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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Jul 03. 2017

30대의 지속 가능 다이어트를 위하여 : 3개월의 기록

그래서 경. 도. 비. 만.!!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불필요한 탄수화물을 최대한 자제하고 하루에 10km씩 걷는다는 아주 간단하지만 가혹한 기준을 실천하는 다이어트다. 단순히 몇 kg을 빼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무절제한 과식과 폭식에 젖은 생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일상화하는 것이 이번 다이어트의 진정한 목표다. 


먼저, 탄수화물을 줄이면서 제일 놀라운 변화는 먹는 음식 양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탄수화물은 탄수화물을 부른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나를 끓이면 늘 모자라게 느껴졌던 라면. 한번 뜯으면 바닥이 보여야만 손이 멈추던 과자. 커피를 먹을 때면 당연히 시켰던 케이크 등등 내가 사랑하지만 탄수화물이란 이름의 모든 것을 과감히 멀리 했다. 아침, 점심 각 잡곡밥 반공기를 제외하면 일체의 탄수화물을 금했다. 


하루에 10km씩 걷기도 빼놓지 않았다. 주로 저녁 8시를 전후해 시작해 10시 반 전후에 끝낸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아침 7시부터 서울둘레길을 걷는다. 서울시 외곽을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는 8개 코스 총 157km ‘서울둘레길’은 총 8코스로 나눠져 있는데, 모든 코스를 완주했다. 더 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평균 19km(12.7km  ~ 34.5km)로 한 코스를 걷고 나면 근 1000kcal 정도가 소모된다. 둘레길은 평지만 걷는 것도, 등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제주 올레길과 비교하면 좀 더 액티브하고 활동적이다.  


꽉 찬 3개월이 지나고 나니 느껴지는 효과는 몇 가지가 있다. 입고 숨쉬기 빠듯했던 스키니 바지가 제법 편안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고, (다이어트 전 겨울철 두꺼운 옷을 입던 때를 감안하면) 벨트 구멍은 4개가 줄어들었다. 손가락에 끼던 반지가 헐렁헐렁해서 의식적으로 제 위치에 있는지 자꾸 확인한다. 무엇보다 종종 찾아오던 피부 트러블이 잦아들었고, 피부가 맑아졌다. 만병의 근원으로 취급받는 나쁜 탄수화물과 멀어진 덕이다. 다이어트 초기 10일 만에 갖는 치팅데이 때는 김떡순 세트, 와퍼 세트 등으로 탄수화물 폭식을 했었다. 그러다 최근엔 2~3일에 한 번은 탄수화물을 먹되 치킨 한 두 조각이나 라면 두 젓가락 정도로 나름 절제를 하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아는 맛’이다. 그 아는 맛을 먹고도 나 스스로 약속한 양을 넘어서면 젓가락을 놓을 때, 나 스스로 나 놈이 대견해 속으로 혼신의 깨춤을 춘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집 근처에 <체력인증센터>라는 게 개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대표적인 체육 복지사업인 “국민체력 100”의 일환으로 국민체력증진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 센터다. “국민체력 100”의 검사 내용은 인바디 + 체력 테스트 + 운동 처방으로 이루어지고 1시간 내외로 소요된다. 납세의 의무를 잘 지키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용할 자격이 있는 내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엄마와 함께 예약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운동복 차림의 모녀는 각종 테스트를 받고 운동처방사 선생님 앞에 자리를 하게 되었다. 


나름 3개월간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사를 해왔으니 비교적 자신만만한 자세로 상담을 시작했다. 내 인바디 검사 결과지를 보자마자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근육이 너무 없으세요. 그래서 경. 도. 비. 만.!!” 


보라! 빼야 할 지방과 채워야 할 근육의 비율을!!!


헐… 비만?? 하루에 10km씩 걷고, 그 좋아하던 라면, 떡, 빵도 딱 끊고 탄수화물을 절제하는 생활을 했건만 비만이라니… 비만 공격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찰나!! “뚱뚱해서 비만이 아니라 지방 대비 근육이 너무 없어서”라는 선생님의 한 마디가 작은 위로가 됐다. 


몸무게는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을 때에 비해 딱 6kg 감량했다. 누군가에게는 시간 투자 대비 아쉬운 결과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난 단기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에 만족한다. 운동 처방사 선생님은 고독한 다이어터를 워낙 많이 보셔서 그런지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먼저 해주셨다. 


“지금 아마 체중감량 정체기일 거예요. 근데 많은 분들이 여기서 많이 포기하세요. 그런데 이 무게에서 영원히 머무르는 게 아니라, 감량한 무게만큼 몸이 적응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니 조급함, 초초함을 버리고 꾸준히 밀고 나가세요.” 


“그런데 호사님은 지금 근육 자체가 너무 없어요. 근력운동은 따로 안 하시죠? 10km 걷는 거 잘하고 계세요. 그런데 중간중간 러닝을 섞어서 하시면 근육이 붙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요즘 홈트레이닝 많이 하잖아요. 건강한 다이어트의 기본은 체중 자체의 감량뿐만 아니라 몸의 체질을 튼튼하게 만드는 거예요. 지금은 근육을 키우는 게 급선무예요. 스쿼트(앉았다 일어서기)를 하면 다리 근육이 금방 오를 거예요. 우리 몸에서 제일 빠르고 쉽게 근육이 생기는 부분이 허벅지거든요. 스쿼트를 꾸준히 해야 해요. 특히 코어 근육이 부족한데 크런치(윗몸 일으키기)와 플랭크(엎드려 버티기)도 빼먹지 마시고요. 9월에 만날 때는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봐요”


내 몸에 근육을 채워 줄 동작들 


 친절한 고민 상담, 세심한 자세 교정, 확실한 목표 설정까지… 트레이너 없이 혼자 모든 걸 해야 하는 고독한 다이어터에게 선생님은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선사하셨다. 한 번 검사를 받고 나면 2달 후에나 재 재검사가 가능하다. 6월 말에 검사를 받았기 때문에 나는 9월에 선생님과 만날 수 있다. 그 사이, 과연 나의 몸에는 또 어떤 변화가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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