제가 되었고, 식단도 탄수화물 대신 고기와 채소에 익숙해져 갔다.


식사 약속이 있어 외식을 해야 할 때는 약속 시간 전에 편의점에 들러 훈제란을 2개 사서 먹어둔다. 그러면 식탐도 잦아들고 탄수화물 앞에서 무덤덤해진다. 한식을 먹게 되면 공깃밥은 미리 반품시킨다. 삼겹살, 갈비는 먹어도 볶음밥과 냉면은 먹지 않는다. 양식을 먹게 되면 튀김이 올라가지 않은 샐러드나 스테이크류를 시킨다. (아직까지 일식, 중식은 한 번도 먹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탄수화물을 안 먹지는 않았다. 10일에 한 번 정도는 떡볶이도 먹고, 햄버거도 먹고, 치킨도 먹었다. 단기간에 체중을 빼고 끝낼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이어터의 오아시스라는 치팅데이를 가진 것이다. 그렇게 먹은 날은 왜인지 몇 km 더 걸어 마음의 짐을 덜기도 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다이어트가 습관이 되었구나 느꼈다.  


그렇게 한 달 반이 지났다. 꽉 끼던 청바지가 숨 쉴 틈이 생겼고, 벨트 구멍은 2개가 줄어들었다. 오랜만에 본 사람들은 반색하며 얼마나 빠졌냐고 묻는다. 하지만 아직 몸무게는 확인하지 않았다. 숫자에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두 달쯤 지나면 체중계를 확인해 볼 참이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이 생활 습관의 변화였기 때문이다.  


30여 년 동안 찌워온 살이 단 몇 개월의 노력으로 단숨에 빠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30대의 대사량은 20대와 달라서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30대의 다이어트는 그래서 영원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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